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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을 희망버스에 외주 맡긴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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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을 희망버스에 외주 맡긴 민주노총?

[기자의 눈] "'차벽'은 희망버스와 민주노총 사이에도 있다"

"민주노총이 '희망버스'에게 투쟁을 외주화 했다."

이렇게 말하는 노동운동가의 입에서 한숨이 새나왔다.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 조선소에 2차 희망버스가 다녀온 지 며칠되지 않을 때였다.

그의 '외주화' 발언의 취지는 이랬다. 개정 노동법 시행, 2012년 최저임금 결정 등 최근 여러 사안을 앞두고 민주노총은 많이 '바빴다'. 주로 정부나 국회를 상대로 한 중앙교섭이 필요한 사안들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연대가 필요한, 예컨대 유성기업이나 한진중공업과 같은 곳에서는 민주노총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얼마 전 만난 노동운동가는 "희망버스가 자발적으로 조직된 것에 대해 노동계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을 희망버스가 했다는 이야기다.

ⓒ노동과세계(이명익)

민주노총의 고민

사실 민주노총 입장에선 할 말이 많다. 의도적으로 '외주화'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외주화가 됐을 뿐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민주노총 중앙과 현장과 괴리감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민주노총에서도 문제라고 생각하며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2005년 자진사퇴한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를 두고 '뻥' 파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일리있는 비판이다. 그러나 당시 민주노총 핵심 세력인 금속노조는 부분파업이나마 성사시킬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다.

이는 '현장'이 예전에 비해 더욱 각박해지고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들 자기 일자리 지키기도 바쁜게 지금의 현실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금의 민주노총은 상징적인 존재밖에 못 된다"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현장과 연대를 하려 해도 쉽게 되지 않고 있다"라며 "실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민주노총 지도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진중공업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지난 13일부터 서울 대한문 앞에서 단식농성 중이다. 김 위원장의 단식은 '대내용'의 성격도 강하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한진중공업 문제를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한진중공업 문제에 얼마나 공감하는지는 미지수다.

ⓒ노동과세계(이명익)

30일 떠나는 희망버스, 이번엔 어떤 모습?

답답한 대목은 이 지점이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목숨을 건 고공농성에 대해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냉담하다. 반면, 시민들의 관심은 뜨겁다. 노동 문제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무관심한 상황. 어떻게 봐야 할까.

오는 30일, 3차 희망버스가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를 향해 떠난다. 그리고 20일부터 희망버스가 출발하는 30일까지 한진중공업 서울 본사 앞에서 1인 시위가 진행된다. 24시간 내내 진행되는 시위다. 첫 주자는 박노자 오슬로대학 교수다. 홍세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인과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도 참가한다.

3차 희망버스에 시민들이 얼마나 호응할까. 희망버스 행사를 기획한 송경동 시인은 2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희망버스 참가자 목표치는 약 3만여 명"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목표치를 달성할지는 불분명하지만,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활발한 참여가 예상된다.

궁금증은 그래서 더 깊어진다. 희망버스를 향한 열정은 왜 민주노총의 다른 사업장으로 옮겨붙지 않을까. 언제부터인가 대규모 시위 현장에는 '차벽'이 종종 설치된다. 하지만 이런 '차벽'은 시위대와 전경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차벽'은 민주노총과 희망버스 사이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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