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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만나지 못한 '희망'과 '김진숙'…"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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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만나지 못한 '희망'과 '김진숙'…"또 갑니다"

[현장] 김진숙 "외롭고 억장 무너지는 영혼과 함께 내려가겠다"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 조선소에서 700미터 떨어진 봉래로터리 대로에 앉은 2000여 명의 시민들 대부분은 얼굴을 숙인 채 묵묵히 스피커 속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경청했다.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닦으며 연신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다. 10일,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결국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만나지 못하고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35미터 높이에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은 휴대전화에 연결된 대형 스피커를 통해 "먼 길 달려와 비를 맞고, 최루액과 물대포를 맞고 끌려간 여러분이 눈물겹도록 사랑스럽고 고맙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김 지도위원은 "어제, 그리고 오늘 우리가 만들어낸 것은 역사였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지도위원은 "절망에 빠져 아무도 넘을 수 없다고 돌아설 때, 담쟁이처럼 온 몸으로 벽을, 조금씩 조금씩 희망을 향해 넘은 여러분이 여기까지 왔다"고 독려했다.

▲ 정리 집회를 마친 희망버스 참석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희망버스는 내게 큰 힘을 준다. 감사한다"

186일 동안 85호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인 김 지도위원. 그간 김 지도위원은 조합원들이 용역 직원들에게 끌려나오는 장면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는 장면까지 모든 것을 이 크레인 위에서 지켜만 봐야 했다. 전기가 끊긴 크레인 위에서 랜턴 하나를 켜놓고 생활한 지도 벌써 13일이 지났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수천 명의 무장 경찰이 공장을 둘러싸고 있고 용역 직원들은 크레인 아래에 항상 대기하고 있다"며 "나라고 왜 두렵고 불안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2003년 김주익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크레인에 올랐던 이후, 이 크레인에서 난 한 발짝도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한진중공업에 대한 분노보다 스스로의 죄책감이 더 컸습니다. (김주익이) 너무나 절실하게 느꼈을 고립감과 단절감을 밑에서는 129일이 되도록 그토록 몰랐을까요? 그토록 절박하던 외로움을 왜 저는 129일 동안 외면했을까요? 외롭고, 억장이 무너지는 (김주익의) 영혼과 반드시 이 크레인에서 같이 내려갈 것입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길고긴 농성의 어려움을 "여러분이 있는데 내가 뭘 못 하겠는가"라며 "여기로 향하는 희망버스는 내가 큰 힘을 준다"고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고생을 사서 빗길을 뚫고 달려온 여러분에게 감사한다"며 거듭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김 지도위원은 "앞으로 작은 희망의 꽃씨 하나가 어떻게 꽃밭이 되는지를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지도위원은 "내가 너무 그리워한 여러분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며 "웃으며 끝가지 함께 투쟁하자"고 독려했다.

▲ 차벽에 가로막혀 있는 영도 조선소로 가는 길. ⓒ프레시안(허환주)

"제3의, 제4의 희망버스는 계속된다"

이날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지 못했지만 희망버스 참석자들은 이후 3차, 4차 희망버스를 약속했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향후 한 달 이내에 3차 희망버스를 조직해 또 다시 김진숙 지도위원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희망버스를 기획한 송경동 시인은 "경찰은 합법 집회를 폭력으로 막았다"며 "우리는 더 큰 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경동 시인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절망의 '포크레인'에서 제 발로 내려올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정현 신부는 "외부와의 차단, 고립감 속에서도 김진숙은 자신의 꿈을 위해 크레인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며 "그의 꿈은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해고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신부는 "그의 꿈, 그리고 우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여기에 왔다"며 "오늘은 비록 그를 보지 못했지만 앞으로 그를 볼 수 있는 3차 희망버스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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