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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PKO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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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레바논 PKO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의미'도 있고 '한계'도 있고…정부, "고심 중"

우리 정부는 현재 휴전 중인 레바논 남부지역에 유엔 평화유지군(PKO)을 파병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다만 찬반이 명확하게 엇갈렸던 이라크 파병이나 인도적 차원에서 찬성 여론이 높았던 동티모르 파병 때와 달리 레바논 파병 여부에는 인도적, 정치적으로 좀 더 복잡한 변수들이 엇갈리고 있다.
  
  이탈리아 중도좌파 정부가 앞장…레바논 국민들도 환영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23일 "지난 12일 안보리에서 레바논 주둔 평화유지군을 1만5000여 명 규모로 증강하기로 한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함에 따라 UN 사무국에서 각 회원국들에게 병력 제공을 공식 요청해 왔다"며 "우리 정부도 파병 문제에 대한 부처간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현 단계에서는 어떤 결정도 내린 바 없다"고 밝혔다.
  
  반 장관은 "관련 국가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한 후 최종 결정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도 외교부로부터 UN의 파병 요청을 전달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경찰청도 국방부와 함께 평화유지군 파병에 대비하기 위해 외사 분야 등을 중심으로 자원자를 선발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파병을 할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PKO 순위와 전례에 따라 그 숫자는 최대 100명 선을 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 외교 안보 분야 핵심관계자는 "파병결정이 났기 때문이 아니라 실무 차원에서 협의와 준비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UN 안보리 결의안 채택 이후 EU 일부 국가들과 레바논 인접 아랍국가들은 파병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는 21일 "이탈리아가 레바논 평화유지군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을 용의가 있다"는 뜻을 유엔 측에 공식 전달했다. 이탈리아는 약 3000명의 대규모 병력 파견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미 성향의 전임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달리 이라크 파병에 대해 극히 부정적이던 중도 좌파 성향의 로마노 총리가 이번엔 먼저 총대를 멘 것이다.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에도 미국이나 레바논을 식민지배 했던 프랑스 등은 PKO 참여에 부정적이었지만 이탈리아가 주도하고 나섬에 따라 EU에서는 레바논 평화유지군 참여 논의가 활성화 되고 있다.
  
  후세인 라말 주한 레바논 대사도 지난 달 말 국내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예전에 레바논에 배치됐던 PKO는 이스라엘 군에 의해 제대로 활동도 못했다"면서 "만약 군대가 파견된다면 좀 더 강력한 군대가 파견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스라엘 군은 못 건드리고 헤즈볼라만 감시할 PKO
  
  이런 점만 감안하면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공격을 제어하고 레바논의 평화와 재건을 돕는 PKO 파병은 당연해 보이지만 그 속내는 좀 더 복잡하다.
  
  지난 1978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했을 때 UN 안보리는 결의안 제425호로 평화유지군을 만들어 레바논에 파견한 바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레바논 땅 위에 '보안구역'(security belt)을 만들어 평화유지군이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했다.
  
  그 이후 이스라엘은 1982년, 1994년, 1996년, 1999년, 2000년 연거푸 레바논을 침공했고 올해 지난 7월 25일에는 유엔군 4명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사망하기도 했다. 결국 역사적으로 볼 때 PKO는 이스라엘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는 것.
  
  게다가 지난 8월 11일 채택된 UN 결의안 제1701호에 의해 증강되는 PKO는 이스라엘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헤즈볼라만 감시하고 무장해제하는 것을 그 임무로 하고 있다.
  
  따라서 레바논 PKO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현 상황을 현상유지, 나아가 정당화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적잖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존 볼턴 UN주재 미국 대사의 지난 21일 발언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 하고 있다. 볼턴 대사는 "(11일 채택된) 결의안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표를 갖고 있지 않지만 헤즈볼라의 무장을 조속히 해제하기 위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며 레바논 PKO는 헤즈볼라를 겨냥한 것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한 바 있다.
  
  게다가 레바논의 현 상황 역시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 헤즈볼라는 무기 반납 준비나 의지도 없을 뿐더러 철수 중인 이스라엘 군 역시 지뢰매설 위치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UN 일에 솔선수범하면 선거에도 유리?
  
  또한 반기문 외교부 장관의 UN사무총장 출마 역시 파병 문제의 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아무래도 UN결의에 '솔선수범'하는 것이 선거에 좀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것.
  
  물론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두 가지 사안은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교부 담당자는 "아직 파병 여부가 결정된 것도 아닌데 '파병한다면'이란 가정 하에 사무총장 선거와 연관시켜 사고하는 것은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외교안보 핵심 관계자 역시 "우리 정부의 정책이 일단 국제평화 기여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고 그 필요성은 늘 느끼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로서 레바논 파병을 다른 것(UN사무총장 선거)과 연결해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야 외교안보통, 현실인식은 비슷하지만 결론은 달라
  
  복잡한 상황 탓에 '외교안보통' 의원들은 레바논 파병 문제를 두고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많은 통외통위 의원들은 "그런 사실이 있었느냐"며 "금시초문이다. 알아보겠다"고 말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통위통위 소속인 민노당 권영길 의원실 관계자는 "이라크 파병 때나 동티모르 때와 이번은 다른 것 같다"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안보리 결의안의 한계, 물리적 위험성, PKO가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의 들러리만 설 것이라는 우려가 제일 크다"며 "그러나 어떻게든 PKO가 나가면 레바논 국민들의 위험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것이라는 사실도 부인하기 힘들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시 통외통위 소속의 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최 의원은 "이번 PKO의 한계는 분명하지만 레바논 국민들이 '중립적' 평화유지군 파병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니겠느냐"며 "그리고 미국이 빠진다는 점은 오히려 우리 파병의 정당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미국이 참여할 경우 PKO는 친이스라엘 딱지를 달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이 빠지는 것은 천만 다행"이라며 "아무래도 친미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이라크 파병과 달리 이번 PKO는 아랍국가도 다수 참가하기 때문에 아랍권 전체에서 우리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도 가져 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두 의원의 현실인식은 비슷하지만 권 의원 측은 "의미가 있지만 한계가 커서 반대한다"는 쪽이고 최 의원은 "한계도 있지만 의미가 커서 찬성한다"는 방향으로 결론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한편 24일 NSC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다룰 문제"라고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외교부, 국방부 등 부처에서 검토 중이기 때문에 안건으로 올라갈 계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레바논 상황도 극히 유동적이고 아랍권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급하게 파병을 준비 중인 나라도 드물어 그리 급할 것은 없다"며 "우리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검토 중이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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