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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대사님, 참 답답합니다…'쥐그림' 사건, 잊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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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상기 대사님, 참 답답합니다…'쥐그림' 사건, 잊으셨나요?"

[기고] "UN 특별보고관이 한국의 특정 사례만 언급? 답답하다"

지난 5월 30일부터 3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17차 UN 인권이사회(Seventeenth Session of Human Rights Council)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높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월 3일 오전 9시 30분부터 제네바 유엔본부 20호 회의실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에서는 지난 해 5월 한국을 공식 방문한 프랭크 라 뤼 UN 의사 ·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Mr. Frank La Rue, UN 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이하 특별보고관)이 지난 1년간 자신이 공식 방문한 한국과 멕시코, 알제리, 헝가리 등의 표현의 자유 상황을 보고 했고, 한국 정부를 비롯한 각국 정부 대표의 발언과 NGO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한국정부를 대표하여 박상기 주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가, 한국 시민사회를 대표하여 홍익대학교 법학과 조희경 교수가 발표했다.

올해 초, 이미 언론을 통해 특별보고관의 보고서 초안의 내용이 알려졌고 한국 인권사회단체들이 보고서 최종안 전문을 번역하여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하면서 이미 특별보고관의 공식보고서 내용은 널리 알려졌다.

한국의 인권사회단체들은 이번 유엔인권이사회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오재창 국제연대위원장과 이지은 변호사,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조희경 교수, 군 불온서적 위헌 소송으로 파면당한 박지웅 전 법무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이충재 부위원장과 오성희 국제부장, 민주노총 류미경 국제부장,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 등 8명의 대규모 대표단을 제네바에 파견하여 한국의 표현의 자유 후퇴 상황을 알리고 한국 정부가 유엔의 권고를 제대로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한국 NGO 대표단과는 별도로 이계안 전의원과 함께 제네바를 찾아 인권이사회에 참관하고 있는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유엔 인권이사회를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중계하기도 했으며 한국 정부에서는 법무부 인권정책과장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실무자 등이 참관했다.

▲ 프랭크 라뤼 유엔 의사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3일 오전(현지시간)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열린 인권이사회(UNHRC) 제 17차 회기에서 한국의 표현의 자유 실태를 보고하면서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폐지와 형법상 명예훼손죄 삭제 등을 권고했다. 화면 속 왼쪽 두번째 보고서를 읽고 있는 이가 프랭크 라뤼 특별보고관. ⓒ연합뉴스

특별보고관 "의사 표현 행위가 징역형 될 수 있다니 놀랍다"

특별보고관은 오늘 오전 모두 발언을 통해 어디에서든 인터넷에 대한 규제는 최소화되어야 하며, 전 세계에서 인터넷 관련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보고관은 한국이 세계에서 인터넷 산업이 가장 발달된 국가 중 하나라고 언급하며, 한국에서 명예훼손, 선거 전 6개월간 홍보물 배포,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불법자료 삭제 요청 거부, 국가보안법 상 찬양 고무 등의 의사 표현 행위에 대해 징역형이 선고 될 수 있는 법률이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형사처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자기검열을 하게하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표현의 자유에 관련된 형사처벌, 특히 명예훼손죄에 대한 처벌, 국가보안법 7조 찬양고무 조항 등을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별보고관은 특히 공무원들에 의한 명예훼손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와 공무원은 명예훼손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는 공직자들에 대한 대중의 감시와 비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별보고관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에 대해 한국의 헌법 21조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사전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사전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공권력의 과도한 사용은 처벌되어야 한다고 했다.

특별보고관은 "2008년 촛불시위 이후 한국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는 경향에 주목하고 있고, 정부에 대한 비판에 대해 관용의 문화로 받아들일 것을 기대한다"고 당부하며, 한국 정부가 군대 내 금지서적 폐지, 교사들 표현의 자유 보장, 미디어의 독립성과 다양성,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등 자신이 보고서에서 언급한 권고 사항들을 지속적으로 이행해주기를 희망한다고도 밝혔다.

특별보고관이 특별 사례만 강조? 답답한 주제네바 대사

홍익대 법과대학 조은경 교수가 나선 한국NGO대표단의 구두발언(Oral Statement)은 한국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조사에 임해 준 특별보고관의 노고를 격려하며, 한국정부는 특별보고관이 권고한 공무원들의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을 위해 노력해야하며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이 역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도 촛불집회 이후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였으며 2008년에 46명이던 국가보안법 위반자의 수 97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을 예로 들며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권고 했다.

특별보고관의 발표 이후, 발언 기회를 얻은 주제네바 대표부 박상기 대사는 "한국은 기본적 인권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표현의 자유 보호와 증진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표현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9조 3항에 규정된 국제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정부는 국민의 다양한 정치적 견해에 대한 표현을 보장해 왔으며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대중의 참여를 독려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특별보고관의 보고서는 균형 있는 평가가 결여된 특별한 사례들만을 강조하여 한국의 표현의 자유 수준을 잘못 인식하게 하고 있고, 특별보고관이 한국 정책의 긍정적 측면을 인식하지 못하고 특정한 출처로부터 나온 주장들만을 편파적으로 채택해 한국의 표현의 자유 상황을 편향되게 평가했다며 유례없이 공개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박대사의 발언을 들으며 인권활동가의 한사람으로 참으로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의 인권사회단체들의 비판과 의견에는 진작 눈과 귀를 막은 한국 정부가, 이제는 UN의 지적과 권고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이제는 분노를 넘어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었다.

박 대사의 발언은 분명 외교통상부의 확인을 받았을 것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이고, 유엔 인권이사회가 창립될 때부터 이사국의 지위를 유지해 온 국가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한국이 OECD의 일원이며, G20 의장국이라는 사실을 자랑하기 위해 홍보물을 쏟아내고 '억지' 자랑스러움을 강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인사들이 하나의 국가가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비극이다.

▲ 한국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려고 방한한 프랭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지난해 5월 1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표현의 자유 실태 조사결과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아무 잘못이 없다?

수십 년간 UN에서 오고간 모든 이야기들에 대해 꼼꼼히 알지는 못하지만 UN의 권고를 이토록 정면으로 거부하며 무시하는 국가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은 없다. 간혹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독재자들이 이성을 잃고 황당한 발언을 했다는 해외토픽 뉴스를 본 기억은 있지만, 스스로를 민주국가이고 국제사회의 '리더'라고 자부하는 국가에서는 하지 않아야 할 말을 했다는 것이 제네바에서 만난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박 대사의 발언을 한 문장을 정리한다면 "한국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잘하고 있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 두 사람이 한 이야기를 듣고 사실을 왜곡하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을 신뢰하지 말라" 쯤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UN 외교 무대에서 경악을 금치 못할 발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한국의 인권수순이 수직으로 추락했다는 것은 정부 실무자들도 마지못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장관이 공중파 방송 피디와 작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국정원이 시민단체의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법원에서 이미 무죄를 선고 했고 국내외의 비난도 빗발쳤지만 정부의 사과를 받기는커녕, 피디는 좌천이 되고 시민단체에는 더 이상 기업이 후원을 하지 않는다. 경범죄로 5만 원짜리 스티커 한 장 발부하면 차고 넘칠 '쥐그림 포스터'를 그린 대학강사에게는 검찰 공안부에 의해 철저히 조사당하고 결국 무거운 벌금형으로 형사처벌을 선고 받았다.

참가했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집회사진 한 장을 들이대며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재판정에 세우고, 이런저런 이유로 하루가 멀다하고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의 단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한다. 홈페이지에 누군지도 모르는 이가 올린 글을 당장 삭제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고 홈페이지를 폐쇄하겠다는 '법률에 근거한' 협박을 들어야 하고, 세계가 알아주는 유명 대학 교수가 쓴 책은 광화문 대형서점에서 10만부가 팔려도 군인들은 절대 읽으면 안 된다.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나쁜 짓을 했다고 인터넷에 글을 쓰면 명예훼손으로 감옥에 가고, 잘못된 정책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면 선거법 위반으로 수백만 원의 벌금을 부과 받고 피선거권을 제한받는다.

이러한 사실들도 사실이 아니라고, 잘못된 정보에 의한 편향된 의견이라고 주장할 것인지 궁금하다. 도대체 왜 이 정권과 관료들은 들을 줄 모르고, 인정할 줄 모르고,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가. 특별보고관이 공식 발표한 딱 스물두장의 보고서를 위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단 3분 동안, 후퇴하는 한국 표현의 자유 상황을 알리고 호소하기 위해, 수십 명의 인권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이 지난 2년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새벽까지 토론하고 회의하고 글을 쓰고 자료를 모았다.

남은 1년 반 꾹 참고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가

십시일반 쌈지 돈을 모아 10만 킬로미터 멀리 제네바로 날아왔고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직원들을 만나 "제발 유엔의 권고를 한국정부가 듣는 시늉만이라도 할 수 있게 본부에 진지하고 심각하게 의견을 전해 달라"는 호소도 했다. 더 이상 어떻게 하면 우리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까. 우리가 활동을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

국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억압한다고 억압되지 않는다는 것을 역사 속에서 이미 확인 않았는가. 국민을 통제하고 억누르는 정권이 아름답게 마무리 된 적이 인류의 역사 속에 있는가 말이다. 대통령이 만든 유행어 중에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은 장사도 해봐서 알고, 노점상도 해 봐서 알고, 서울시장도 해 봐서 알고, 기업도 해 봐서 달 잘 아는데, 아마 인권침해는 당해보지 않았나 보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해 본 적은 없나 보다. 국가인권위원장을 해보지 않아서 아무나 해도 되는지 알았나 보다. 지금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대통령과 이 관료들의 변화를 기대하며 노력해야 하는가. 아니면 남은 1년 반 꾹 참고, 그 다음을 기약해야하는가. 진심으로 답답하고 걱정이다. 하고 싶은 '말' 하고, 하고 싶은 '짓' 하고, 쓰고 싶은 '글'을 써도 되는 세상은 언제나 올 것인가? 대한민국 정부여, 한반도 남녘에 제발 표현의 자유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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