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국제인권네트워크, 포럼아시아 등이 주최한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4박 5일 일정으로 방한한 프랑크 라 뤼 특별보고관은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초 한국의 언론 관련 상황이나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도록 한국 공식 방문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크 라 뤼 씨는 이날 한국의 언론 상황에 대해 "한국 인권 상황 조사를 위한 공식 방문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인 언급은 힘들다"면서도 언론인 대량해고 사태, 이메일 압수수색, 인터넷 게시물 삭제 등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 YTN 기자 6명이 해고되고 각 언론사에서 정직, 감봉 등의 중징계가 이어지는 등의 사태에 대해 "일반적인 관점에서 말하면 대량 해고와 해직은 (표현의 자유에) 부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다. 검열의 한 형태일 수 있다"며 "온두라스에서는 카메라 기자나 리포터, 기자, 편집장에 대한 인권 침해 등이 일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언론인들은 인권침해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메일 압수수색, 인터넷 게시물 삭제' 등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몰라서 멘트하기가 힘든 문제"라면서도 "기본적으로 검열 없이 공동 공간에 정보를 게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 유엔 특별보고관은 "내년 한국 공식 방문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
지난 3일 간의 프랑크 라 뤼 특별보고관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 모임 등 국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인권단체 관계자를 만났다. 이날 기자간담회 전에는 외교통상부 관계자를 만났고 간담회 이후엔 국가인권위원회 등도 방문했다.
프랑크 라 뤼 특별보고관은 "지난 3일간 한국을 방문해 보니 기본적으로 좀 더 시간을 가지고 한국 상황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며 "(공식 방문을) 이전에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식 방문은 앞으로 한국 정부와 논의해 진행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보통 1년에 (국가를) 두 차례 공식 방문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상징적이고 다른 나라에 많은 교훈을 줄 수 있는 나라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정보기술이 발달되어 연결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의사표현의 자유에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국 상황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지난 8월 28일 한국 이명박 정부의 표현의 자유 억압실태에 관한 의견서를 유엔에 제출했고 9월 2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및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에게 용산 참사 등 5건이 인권침해 사례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참여연대는 실태조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내가 좌파 단체만 만난다고? 심각하게 유감스럽다"
한편 이날 프랑크 라 뤼 특별보고관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이 자신의 국내 행보를 두고 '편향적'이라고 비판한 것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한 신문사에서 내가 이번 한국 방문에서 좌파 단체들만 만난다는 코멘트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심각하게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방문은 학술적 차원에서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심포지엄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려대에 가서 교수들과 학술인도 만났고 외교통상부, 국가인권위원회 등도 방문했거나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되도록 많은 사람과 만나고 싶고, 멘트를 했던 신문사와도 만나고 싶다"며 "그런 멘트를 하기 전에 나에게 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에둘러 유감을 표명했다. <동아일보>는 14일자 사설에서 "보고관이 불법 폭력 집회를 주도하거나 옹호한 사람들의 얘기만 듣는다면 특별보고관의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황필규 국제인권네트워크 활동가는 "일부 언론의 허위 왜곡보도로 (보고관이) 한국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줘서 감사하다"며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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