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 라 뤼 보고관은 서울 여의도 MBC 사옥 회의실에서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 및 YTN 해직 기자, 이근행 언론노조 MBC 본부장, 송일준·이춘근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 등을 만났다. 이날 면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국의 언론 자유 후퇴한다는 느낌"
그는 방한 전 전국언론노조 등으로부터 <PD수첩> '광우병 편' 고소 등에서 현재 파업으로 이어지는 MBC 사태, 정연주 전 사장이 해임되고 이명박 대통령의 특보 출신이 사장으로 취임한 KBS 사태, 역시 특보 사장이 취임해 YTN 기자를 강제 해임한 YTN 사태, 미디어 관련 법 사태 등을 보고서 형식으로 전달 받았다.
그는 이날 면담에서 주로 한국 상황에 대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들었고 "제네바에서 받은 정보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의 다양성이고 국민 개개인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프랑크 라 뤼 보고관(사진 아래 오른쪽)이 우장균 한국 기자협회장,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 송일준, 이춘근 피디 등을 면담하고 있다. ⓒ언론노보 |
배석한 언론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프랑크 라 뤼 보고관은 "미디어 관련 법이나 공영 방송의 민영화 움직임 등을 볼 때 보수 언론과 재벌의 겸영 허용 등이 언론의 다양성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어서 우려스럽다"면서 "아무리 민영 방송이라도 주파수는 공공의 영역인 만큼 공공성이 강조되어야하고 정치 권력, 자본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가나 공무원은 명예 훼손 등을 이유로 언론이나 시민을 고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가나 공무원은 시민과 언론의 비판에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권력의 언론에 대한 기소 자체가 위험하고 문제다"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 활동 왜곡할까 우려된다"
한편, 프랑크 라 뤼 보고관은 일부 언론에 의해 이번 조사 활동이 왜곡될 가능성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보고관의 비공식 방문 당시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법무부가 프랑크 라 뤼 보고관의 면담을 거부한 것 등은 무시한 채 "좌파 사람만 만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고, 당시 보고관은 이 사설을 두고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프랑크 라 뤼 보고관의 이날 면담 역시 일부 언론에 "보고관이 MBC 파업 현장에 방문했다"고 보도됐다. 이날 면담은 언론노조가 ''MBC 사옥에서 만나자'고 요청하고 프랑크 라 뤼 보고관이 승낙하면서 MBC 사옥에서 이뤄졌다. 프랑크 라 뤼 보고관이 도착했을 때 MBC 사옥 앞에서는 'MBC 지키기' 촛불 집회가 진행 중이었다.
프랑크 라 뤼 보고관은 언론노조의 장소 요청에 흔쾌히 승낙하면서 "일부 언론에 의해 조사관의 활동이 왜곡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서 그는 MBC 사측에도 면담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보고관은 이번 방한 기간 중 국무총리실, 외교통상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법무부 등의 정부 부처 및 국가인권위원회, 국회, 법원,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면담할 예정이다.
이날 면담에서 프랑크 라 뤼 보고관은 "오늘 오전 외교통상부를 방문해 방한 기간 중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며 "(만약 만날 수 있다면) 표현의 자유와 인권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어떤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방문 결과는 공식 보고서로 작성돼 향후 유엔 인권이사회와 총회에 보고될 예정이며 이 보고서는 1년쯤 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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