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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고 싶어 2년 기다렸는데 해고로 뒤통수"

이소영 단장이 해체한 합창단, 또 다시 거리로 내몰린 판

"2년 전에는 광화문에서 마이크를 잡았지만 지금은 대학로에서 이렇게 마이크를 잡게 됐습니다. 다시 거리로 나오게 된 게 가슴 아프고 애석합니다."

공공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장이기도 한 문대균 나라오페라합창단원은 이렇게 말하며 말끝을 흐렸다. 마이크를 잡은 문 씨의 얼굴은 어두웠다. 2년 만에 다시 거리로 나온 그였다. 그는 2009년 3월,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에 의해 해체된 국립오페라합창단의 단원이었다.

해체 당시 문 씨는 다른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과 함께 해체에 반대하며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매일같이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다. 시민단체와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탄원서 및 성명서도 줄을 이었다.

이소영 단장은 예산상의 문제와 오페라단 규정에 없는 직제라는 이유로 국립오페라합창단을 해산시켰다. 하지만 내부 구성원은 물론 문화·예술계에서도 이를 납득하긴 힘들었다. 국립합창단이 있지만 오페라 합창은 일반 합창과 다르고, 국립합창단이 현실적으로 오페라 일정까지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오페라 공연을 하는 합창단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것이다. 해외 유수의 오페라 합창단에서도 탄원서가 쏟아졌다.

그렇게 갈등을 빚다가 문 씨를 포함한 단원들에게 새 보금자리인 '나라오페라합창단'이 만들어졌다. 2009년 4월부터 일을 시작해 올해로 만 2년째 이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런 문 씨가 2일 대학로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가 주최한 나라오페라합창단 정상화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그가 2년 만에 다시 거리로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 2008년 8월 오페라단 단장으로 임명된 이소영 씨는 그해 12월 "규정에 없는 합창단을 운영할 수 없다"며 해체를 통보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 간 합창단에 몸을 담아 온 42명의 합창단원은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합창단 존속을 요구했고 이들의 싸움은 사회적 이슈가 됐었다. ⓒ프레시안(여정민)

"2 기다렸는데…돌아온 건 해고"

"오페라 전문합창단의 필요성을 인지한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오페라합창단 사태 해결을 위한 임시적인 해결책으로 우선 3년간 단원 50명, 재정 5억 원의 합창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이 기간 안에 13억2000만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3년 뒤 안정된 직제의 합창단을 만들어 줄 것을 약속했어요."

문대균 씨는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와서는 언제 그랬냐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3년간 임시적으로 운영한다고 했던 합창단이 현재 문대규 씨가 일하고 있는 나라오페라합창단이다.

그나마 임시방편으로 만든 나리오페라합창단도 노동부의 일시적 지원으로 운영된 사회적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문화관광부 예산은 일체 없었던 셈이다. 문 씨는 이곳에서 일하며 한 달에 약 80만 원을 받았다. 연주수당은 회당 8만 원이었다. 국립합창단의 연습실 사용시간에는 있을 곳이 없어 야외에서 대기를 해야만 했다.

그래도 문 씨가 이곳에서 버틴 이유는 3년 뒤 안정된 직제의 합창단을 만들어주겠다는 문화부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근무 조건 속에서도 아무 불평 없이 지난 2년 간 공연에 충실히 전념했다. 2009년부터 2011년 4월까지 각종 음악회와 국립오페라단의 공연 등을 성실히 이행해왔다.

그러던 중 2011년 4월 19일 노동부와의 계약이 만료됐고 다음 해 재계약 연장이 무산됐다. 문 씨는 "알아본 바에 의하면 노동부가 더 이상 합창단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문화관광부에 통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문화부에서는 나머지 1년 기간 동안 계약을 이행한다고 약속했다. 다만 조건이 붙었다. 문화부에서는 나라오페라합창단 활동을 '1년간만 한시적으로 하겠다'는 것과 '1년 뒤 계약이 종료되면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단체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약서 서명을 강요했다.

문화부는 확약서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재계약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금까지도 고수하고 있다. 문 씨 등은 이러한 조치를 두고 세 차례 문화부와 면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문화부의 입장은 완고했다. 2012년 이후 안정된 직제의 합창단을 만들어주겠다는 이야기도 아예 사라졌다.

"각종 비리 저지른 자가 합창단을 해체"

문대균 씨는 "문화관광부에서 3년 뒤 정식 합창단을 만들어주겠다는 약속만을 믿고 지난 2년을 버텼는데, 이제와서 그 합의를 깡그리 무시하고 우리에게 확약서를 강요하고 있다"며 "한 마디로 뒤통수를 맞은 꼴"이라고 한 숨을 내쉬었다.

문 씨는 "2년 전 우리에게 약속을 했던 담당 공무원, 심지어 장관까지 바뀌었다"며 "바뀐 공무원들이 하는 말은 하나 같이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다, 들은 바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게 대한민국의 수준인 듯싶다"고 분노했다.

문 씨는 지난 4월 19일자로 사실상 해고된 상태다. 문화관광부에서는 확인서에 사인만 하면 재계약을 해주겠다고 하지만 그것만은 도저히 할 수 없는 문 씨다. 손바닥 뒤집기 식으로 말을 바꾸는 정부에 더 이상 당할 수는 없다는 것.

현재 문 씨를 포함해서 사인을 하지 않은 단원들은 부당해고구제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또한 예술의 전당 연습동으로 매일 아침 출근 투쟁을 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애초의 발단은 자격도 안 되는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됐어요. 이 단장이 취임해서 제일 먼저 한 게 우리를 자른 것이예요.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사람이 제일 먼저 한 짓이죠. 절대 수긍할 수 없습니다. 다시 되돌려야 된다고 생각해요. 합창단으로 돌아갈 때까지 싸울 겁니다."

문 씨가 다시 거리로 나온 이유였다.

문화부 "약속한 적 없다"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3년 전 3년 동안 합창단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것은 맞지만 이후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투자하겠다는 발언은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문화부로부터 구두약속을 받았다'는 문 씨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당시 담당자가 바뀌어 알 수 없다"고만 말했다. 그는 "합창단 유지를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한데, 국회에서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인건비를 줄 여건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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