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을 어기고 친동생이 근무하는 회사를 공연 에이전시로 정했고, 문제가 되자 새로 계약관계를 맺은 업체의 대표는 친동생의 '사장님'과 같은 인물이었다.
뿐만 아니다. 이 단장은 개인 미용실 비용까지 법인카드로 사용하는 등 판공비를 한도 이상으로, 내역까지 제 멋대로 사용해 문제가 됐다. 국립오페라 합창단 해체 뿐 아니라 전 단장 시절의 직원들에게 보복 인사를 한 것도 밝혀졌다.
경영 능력도 의구심을 살 정도다. 이 단장이 온 뒤 국고지원금은 2배로 늘었지만, 유료 관객수나 공연수입금은 외려 줄어들었다.
야당 의원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이 단장을 해임하라"고 요구해 왔으나 문광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규정 어기고 동생 근무 회사에 4억여 원 외주
▲허위경력 파문을 빚고 있는 이소영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취임 이후 각종 전횡을 저질렀던 것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뉴시스 |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이미 "이 단장이 취임 후 <살로메>,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등의 오페라를 준비하면서 기획사 'MCM유럽'과 거래를 하고 그 대금으로 총 4억993만 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이 단장은 과거에는 없던 국내 체류일에 비례한 '일비' 개념을 부활시켜 비용은 대폭 늘어났다.
이 회사와의 거래가 문제가 되자 이 단장은 지난해 9월 'MCM유럽' 대신 '엠티피인터네셔널'로 거래 업체를 바꿨다. 문제는 이 두 회사의 대표가 같은 인물이라는 점이다. 최 의원은 "사업자등록증에 명시된 사무실을 찾아가 보니 건물 안내판과 사물함 등에 모두 두 회사가 6층의 같은 사무실을 쓰는 것으로 표시됐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오페라단과 새로 거래를 시작한 '엠티피인터네셔널'이 동생이 다니고 있는 회사와의 거래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만든 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오페라단은 지난해 9월부터 <사랑의 묘약>, <송년갈라>, <이도메네오>, <맥베드> 등의 공연 에이전시로 이 회사를 정했다.
이 단장 측은 "엠티피인터네셔널과 'MCM유럽'이 대표가 같다고 해서 같은 회사로 볼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판공비 월 95만 원 한도인데, 230만 원 사용"
월 95만 원 이내로 제한된 업무추진비, 이른바 판공비를 한도보다 훨씬 많이 사용한 것도 이미 지난해 문제가 됐었다. 2009년 1월 이 단장의 업무추진비는 230여 만 원, 2월에는 171만 원이었다. 모두 정해진 한도의 2배가 넘는 액수다. 사용내역 가운데는 미용실 비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판공비 과다 사용 지적에 대해 이 단장 측은 "판공비는 월 단위가 아니라 1년에 걸쳐 정산되는 것으로 상황에 따라 많이 쓸 수도 적게 쓸 수도 있다"고 반박했었다.
수상한 거래와 판공비는 논란의 꺼리지만, 분명한 것은 이 단장 취임 이후 오페라단의 경영 지표는 더 나빠졌다는 점.
이 단장 취임 후 공연 제작비 뿐 아니라 광고 제작비도 대폭 늘어났다. 전임인 정은숙 단장 때 제작된 작품 <아이다>의 광고비는 400만 원, <라보엠>은 600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단장이 올린 작품 <피가로의 결혼>은 광고비만 2347만 원이 들었다. <마술피리>도 2328만 원을 광고비로 썼다.
공연 수입금도 전임 단장 시절에 비해 급감했다. 정은숙 단장 시절 공연수입금은 5억1900만 원이었으나 이 단장이 온 뒤에는 2억4000만 원으로 줄었다. 유료 좌석 점유율도 정 단장 시절 65%에서 47%로 대폭 감소했다. 도덕성 뿐 아니라 단장으로의 능력을 의심해볼만한 대목이다.
"전 단장 때 직원 9명 중 6명이 퇴사…보복인사 단행"
직원들과의 불화도 끊이지 않았다. 2009년 오페라합창단을 끝내 해체시켰을 뿐 아니라 이 단장은 정은숙 단장 시절의 직원들에 대한 보복인사를 단행했다.
최문순 의원은 21일 "정 전 단장 시절 직원 9명 가운데 6명이 개인사유로 퇴사하고 단 3명만이 남아 있으며 현재 남은 직원도 팀장을 팀원으로 강등시키는 등 퇴사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례로, 2000년부터 오페라단에서 일했던 H 씨는 창단 멤버이며 경영관리 팀장이었지만 이 단장이 취임 후 팀원으로 강등시켰다.
본인이 해체시킨 국립오페라합창단과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합창단 해체에 대해 문광부와 오페라단은 국립합창단 안에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고 이들이 여기에 참여하면 모든 오페라공연에 참여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 단장은 이들을 위해 국립오페라단 내에 연습실을 마련해주겠다는 합의서도 썼다. 그러나 이 단장은 연습실도 만들어주지 않아, 단원들이 로비에서 대기해야 했고 15개의 작품 가운데 4개에만 이들을 참여시켰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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