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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임기 말 되니 내 말을 안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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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임기 말 되니 내 말을 안 듣는다"

언론사 간부들과 비공개회동…"내가 뭘 잘못했는지…"

노무현 대통령이 일부 언론사 간부들을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지지율 고민은 거의 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한다"면서도 "(집권 말기에 16%대로 떨어졌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비해) 그래도 내가 더 나은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노 대통령은 "임기 말이 되니 사람들이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레임덕을 고민하면서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꼽아봐라"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 미해결…다음 정권도 마찬가지일 것"

<문화일보>는 18일 신문을 통해 "지난 13일 일부 언론사 간부들이 대통령과 만나 2시간 30분 동안 오찬 대화를 나눴다"며 주요 대화록을 보도했다. 청와대 역시 이 회동을 시인하면서도 "비공개로 이뤄진 행사라 내용을 일일이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몇 가지 보도내용에 대해서만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개혁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렵고, 기존 정책들을 관리만 할 생각"이라고 말했고 "이를 대국민 선언 형태로 발표하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 발언 내용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대국민선언을 검토한다는 것 등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신문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양극화, 비정규직, 소득재분배 문제는 진전을 봤지만 해결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다음 정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율 19%라도 전임 정권보다는 낫다"

노 대통령은 "요즘 다음에 누가 오든 잘 해봐라 하는 식의 고꾸라진 마음과 잘해서 물려줘야지 하는 펴진 마음이 반반"이라며 "왔다갔다 하는 게 사실이지만 정부 관리만큼은 단단하게 하고 있다"고 말해 복잡한 심사를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전임 대통령 집권 후반기 시절의 지지율과 자신의 지지율을 비교·설명해 가면서 "요즘 내 지지도가 19%라고 하는데 전임자들보다는 낫다"며 "내 집권기에 생긴 문제는 성인오락실·상품권 문제뿐인데, 성격이 청와대가 직접 다룰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권력형 비리가 터져나와 급격한 레임덕을 맞았던 지난 정권들과 달리 현 정권은 권력형 비리가 나올 가능성이 없고 따라서 레임덕도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일관된 주장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와 관련한 비판이 많아 국책연구원에 글을 좀 써보라고 했는데 그러나 아무도 나서지를 않더라"며 "주변 사람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며 내 임기는 이제 다 끝났다"는 식의 발언을 해 레임덕에 대한 강박을 드러냈다.

"미국이 25개국 가운데 한국을 선택해 FTA 시작"

이에 대해 청와대는 처음에는 "아예 그런 취지의 말씀은 없었다"고 부인하다가 다시 "'아무도 내 말을 안 듣는다'고는 말하지 않았다"고 정정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작통권, 한미 FTA, 미일 관계 등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이야기 했지만 대북 문제에 대해서는 고충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 및 6자 회담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좌절감을 느낀다.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 차기에 넘겨줄 수밖에 없다"며 "북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빗나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북핵 문제의 교착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 말은 있었지만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말도 당연히 했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북한과의 대화는 공식적인 통로가 가장 정확하다. 그동안 비공식적인 통로도 시도해 봤으나 성과가 없었다"며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만한 통로"라고 덧붙였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미국과 다 이야기가 돼서 하는 건데 일부 보수 언론들이 10년 전과는 다른 논리를 바탕으로 공세를 취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며 "작통권을 넘겨받더라도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는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선택"이라며 "미국이 25개 국으로부터 FTA를 제의받았지만 한국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우리 정부의 고충을 이야기하고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대화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부시 대통령이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명무실한 비공개약속…레임덕 시작?

한편 대통령과 비공개 오찬 간담회에는 <경향> <서울> <한겨레> <한국> 등 4개사 논설위원급 간부 6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해당언론사는 비보도를 약속했고 해당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도 만남 자체를 알지 못할 정도로 보안이 유지됐지만 결국 참석도 안 한 다른 언론사의 취재로 내용이 공개됐다.

이제 오찬간담회에 참석했던 언론사들도 <문화>의 보도로 비보도 약속이 깨진 것으로 보고 추가보도에 나설 뜻을 밝혀 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더 자세히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노 대통령이 공개 일정을 줄이는 대신 의원들을 포함한 각계 인사들과 비공개 일정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비공개 모임에서 대통령이 마음을 놓고 털어놓은 특유의 직설적 언사들이 며칠만 지나면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레임덕이 시작됐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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