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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전 안전하다? 日 원전 사태가 지진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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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원전 안전하다? 日 원전 사태가 지진 때문인가?"

일본 원자력 전문가 장정욱 교수 "후쿠시마 2호기 심각한 상황"

일본 대지진과 지진 해일(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가 연달아 폭발하는 등 대규모 방사능 누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수소 폭발을 일으킨 1호기와 3호기에 이어 2호기는 해수 주입 실패로 약 4m 길이의 연료봉 전체가 드러난 상황. 1, 3호기에서 진행됐던 '노심 용융'을 넘어 연료봉 전체가 녹아내리는 '노심 용해(melt down)'도 우려되는 상황인 것.

일본 원자력 전문가인 장정욱 마쓰야마 대학 교수(경제학부)는 14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처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보도대로 냉각수가 하나도 없다면 원자로는 고온에 녹아내릴 것"이라며 "원자로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그런 가능성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2호기 외에도 이날 오전 11시께 수소 폭발을 일으킨 3호기를 두고도 "우라늄 과 함께 플루토늄도 원료로 쓰는 원자로"라며 "플루토늄이 들어있는 연료를 사용할 경우에는, 사고시 농축 우라늄만을 연료로 사용한 경우보다 피해가 약 2배 정도 커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사용한 바닷물이 원전 시설뿐만 아니라 주변의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았을까 우려된다"며 공기 중으로 흩어진 방사능 오염 물질의 문제뿐 아니라 바닷물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도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오염 제거, 피해 보상 등 이번 사태를 기본적으로 정리하는 데만 최소한 2년, 폭발한 원자로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에는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봤다.

그는 정부 등에서 '한국의 원자로는 후쿠시마의 원자로와 달라 안전하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연이은 폭발은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 때문이 아니라 쓰나미 피해로 모든 전원이 끊어지면서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한국에서도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으면 똑같은 사고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상 상황에서 전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제어봉이 정확히 삽입될 수 있는가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장정욱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프레시안 :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 1, 3호기에 이어 2호기가 위험하다는 보도가 나온다. 어떤 상황인가?

장정욱 : 14일 상황을 봐서는 2호기가 굉장히 위험한 상태에 처한 것 같다. 2호기는 바닷물을 주입하는 펌프 이상으로 원자로에 물이 들어가지 않아 4m에 달하는 연료봉이 전부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사고가 났을 당시 3기는 정기 점검 중이라 정지되어 있었고, 7개 중에 6개가 냉각수가 모자라서 문제였다. 그중 제1원전 1, 3호기는 부분적으로 노출이 되어 일부가 '노심 용융' 상태에서 수소 폭발을 일으켰는데 2호기의 경우 연료봉 전체가 드러났다면 연료봉이 모두 녹는 '노심 용해' 등 심각한 상황이 우려된다. 이 경우를 생각하고 싶지 않으나 원자로 폭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일본에서 필사의 대책을 취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사고 및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싶다.

프레시안 : 3호기가 1호기에 이어 폭발을 일으켰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봐야할까.

장정욱 : 1호기와 같이 3호기도 수소 폭발로 외벽의 건물이 붕괴됐으나 3호기가 피해가 더 크다. 1호기는 지붕 부분만 붕괴됐는데 3호기는 밑에서부터 무너져 벽까지 다 내려앉은 상태다. 핵연료봉이 냉각되지 않으면 연료봉을 감싸고 있는 피복관의 지르코늄(Zr)합금의 온도는 섭씨 700~800도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수증기와 반응해 수소를 발생시킨다. 원자로와 무너진 외벽 사이의 공간에 수소가 차있다가 폭발하여 무너진 것으로 보면 된다. 수소는 전체 부피의 14% 이상을 차지하면 산소와 반응하여 폭발하는 성질이 있다.

프레시안 : 3호기의 경우 연료에 플루토늄이 쓰인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큰 데. 플루토늄을 사용하는 3호기 폭발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 일까?

장정욱 : 3호기는 농축우라늄의 핵연료와 함께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섞은 '혼합 산화물(MOX : Mixed Oxide)' 즉 우라늄-플루토늄 혼합 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수로 핵연료는 농축 '우라늄 235' 3~4.5%와 '우라늄 238' 97~95.5%를 섞어 연료를 만드는데, 우라늄-플루토늄 혼합 연료는 플루토늄 6~8% 정도와 나머지는 우라늄 238로 채운 것이다.

일본이 재처리에서 나온 플루토늄을 고속증식로(FBR)의 핵연료로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원형로 몬쥬의 고장으로 플루토늄이 쌓여 가고 있다. 핵무기 개발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재작년 12월부터 궁여지책으로 플루토늄을 경수로의 핵연료로 사용하려는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고가 난 3호기는 일본의 원전 54기 중에서 3번째의 원전이나 비등수형 경수로로서는 최초이며, 핵연료봉 다발 548개 중에 32개가 플루토늄을 섞은 연료다. 보통 원자력 발전기는 2년을 사용하고 3분의 1씩 연료를 교체하는데 3호기는 작년 8월 3분의 1의 연료를 교체했고 그 중 6분의 1가량이 플루토늄을 섞은 연료였다. (☞관련 기사 : 고속로의 결정적 약점, 플루토늄 대량 생산)

플루토늄이 들어있는 연료를 사용할 경우에는, 원전 폭발 사고시에는 농축 우라늄만 연료로 사용한 경우보다 피해가 약 2배 정도 커지는 경우가 많다. 우라늄보다 독성이 높은 플루토늄의 양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피해가 약 2배 정도 커지는 것이다. 참고로 플루토늄에서 다른 물질로 변한 것들의 영향도 있다.

프레시안 : 미국 <뉴욕타임스> 같은 경우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부지 곳곳에서 사용 후 핵연료가 임시 처분되어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 위험 가능성은?

장정욱 : 발전소 부지 지하에 있는 수조에 사용후 핵연료를 30~50년 간 보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7월 니가타현 가시와사키 가리와 원전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 수조가 지진으로 흔들리면서 방사능으로 오염된 물이 넘쳐 나온 적이 있다. 이번의 사고의 경우, 수조의 물보다는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사용한 바닷물이 원전 시설뿐만 아니라 주변의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았을까 우려된다.

▲일본 북동부 지진 발생 나흘째인 14일 후쿠시마현 후쿠시마 다이이치 제1 원전 3호기 건물이 폭발해 파손된 모습이 위성 영상에 잡혔다. ⓒ뉴시스/AP
프레시안 : 지금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 위험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장정욱 : 한국 언론이 지금 일본에서 원자로에서 노심 용융 및 외벽 건물의 폭발 사고가 난 이유를 지진의 진동에 의한 것이라고 쓰는 것은 잘못됐다. 지진이 나면 제어봉이 연료봉에 삽입되어 핵분열은 자동적으로 정지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소위 '죽음의 재'라고 불리는 핵분열 생성물이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붕괴하는 것이다. 즉, 우라늄의 핵분열은 정지하더라도 계속 열이 나온다.

그 열이 상당히 높아 냉각수로 원자로를 최소한 2주 이상 계속 식혀야 하는데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는 지진으로 전기가 끊어진데다 자체 내의 비상노심냉각장치(ECCS)도 발전기가 쓰나미 피해로 침수되어 움직이지 않으면서 냉각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다시 말해 모든 전원이 끊어지면서 물을 공급할 시스템이 멈춘 것이다. 연료가 녹으면서 온도는 올라가고 높은 온도의 연료봉에 수증기가 부딪히면서 수소를 만들어냈고, 이것이 수소 폭발로 이어진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일본은 바닷물까지 투입하고 있지만 투입하는 물보다 증발하는 양이 많고 또 원자로 상부의 증기 압력 때문에 연료봉을 완전히 잠기게 할 만큼 수심이 높아지지 않고 있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바닷물을 사용하면 원자로는 재사용을 못하는데, 일본은 이러한 피해도 감수하면서 온도를 낮추려 하고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일본 정부에서 전력 공급이 안 되는 상황 등은 대비하지 못했다는 뜻인 듯하다.

장정욱 : 쓰나미로 비상노심냉각장치의 디젤발전기까지 침수되는 상황은 미처 예견하지 못한 듯하다. 일본 언론에서는 일본 정부가 초기에 사태를 너무 가볍게 보아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력이 끊어진 상황이면 외부에서 발전차를 대든, 다른 곳에서 전력을 끌어오도록 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인 추측이나 초반에 사태를 너무 쉽게 본듯하다.

프레시안 : 정부에서는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는 진도 6.5까지 내진 설계가 되어 있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데, 일본의 사태도 내진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냉각 장치의 문제라면 한국도 자유롭지 않은 것 아닌가.

장정욱 : 한국에서 사용하는 경수로는 가압경수형 원자로(PWR : Pressurized Water Reactor)이고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는 비등수형 원자로(BWR : Boiling Water Reactor)다. 비등수형 원자로는 원자로 용기 내에서 냉각수가 끓어 생긴 증기로 직접 터빈을 돌리는 반면 가압경수형 원자로는 비등수형경수로와 달리 냉각계통의 뜨거운 증기가 압력을 가하여 높은 온도의 물을 끓인다. 이 물이 증기발생기 안에서 별도의 냉각계통에 열을 전달하여 증기를 발생시켜 터빈을 돌린다.

BWR은 원자로내에서 발생한 증기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어 있는 반면, PWR은 방사성물질에 오염되지 않는 별도의 냉각계통의 증기로 터빈을 돌린다는 점에서 안전성면의 이점이 있다. 그러나 두 원자로는 원자로내의 구조는 거의 동일하며,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으면 똑같은 사고가 발생한다. 따라서 문제는 비상 상황에서 전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그리고 제어봉이 지진이 나 흔들릴 때 자동적으로 정확히 삽입될 수 있는가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프레시안 :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1호기 원전 수소 폭발 당시 방사능 누출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장정욱 : 비록 아직은 원자로 및 원자로 격납 용기가 폭발한 것은 아니나 누출된 세슘은 원자로 안에 있어야 할 물질로 이것이 누출됐다는 것은 피복관이 일부 파손되었거나 부분적으로 녹았다는 이야기다. 언론 보도에서 이야기하는 '멜트 다운'은 부분적으로 진행 중인 셈이다. 어제 보니 시간당 1200마이크로 시버트에 달하는 레벨이라고. 이는 간단히 이야기하면 일반 시민에게 허용되는 1년 동안의 양이 1000마이크로 시버트다. 한시간만에 1년치 이상을 받는 것으로 엑스레이 검사를 한 시간에 3~4번 정도 받은 것이다. 너무 공포감을 조장할 필요는 없으나 사실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 일본이 이 사태를 수습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장정욱 : 단순하게 보면 원자로 및 시설 내의 오염을 제거하고 또 피해 보상 등의 '기초 정리'를 하는 데만 최소한 2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사고가 난 원자로를 완전 폐기하는 데에는 20년 이상 걸릴 것이다. 러시아 체르노빌 사고의 경우 원자로와 격납건물이 폭발하여 상부가 개방되었기에, 더 이상의 방사성 물질의 배출과 노심 용해를 막기위해 공중에서 납과 붕산이 들어간 물과 시멘트를 계속 부어 완전히 막는 식의 처리가 있었다.

프레시안 : 일본의 원전 확대 정책에도 영향이 있겠다.

장정욱 : 최근 일본이 고속로와 핵연료주기의 적극적인 계획하는 등 원전 확대에 중요한 시기였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최소한 5~10년 간은 현재의 확대 정책은 중지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도 원전 도입이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원래 신·재생에너지의 도입을 확대하면서 원자력 발전에서 손을 떼려고 한다. 또 최근 천연가스가 많이 발견된 미국 역시, 건설을 신청한 사업자 허가를 포기하는 사태가 되었다. 초기투자비의 부담과 석탄/천연가스화력과의 경제성비교가 고려되었던 것이다. 다만 인도와 중국이 워낙 에너지가 모자란 상황이라 원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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