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11일 발생한 강진으로 일부 원전의 가동이 중단되고 방사선에 피폭된 피해자가 나와 충격을 줬다. 이에 국내 환경·시민단체들은 이번 원전 피해 상황을 투명하게 밝히고 한국도 핵발전 확산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녹색연합, 참여연대, 에너지정의행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환경·노동·시민단체 및 진보 정당들은 1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종합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진이 천재(天災)라면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인재(天災)"라며 "세계에서 가장 대비가 잘 되어 있다는 일본에서 일어난 사고는 '안전한 핵발전소'라는 것이 얼마나 허상인지, 자연의 재해 앞에서 인간의 대비라는 게 얼마나 무력한 것이지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일본의 원전 폭발은) 지금 수준으로도 체르노빌 사고와 스리마일 사고에 이은 세 번째의 규모"라며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증기가 중기 중에 펴져 일반 시민들이 피복되었고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원자로는 초대형 규모의 고준위 핵폐기물로 남았으며 원자로를 식히는데 사용된 바닷물이 방사능으로 오염돼 해류를 타고 바다를 오염시키는 등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일본 정부는 사고가 더 커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한편 원전 사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변국과 대책을 공조해야 한다"며 "첫 폭발 이후 공식적인 일본 정부의 확인은 무려 다섯시간이 지난 후였고 주민들의 대피범위 역시 처음 3㎞에서 20㎞로 늘어나는 사이 대응이 늦어 피복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핵발전소의 피해가 해당국가에 국한된 게 아니라 2차·3차 피해를 일으키는 위험한 사고임에도 한국 정부는 원자로 설계방식이 다르다던가, 바람의 반응이 편서풍이라는 등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사고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 하고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행동지침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한국에도 21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고를 계기삼아 핵발전 확대계획을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견문은 "핵발전소가 몰려있는 울진·월성·고리 등 동해안지역도 활성단층 지대가 있어 지진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다"며 "녹색성장으로 포장한 핵발전 확대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현지시각 14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진행된 원전 기공식에 참여했다. 이에 앞서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도 11일 폴란드를 방문해 트로야놉스카 폴란드 경제부 원전전권대표와 면담을 갖고 신규 원전 건설에 관한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한국의 원전 수출 드라이브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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