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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보고도 원전이 안전해?…핵안전 우려 전세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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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보고도 원전이 안전해?…핵안전 우려 전세계 확산

독일, 이탈리아, 영국, 미국서 '경고음'…국내 원폭피해자도 성명

3.11 대지진으로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에서 폭발과 방사능 유출 사태가 일어나면서 핵 에너지의 안전성에 관한 우려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독일에서는 12일(현지시간) 수천 명의 시위대가 핵발전소 가동 시한 연장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였다. 시위대는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 인근 네카르베스트하임에 있는 원전까지 45km 길이의 인간사슬을 만들어 핵발전소 반대를 외쳤다.

과거 사민당(SPD) 정권은 원전 17개 전부를 2021년에 가동 중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현 앙겔라 메르켈 보수 정권은 지난해 발전소 가동 시한을 평균 12년씩 연장했다. 이를 반대하는 이날 시위는 일본 지진 발생 이전에 계획되어 있었지만,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인해 핵발전소에 대한 시민들의 두려움이 커지면서 시위에 새로운 동력이 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2주 후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이번 사태가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야당인 녹색당은 성명을 통해 "후쿠시마 사태는 일본과 같은 기술 수준이 높고 우발적인 상황에 잘 대비된 국가라고 해도 핵발전소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원자력 발전은 매우 위험한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녹색당의 젬 외즈데미르 공동당수는 메르켈 총리가 각 정당 지도자들을 초청해 '원자력 안전에 관한 긴급 영수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민당과 제3야당 좌파당도 발전소 가동 시한 연장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메르켈 총리는 독일에는 아직 핵발전소가 필요하다며 기존의 결정을 옹호했다. 그는 독일이 재생에너지원을 개발할 때까지 원자력 발전은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귀도 베스터벨레 외무장관도 "(일본의 대참사에 대한) 독일의 첫 반응이 선거 때문에 벌어지는 정치 논쟁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 독일 네카르베스트하임 원전 주변에서 열린 인간사슬 잇기 시위 장면 ⓒ뉴시스

이탈리아, 영국, 미국서도 우려의 목소리

이탈리아에서도 일본의 사태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이탈리아는 서방 주요 8개국(G8) 중에서 유일하게 핵발전을 안 하고 있지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의해 핵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가디언>은 또 영국의 낡은 원전을 대체할 10기의 새 원전을 짓겠다는 데이비드 캐머런 내각의 계획에도 이번 사태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정부의 많은 관리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영국 해군이 자신들의 핵추진 항공모함에 있는 원자로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한 며칠 후 일본 사태가 발생해 핵 안전에 대한 영국인들의 걱정이 커질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그린피스 인터네셔날의 장 버라닉은 "각국의 정부는 환경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원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원전 안전성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에너지장관 정책보좌관과 환경부 부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알바레즈는 11일 미국 정책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Studies) 기고문에서 캘리포니아주 산오노프레와 디아블로캐년에 있는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미국에서도 '정치적 쓰나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바레즈는 "두 원전은 규모 7.5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1906년 규모 8.3의 지진이 일어나는 등 캘리포니아는 지진의 위험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25주년이 지난 시점에서 터진 일본의 사건은 핵발전의 위험성을 일깨워줬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해 핵에너지의 안전에 관한 의구심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초산업 시설 전문가인 베냐민 레이흐는 유럽 등지의 정치인들이 핵에너지의 안전 조치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의 핵 감독기구가 얼마나 투명한지가 앞으로 관건"이라면서 "주민들이 원전에 관해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며, 그게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일본의 원자로가 내진 설비는 그나마 갖추었지만 쓰나미가 닥쳐 대체 발전기와 냉각 설비를 못 쓰게 만드는 상황에 대한 대비는 불충분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한국 원폭피해자들 "늦었지만 우리 목소리 들어라"

2차 대전 중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원폭 피해를 입은 조선인들과 그 후손들은 13일 "다시는 방사능에 의한 피해자가 없도록 지혜롭게 대응해야 하는 절실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국 원폭피해자 및 원폭 2세 환우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같이 말하고 "이 땅의 남과 북 어느 쪽도, 일본을 포함한 지구촌 어떤 지역에도 핵으로 인한 방사능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지 않기 위해 전쟁 없는 세상과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과 실천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명은 2차 대전 당시 원폭 피해자 70만 명 중 10%인 7만 명이 조선인이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7만 명 중) 4만 여명이 즉사하고, 겨우 목숨을 구한 피해자들도 각종 질환에 시달리며 한 많은 삶을 이어가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명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피폭당해 고향에 돌아와서도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에도 방치된 채 가난과 원폭후유증으로 한 많은 삶을 살아온 분들, 그리고 고통이 대물림되어 차별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괴로워하거나 희귀난치병으로 고생하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원폭피해자 2세들은 시간이 없고 절박한 상황"이라며 "더 늦기 전에 원폭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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