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1호기와 3호기의 상황은 격납고 안에서 원자로가 녹아내리기 전 단계 혹은 이미 녹고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응급 대책의 마지막 카드인 바닷물을 냉각수로 투입하고 있으나 '노심 융해'를 막을 수 있을지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사고 상황만으로도 원자력 안전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특히 노심을 바닷물로 냉각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원자로의 포기를 감수하고서라도 최악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막겠다는 마지막 카드로 보인다. 그만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상황이 최악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번 사고를 '레벨 4' 이상의 사고로 발표했다.
이 정도면 지난 1986년의 체르노빌 사고(레벨 7)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하면 지난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사고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피폭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15명가량으로 보고 있지만 현지 언론은 90여 명의 피폭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의 경우 현장에 동원된 군인과 요원 등 80만 명 중 30만 명 이상이 피폭 허용치의 500배의 피해를 받았다. 따라서 후쿠시마 사고의 피폭 여부는 시간이 경과하면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장의 사고 수습에 관계된 노동자, 공무원, 자위대원 등에 대한 피폭 우려가 커질 것이다.
▲ 12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1호기 건물이 폭발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원자로가 더 이상 열 받는 것을 막고자 소방차를 동원해 바닷물을 뿌리는 등 노심 융용을 저지하는 데 안간함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
문제는 상황의 마지막 단계로 넘어가는 원자로 중심부의 파괴로 인한 방사능 오염 물질의 확산이다. 한국 정부도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대책을 차분하면서도 신속하게 전개해야 한다. 기상청은 "바람이 주로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불기 때문에 방사능 오염의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매우 안일한 자세다.
현재 바람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불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 일시적인 역류 현상도 있을 수 있다. 재난과 안전 대책은 단 1%의 가능성에도 대비를 해야 것이 기본이다. 정부는 먼저 전국 58개소에 달하는 방사능계측장비를 총동원하여 방사능 확산 여부를 꼼꼼히 모니터링 하고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기상청은 대기 흐름의 변화에 대해서 현재의 수준보다 더욱 치밀하고 상세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한반도 주변의 풍향과 풍속 정보'를 비상 상황 수준에 입각하여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방사능 오염물질은 대기 중의 확산 속도가 일반적 통념보다 빠르기고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기 중에 떠다니기도 한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당시 동유럽을 넘어 서방 진영인 서유럽에 알려진 것은 사고 발생 이후 2주가량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체르노빌의 방사능 오염 물질은 2000㎞ 이상을 날아가서 북유럽과 중부 유럽을 덮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와 한반도는 이보다 훨씬 가깝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한국의 서울까지는 약 1240㎞ 거리다.
우리는 본격적인 방사능 오염 사고를 겪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경우 국민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홍보와 안내가 절실하다. 방사능 오염물질은 반감기가 긴 것도 있기 때문에 단기간의 대책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제부터 국가재난대책에서 원자력 사고 매뉴얼을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방사능 오염 대책의 구체적인 지침과 방지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초·중등학교 휴교령, 외출 자제,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취해야할 사항 등 대비할 수 있는 모든 사항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즉각 알려야 할 것이다.
특히 방송과 통신 수단을 동원하여 방사능 오염에 대한 대비 지침의 교육과 홍보도 검토해야 한다. 또 체르노빌 사고를 직접 겪었던 독일, 스위스, 스웨덴, 노르웨이 등과 스리마일 사고를 겪은 미국의 방사능 오염 사고 대책에 대해서 면밀하게 분석하여 한국의 현실에 응용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방사능 오염사고에 대한 홍보나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와 원자력 산업계가 "원전은 안전하다"라는 전제 위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 사고는 이런 설정 자체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재난과 안전에 대한 정책과 기술에서 세계적 수준의 국가였던 일본이 저렇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라?
이제 우리도 근본적 대책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제부터 국민들에게 방사능의 오염의 위험과 대처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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