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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쓴소리'에 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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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쓴소리'에 대한 기억

[기자의 눈]조순형의 귀환이 환영받으려면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는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다. 그가 정치 일선에 있었던 16대 국회 시절, 회식이나 술자리에서 그의 모습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웬만한 일이 아니면 저녁 7시에는 귀가해 저녁 식사는 가족들과 함께 하곤 했다.
  
  국회에서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은 의원회관 아니면 국회도서관이었다. 언론 인터뷰도 사람들 내왕이 적은 국회도서관에서 잡는 일이 허다했다. 그것도 방송 노출이나 사진촬영 등은 '쇼'로 비칠 것 같아 피하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가까운 의원들조차 농담조로 "식사 한번 함께 하기 어려운 분"이라고 평했다. 조 전 대표 스스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거나 사귀지 못하는 것"을 정치인으로서의 결점으로 꼽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조 전 대표는 지독한 원칙주의자다. '소신'과 '신념' 만큼은 "조선시대 선비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굽힘이 없었다. 반면 '대화와 타협'이 정치의 묘미라는 점에서 이 역시 결점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의 이런 두 가지 면모는 그 자신으로 하여금 정치적 리더십과 거리를 두게 하는 요인이었다. 2003년 11월 민주당 대표로 선출되기 전까지 그는 5선의 관록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당직을 맡은 일이 없었다. 그 뒤 2004년 4.15 총선 패배 직후까지 처음으로 당 대표를 역임했지만 그를 중심에 두고 민주당 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마찰들은 그의 개인적 성격, 정치스타일과 무관치 않았다.
  
  당시 한화갑 의원이 그에게 "총선을 앞둔 정당대표가 저녁 6시에 퇴근하면 당을 어떻게 이끌 수 있겠느냐"고 면박을 준 일도 있었다. 결국 탄핵 역풍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조순형 리더십'은 실패로 귀결됐다.
  
  그러나 조 전 대표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수식어, '미스터 쓴소리' 역시 그의 이런 성품에서 비롯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김대중 정부 시절, 사직동팀 해체를 주장하거나 "1인 지배 정치의 산물"이라며 여야 영수회담 반대에 목청을 높인 것은 '쓴소리'의 유명한 일화다. 또한 2000년 소장파들이 정풍운동을 벌이며 당시 실세그룹이던 동교동계와 대립했을 때, 조 전 대표는 중진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소장파 쪽의 손을 들어준 혁신적 면모도 보였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쓴소리는 이어졌다. 물론 열린우리당과의 분당 전의 일들이다. 노 대통령이 "대통령직 못 해먹겠다"고 하자, 그는 "대통령이 의연하게 대처해야지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하겠느냐"고 비판한 일도 있었다.
  
  '쓴소리'가 '몽니'가 아니려면…
  
  그의 '쓴소리'가 빛을 발한 것은 이처럼 자신에겐 겸손하되 권력 안에 있으면서 권력에 대한 비판에 서슴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7.26 재보선을 통해 재입성한 그에게선 이런 모습은 아직까지 찾기 힘들다.
  
  자신의 당선을 "탄핵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면죄부를 부여한 대목은 '교조'에 가까운 소신처럼 보인다. 언론 인터뷰에서 "다시 법사위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밝힌 법사위 터줏대감답게 탄핵소추에 대한 법적 결과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그 동안의 야인 생활이 개인적으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찬탄이냐 반탄이냐'가 유일한 기준이었던 4.15 총선에서 내려진 민의의 판단도 '정치인 조순형'이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젠 아무리 '반노(反盧)의 화신'이 된다고 해도 그가 권력 내부에 위치하지 않은 이상 '쓴소리'가 아닌 '몽니'로 비쳐질 수도 있어 보인다. 요컨대 그가 노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을 빌미로 '탄핵의 추억'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정치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외부의 평가다.
  
  그 대신 조 전 대표의 전매특허인 '내부로 향한 비판'이 다시금 각광받을 수 있는 곳은 당연히 민주당이다.
  
  정치권에서 그동안 내부 혁신이 가장 부족했던 정당 중 하나가 민주당이라는 평가가 높다. 원내 제3당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제4당인 민주노동당에 비해서도 주목도가 낮았다. 입법과 정책기능이 거의 마비상태였기 때문이다.
  
  정계개편이 비록 예정된 수순일지라도, 오로지 그것에 당의 명운을 거는 정당이 정상적으로 보일 리도 없다. "탄핵 주역의 복귀"에 주목해 민주당과 일부 언론이 만들고 있는 거품을 조 전 대표 스스로 빼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 전 대표는 과거 "국회에 나 같은 사람 한 명쯤은 있어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한 적이 있다. 부패와 무능, 오만으로 뒤얽힌 정치판에 여전히 조 전 대표의 품성은 후배 의원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여지가 많다. 단, 정치공학이나 당리당략은 그 품성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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