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상황에 몰린 열린우리당이 25일 의원단 전원을 소집해 비상회의를 열고 '싹쓸이만은 막아달라'는 취지의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치열한 선거전 중반에 각 지역에서 선거운동에 한창인 의원들을 중앙당사로 불러 모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비상한시기라 선거운동 하루 중단 감수했다"
정동영 의장은 24일 선대위 회의에서 "우리당은 내일 비상한 상황과 시국에 대처하기 위해 전 소속 의원이 선거운동을 일시 중단하고 중앙당에 모여 비상의총을 통해 대국민 호소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5.31 선거는 단순히 지방선거에 그치지 않고 이 땅에 민주세력과 평화세력을 일거에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감이 크다"면서 "소속 의원들과 지혜를 모으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각오를 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비상회의 개최를 확인하며 "회의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흐르는 흐름을 차단하고 다시 반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특정정당에 의해 모든 단체장과 지방의원이 독점되는 싹쓸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 대변인은 "오전 10시에 서울에 모인다는 것은 의원들의 선거운동이 하루동안 사실상 중단된다는 의미"라며 "지금은 비상한 시기이기 때문에 하루 선거운동을 빠져도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더 이상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대변인은 "그 엄중한 탄핵 시기에도 (의석 수의) 균형을 맞췄던 국민들이 지금 이시기에 집권 여당에게 10%를 준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우 대변인은 비상회의 내용에 대한 설명은 피했으나 의원단 전원 명의로 견제론을 당부하는 대국민 호소문 등이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 '내분' 진화용?
열린우리당의 비상회의는 최근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는 당 상황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2.18 전당대회가 끝나고 당이 한 게 뭐가 있느냐"고 정동영 의장 등 우리당 지도부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이에 대해 염동연 사무총장은 "당이 어려워지니까 우리당 후보들까지 지도부를 공격하는 등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집권당의 모습이 아니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염 총장은 "유권자들이 당을 어떻게 볼지 생각하면서 신중한 발언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혜경 노사모 대표가 야기한 '박근혜 대표 성형 논란'은 강금실 후보는 물론 정동영 의장으로부터도 "부적절한 시점에 부적절한 발언이 나와 안타깝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선거전 와중에 소집된 비상회의는 내우외환에 처한 우리당의 다급한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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