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당 의장과 김근태 최고위원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 사건'을 보는 시각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엿보인다. 이와 함께 양측은 박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지방선거 대응전략에서도 작지 않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정동영 '싹쓸이 견제론' vs 김근태 '양극화 책임론'
무엇보다 이번 사건을 규정하는 시각에서 양측이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정동영 의장은 23일 전북지원 유세에서 "불의의 피습", "불행한 일", "선거 와중에 생긴 폭력" 등으로 표현했다. 김한길 원내대표 역시 경기도 지원 유세에서 "선거폭력, 정치폭력"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남양주시 지원유세에서 김근태 최고위원은 이번 사건을 분명하게 "테러"라고 규정했다. 그는 전날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도 "테러와 폭력"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번 사건을 '정치테러'로 규정하는 입장에 열린우리당이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과 적지 않은 시각차다.
또한 정 의장과 김 최고위원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북지역 지원유세에서 정동영 의장은 "전국적으로 보면 90%가 한나라당 판이 된다. 광역단체장만 해도 몽땅 한나라당 차지가 될 판이다"고 '싹쓸이 견제론'을 호소했다.
정 의장은 "대한민국에서 모두가 다 열린우리당에 실망하고 등을 돌릴 때도 전라북도만은 어머니가 못난 자식에 대해 계속 애정과 기대를 버리지 않듯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고 기대를 보내줬다"고 "마지막 기대"를 호소했다.
정 의장은 또 "5.31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완전히 패배하면 정치지형은 혼란해 질 것"이라고 으레 '위기론'을 설파한 뒤 "우리당이 완전히 패하지 않고 한나라당이 완전히 승리했다고 만세를 부르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그 힘으로 통합과 연대의 길에 떨쳐나설 것"이라고 '통합론'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그는 특히 "5.31 선거에서 부패, 수구, 냉전의 과거세력이 대한민국 전체를 휩쓸게 되면 내년 수구정권이 재등장하는 것은 불을 보듯이 훤하다"고 '대선 길목론'도 곁들였다.
반면 김 최고위원은 '싹쓸이'라는 표현을 일체 쓰지 않았다. 내년 대선과의 관련성이나 민주당과의 통합론으로 해석될만한 발언도 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한 것과 맞물려 이를 민주주의의 적으로 대립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김 최고위원은 "박 대표를 테러한 범인이 커터 칼을 휘두르며 '민주주의가 희석됐다'고 말했다는데 어불성설이다. 그저 테러요 폭력일 뿐이다"며 "결코 테러로 민주주의를 쟁취할 수도, 지킬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이룩한 민주주의의 기적은 총과 칼을 앞세운 독재정권의 테러와 폭력에 피와 눈물로 맞서 쟁취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전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건은 개인적 분풀이이고 일종의 정신분열적 행동이지만 사회적 분열을 알리는 경고"라며 "양극화가 심화되면 더 많은 시민들이 칼과 낫을 들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것"이라고 '양극화 원인론'으로 논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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