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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제쳤던 김중수, 'MB 복심'의 위험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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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장하준 제쳤던 김중수, 'MB 복심'의 위험한 행보

[기고] 김중수 한은 총재의 첫 금통위 결정을 보며

예상대로 4월 9일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2.0%로 동결하였다. 연속 14개월 째다. 시장 역시 별다른 동요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결정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준금리 결정은 이미 13개월 동안 계속한 동결을 한 차례 더 지속된 것이기는 하지만,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주재하였다는 측면에서 특별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기준금리만 놓고 보면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신임 총재의 면면을 살펴 볼 수 있는 기회였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환영할 만한 김중수 총재의 금통위?

▲ 9일 첫 금통위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김중수 총재. ⓒ뉴시스
먼저,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정책기조를 살펴보자. 한국은행이 배포한 자료를 보면 "앞으로 통화정책은 당분간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회복세 지속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용하되 국내외 금융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나갈 것임"이라고 되어 있다.

위 보도자료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유지하게 된 배경"이라는 제목 하에 세계경제, 실물경제, 물가, 금융시장 등 네 요소를 결정배경으로 요약 명시하고 있다. 언뜻 보면 크게 무리 있어 보이거나 기존 이성태 총재 시절과 기준금리 결정에 별다른 차이점을 볼 수 없다.

김중수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의 결정 사항에 대한 보다 더 많은 정보를 시장에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기존 한국은행의 결정사항과 업무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를 돕고 신뢰를 획득하기 위한 중앙은행 의사결정의 투명성 제고라는 차원에서 의미 있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스펀 의장 시절 미 연준(Fed)은 정책 결정 내용을 소상히 밝히지 않아 대중과 시장에 그다지 투명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도무지 알듯 모를 듯한 몇 마디 말에 시장과 국민 모두가 궁금해 하고 자의적으로 판단할 뿐이었다. 그러나 버냉키 현 연준 의장은 이와 같은 비밀주의 관행이 의미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기 힘들다며 보다 분명하고 솔직하게 연준의 생각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그런스펀 시절 연준 부의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인 앨런 브라인더(Alan S. Blinder) 교수는 "중앙은행의 의사결정과 이에 대한 공개는 투명하면 할수록 더 좋다"고 했다. 그만큼 국민들과 시장이 의사결정에 오류를 범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중수 총재의 기조는 환영할 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모피아'였을 뿐…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김중수 신임 한은 총재의 '특정한' 신념이 지나치다는 점이다. 내정자 시절부터 줄곧 되뇌어온,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견지하는 것 만큼이나 대통령의 생각 역시 중요하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결국 김중수 총재의 신념의 근저에는 대통령이 있다는 말이다.

크게 보아 무리없는 발언으로 보일 수 있으나 2008년 2월 '국정운용 워크숍'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강만수 씨가 나를 잘 아는 것 같아도 잘 모른다. 오히려 김중수 경제수석내정자가 더 정확히 알지도 모른다"라는 평가를 받았고, "무조건 손들기"라는 별명을 가진 김중수 총재는 대통령 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서는 어울릴지 모르나 중앙은행의 총재로서는 적절한 인물이 아닐지 모른다.

게다가 'MB의 남자들'로 747 비전을 만들었던 강만수, 최중경 그리고 김중수 총재의 복귀는 총재 개인 차원의 영전이 아니라 한국경제를 혼란으로 몰아 넣은 전력이 있는 삼총사의 복귀라는 측면에서 더 부절적해 보인다. 특히 김중수 총재의 이력을 보면 경제 관료들의 집단 정치력 행사로서 영전이 처음이 아닌 것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신기남 전 의원의 개인 기억을 들어보자.

"국민의 정부 시절 일이다. 2002년 8월 경제-사회정책의 싱크탱크(Think Tank)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선발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의 뜻을 받든 장재식 전 의원은 자신의 친아들인 장하준 교수에게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부의 영구교수직을 그만두고 KDI 원장에 취임할 것을 설득하여 지원하도록 한 일이 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냉정한 비판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던 장하준 교수에게는 영구교수직마저 포기해야 하는 문제라서 쉽지않은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경제부처 차관들로 구성된 KDI 원장 선임투표에서는 장하준 교수가 아닌, 김영삼 전 대통령 경제비서관 출신의 시장주의자인 김중수 씨(현 한림대학교 총장)가 선임되었다. 경제 분야는 경제관료들이 지배하던 국민의 정부 시절의 씁쓸한 단편이었다."(신기남, 2007: 250)

국가의 최고결정권자에 대한 신념이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한 오해이다. "극우 사상가들 중에서 가장 명석하며 그래서 가장 위험한 사람"인 독일의 공법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칼 슈미트(Carl Schmitt)는 '지도자(Führer)'란 개념을 통해 지도자와 대중이 무매개적으로 만났을 때 그 폭발력이란 가공할 것임을 지적하며 독일 민족의 극우적 단결을 정당화하였다.

곧 지도자와 대중의 동일화가 슈미트의 지도자 사상의 핵심을 구성하는 한 요소인 것이다. 이 같은 이해는 이후 세계를 비극으로 몰아넣기도 하였다. 남재희 전 장관이 기억하는 김중수 총재는 "경제에 대한 몰이해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념의 과잉을 낳는다"고 하여 남 장관의 무릎을 치게 만든 현명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필자의 입장에서는 김중수 총재가 정치에 대한 몰이해로 현실과 동떨어진 이념의 과잉을 낳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부디 오해이기를!

한국은행이 독립해야 하는 까닭

한국은행은 법리적으로 영조물법인(Anstaltsperson)이라고 할 수 있다. 영조물법인이란 공적 재단법인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특별한 목적을 위해 국가 및 지방공공단체 등 일반 행정조직과 분리시켜 독립채산채로 운영되는 공공단체를 말한다. 이때 핵심으로 설립목적과 재정이 독립적이어야 한다.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 제1조 목적조항에 명시된 바와 같이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1997.12.31, 법률 제5491호) 공공기관이다. 그리고 한국은행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서 이익을 위한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영조물법인으로서 한국은행은 국가 및 지방공공단체 등 일반 행정조직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하며 한국은행업 또한 분리되어 이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은행의 독립성은 한국은행의 설립목적과 관련되어 있는 핵심적인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한국은행은 정치적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앨런 브라인더 교수는 중앙은행업은 그 특성상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통화정책의 특성을 설명한다. 따라서 선출된 정치인들은 다음번 재선에서 유리한 정치적 입장을 견지하기 위해 조급한 마음에 중앙은행을 자신들의 정치적 고려에 따라 움직이게 하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랜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정치적 고려에서 벗어난 중앙은행의 정책이 오히려 대통령의 국정수행표 점수를 올려준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올 6월 2일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맞춰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및 출구전략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몇 안되는 한국은행의 내부 승진 케이스인 이성태 전 총재가 그의 신념과 판단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출구전략의 개시점을 찾지 못한 것은 정치권력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선출되지 않은 총재가 봉사해야 할 대상은 선출된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다. 때론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 증명하기 더 어려운 법이다.

김중수 총재가 해야 할 일

김중수 총재가 관행을 깨고 직접 작성했다는 취임사와 최근의 발언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사안은 대체로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은행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G20 의장국으로서 올해 11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행사에 한국은행의 역할과 한국의 위상을 높이자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위상을 높인다는 것은 한국은행 직원뿐 아니라 우리경제에도 도움 되는 일이다. 특히 중앙은행의 신뢰는 경제 전반에 좋은 기능을 하기 때문에 모든 나라의 중앙은행이 이를 위해 사력을 다한다. 오죽 했으면 'In Fed We trust'(우리는 연준을 믿는다)라는 표현이 등장하였겠는가. (원래 이 말은 'In God We Trust'로 달러에 새겨진 글귀다.)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현재 김중수 총재의 행보는 중앙은행의 총재가 아니라 마치 싱크 탱크의 수장으로서 지휘하는 듯 보인다.

"최고 인재가 모인 중앙은행이 우리나라 경제 문제에 대한 해결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 "한은의 연구결과가 통화정책은 물론 정부의 정책 결정에도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등 발언이 무성하다.

그러나 정작 본연의 책무인 통화신용정책이나 그 외 수단의 사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그건 기본이다" 혹은 "아직 말한 단계가 아니니 6주 후 공개되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참고하라"는 답변은 중앙은행 총재로서 대단히 부절적한 발언이 아닐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질이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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