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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가슴, 조국의 머리, 그리고 윤석열의 손
[김기협의 퇴각일기]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
당 태종(唐 太宗)이 어느 날 위징(魏徵)에게 경의 소원이 무엇인가 물었다. 위징이 서슴지 않고 대답하기를 "신(臣)은 충신(忠臣) 아닌 양신(良臣) 되는 것이 소원이나이다." 충신과 양신이 어떻게 다른 것인가 이어 물으니 대답하기를, 폭군에게 충성하다가 억울하게 죽는 것이 충신이고, 현군을 만나 표 안 나게 묻어가는 것이 양신이라고 했다. 위징은 중국의
김기협 역사학자
2019.09.14 10:07:27
엘리트의 권리, 엘리트의 의무
[김기협의 퇴각일기]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조국 사태'에서 내가 각별히 관심을 가지는 것은 진학 문제다. 떳떳하게 살려고 애를 많이 써온 사람 같은데, 아이의 진학과 관련된 일에는 어떻게 그리도 무심할 수 있었을까? 전혀 몰랐다면, 아비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아마도 그의 자유주의 성향으로 보아, 자기 일 같으면 삼갈 일이라도 아이의 길을 가로막는 짓은 차마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방임한 것 같다
2019.09.07 12:11:04
'천하의 역사'를 바라본다
[김기협의 퇴각일기]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지난 3월 중국 연길에 건너가 5개월 체류를 시작하면서 '퇴각일기' 연재를 시작했다. 하는 일이 줄어드는 과정 속에서 '선택과 집중'의 대상이 되는 좁은 범위를 부각시키는 것이 연재의 의도였다. 연길에서는 사람을 적게 만나고 생활이 단순하기 때문에 '퇴각'의 환경이 확실할 것 같아서 그곳에서 연재를 시작한 것이다. 20여 년간 열심히 글 써서 발표하던 일을
2019.08.31 12:13:27
'해양 세력'은 '평화 파괴 세력'!
[김기협의 퇴각일기]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얼마 전 일기의 어느 댓글에 "해양세력이니 대륙세력이니 하는 용어는 지나간 아날로그시대의 낡은 개념”이라 한 말이 있었다. 눈 밝은 독자가 반갑다. '아날로그시대'는 무슨 뜻인지 몰라도 낡은 개념은 분명하다. 그런데 개념이 낡으면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일까?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대비는 해외 '진출'에 열광하던 시절의 일본에서 즐겨 써먹던 것이다. 서양인의
2019.08.24 11:02:29
중국 '조선족' 사회를 다시 생각한다
[김기협의 퇴각일기] 스물네 번째 이야기
158일간의 연변 체류를 마치고 돌아왔다. 14년 만의 장기체류였다. 작년에도 4개월가량 연변에서 지냈지만 애초에 두 달 정도 지내려고 갔다가 길어진 것이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5개월 체류 목표였고, 때문에 그곳 생활 여건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다. 14년 동안 연변의 생활 여건 변화는 한국보다 훨씬 더 컸다. 변화의 대부분이 좋은 쪽이다. 14
2019.08.17 10:56:38
'종속변수' 된 일본, 어리석은 짓을 해야만 하는 상황
[김기협의 퇴각일기] 스물세 번째 이야기
일본과 긴장된 국면을 몇 주일째 지켜보며 의문이 떠오른다. 두 나라 사이에 오랫동안 지켜져 온 긴밀하고 안정된 관계를 흔드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 힘은 기존의 궤도를 어느 정도 수정하는 선에 그칠까, 아니면 전혀 새로운 궤도로 관계를 옮겨놓을까? '백색국가 제외' 정도가 그 자체로 그리 중대한 사태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그만한 조치가 나올 충분
2019.08.10 00:38:29
만리장성은 왜 북쪽에 있을까?
[김기협의 퇴각일기] 스물두 번째 이야기
화하(華夏)를 천하의 중심으로 보며 사방의 오랑캐를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으로 부른 것은 중국문명 초기부터의 일이다. 사방의 오랑캐 가운데 동이는 얌전했다. 천하체제에 큰 문제를 일으킨 일이 없다. (임진왜란 전에는) 남만은 춘추시대에 초(楚), 오(吳), 월(越)의 세 나라가 천하를 한 차례씩 흔들다가 중원에 끼어든 후로는
2019.08.03 11:06:09
우리의 백두산, 중국의 창바이산
[김기협의 퇴각일기] 스물한 번째 이야기
백두산 천지를 가본 사람이 많지만 달빛 아래, 그것도 대보름 달빛 아래 그 호수를 밤새도록 내려다본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청복(淸福)을 나는 2003년 추석날 누렸다. 천문봉(天文峰) 기상관측소의 직원숙사 숙박은 당시에도 불법이었으리라 생각되므로 어느 패거리에 묻어간 것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연변에 살러 가서 첫 추석에 어느 단체에 동행할 기회가 생겼던
2019.07.27 10:45:04
땅 넓고 사람 적은 곳
[김기협의 퇴각일기] 스무 번째 이야기
네이멍구(內蒙古)는 중국의 성급(省級) 소수민족자치구의 하나다. 면적은 118만여 평방킬로미터로 중국 육지면적의 12.3%를 점하는데 인구는 약 2500만 명으로 1.8%에 불과하다. 한랭-건조 지역이어서 농업이 빈약하기 때문에 인구밀도가 낮은 것이다. '내’몽골이 있다면 ‘외’몽골도 있을 것 아닌가. '몽골인민공화국'으로 알려져 있다가 1992년 '인민'
2019.07.20 10:15:53
중국이 홍콩에서 얻는 것
[김기협의 퇴각일기] 열아홉 번째 이야기
1990년 여름 계명대학을 떠나고 몇 달 후 중앙일보사 동서문제연구소에 객원연구원으로 이름을 걸어놓으면서 국제관계에 관심을 키우기 시작했다. 교수직에 있는 동안에는 현실문제에 관심이 적었다. '역사학자'의 의미를 좁게 생각하고 지낸 것이다. 그러다 신문사에 이름을 걸고 지내게 되니, 지금 세상 돌아가는 모양에 마음을 쓰게 되었다. 현실문제 중 국제관계로 관
2019.07.13 10:3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