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2월 21일 2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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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예사'이던 시절이 가고 '큐레이터' 시대가 왔다
[최재천의 책갈피] <한번쯤, 큐레이터> 정명희 지음
박물관 큐레이터가 유물 수장고에 들어갈 때는 스카프나 넥타이를 매서는 안된다. 통이 넓은 바지나 스커트, 굽이 높은 신발도 신을 수 없다. 유물에 닿을까 넘어질까 염려해서다. 정식 매뉴얼은 아니지만 불문율이다. "신입 시절 선배들은 수장고 작업이 있거나 벽부 진열장 안에 들어가 유물을 교체할 때면 일단 바지 밑단을 양말 안에 접어 넣었다. 처음 그 모습을
최재천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2022.01.14 08:54:15
정약용이 '기괴하고 음란하다'고 평한 책 <청나라 귀신요괴전>
[최재천의 책갈피] <청나라 귀신요괴전> 1·2, 원매 지음, 조성환 옮김
이선민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절에 가서 향을 사르다 미녀를 발견했다. 달콤한 말로 꼬드기자 따라왔다. 함께 살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씨의 몸이 갈수록 여위어갔다. 마음속으로 여우임을 눈치챘지만 그녀를 쫓아낼 방법이 없었다. 친구와 상의했다. "<동의보감>에 여우 퇴치 방법이 나와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한번 시험해보지 않겠는가?
2022.01.01 09:17:15
미래를 엿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최재천의 책갈피] <예측의 역사>, 마틴 반 크레벨드 지음, 김하현 옮김
1970년대 말, 유머 감각으로 유명했던 라파엘 에이탄이 이스라엘의 참모총장직을 맡고 있었다. 공군의 군사 작전을 승인해야 했던 그가 책임자에게 물었다. "날씨가 어떨 것 같애." "20퍼센트의 확률로 비가 올 것 같습니다." "틀렸어. 비 올 확률은 50퍼센트야. 비가 오거나 안 오거나 둘 중 하나지." 우리 모두는 알고 싶어한다. 날씨에 맞게 옷을 입
2021.12.31 04:20:00
전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길까
[최재천의 책갈피] <둠 : 재앙의 정치학>, <신의 화살>
"인류의 큰 적은 단 셋뿐이니 열병, 기아, 전쟁이다. 그중 단연코 가장 크고 무시무시한 적은 열병이다.(윌리엄 오슬러, 1896)" 열병 혹은 역병 혹은 전염병이 인류와 떨어져 산 적은 단 하루도 없었다. 재난 또한 유사 이전부터 동반자였다. 늘 인재라 탓하지만 사실 자연적 재난과 인공적 재난이라는 식의 분명한 이분법이라 성립하기 어렵다. 더구나 병원균
2021.12.18 09:29:57
"시바 씨는 다시 태어난다면 역시 신문기자를 하실 건가요"
[최재천의 책갈피] <신문기자 시바 료타로> 산케이신문사 지음, 이한수 옮김
여기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산케이 신문기자 후쿠다 데이이치. 다른 사람은 역사 소설가 시바 료타로. 사실은 한 사람이다. 시바 료타로는 필명이다. 시바 료타로라 한 까닭은 "본인은 <사기史記>를 쓴 중국 전한 시대 역사가 사마천(기원전 145~86)에 요원하여 미칠 수 없다는 의미로 붙였다"고 한다. <사기>는 그의 애독서였는데
2021.12.15 16:22:49
"우리 모두 허기진 마음을 안고 살며, 행복을 갈구한다"
[최재천의 책갈피] <기러기> 메리 올리버 시선집, 민승남 옮김
"영혼은 쇠처럼 단단할까?/아니면, 올빼미 부리 속 나방의 날개처럼/가냘프고 부서지기 쉬울까?"(<당신이 할 수도 있는 몇 가지 질문들>) 당신의 영혼은 어떠한가요. 그렇다고 강박증적으로 당신을 대하진 마세요. 시인이 위로한다. "착하지 않아도 돼./참회하며 드넓은 사막을/무릎으로 건너지 않아도 돼./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사랑하는 걸
2021.12.14 09:41:23
남 신경 쓰느라 자기 인생을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에게
[최재천의 책갈피]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 로저 로젠블랫 지음, 권진욱 옮김
브룩 애스터(미국 사교계의 거물) : 윈스턴 경, 당신이 만약 제 남편이었다면, 나는 기쁜 마음으로 당신이 마시는 커피에 독을 넣었을 겁니다. 처칠 : 부인, 내가 만약 당신 남편이었다면, 나는 그걸 마셔야겠죠. 물론 위트는 중요하다. 하지만 내게서 나온 말은 내게로 돌아오는 법. 위트 또한 그러하다. "언젠가 때가 되면 당신에게 내심 두려움을 느꼈던
2021.12.13 09:35:00
"자기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
[최재천의 책갈피] <히든 해빗> 크레이그 라이트 지음, 이경식 옮김, 청림출판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의 '위대한' 전기작가 조르조 바사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성을 이렇게 적었다. "때로는 한 사람의 몸에 그렇게나 멋진 아름다움과 우아함과 능력이 동시에 아낌없이 부여되는 초자연적인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너무도 성스럽다. 그래서 그는 다른 모든 사람 앞에 서며, 또 신에 의해서 부여받은 천재성을 갖
2021.12.04 09:24:01
위스키와 와인을 공부하다 든 생각 "나무에도 맛이 있을까?"
[최재천의 책갈피] <나무의 맛> 아르투르 시자르-에를라흐 지음, 김승진 옮김
아르투르 시자르-에를라흐가 이탈리아 플렌조에 있는 미식과학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을 때 일이다. 때마침 위스키와 와인에 대한 글쓰기 과제를 하다가 갑자기 나무통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무가 살아 있는 물질이니만큼 나무통은 틀림없이 술에 모종의 맛을 보태게 될 텐데, 그렇다면 익숙한 바닐라 맛 외에 나무통에서 생성되는 다른 맛들도 있을까? 있다면,
2021.11.28 08:50:23
"한국인은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며 정치 권력을 사랑한다"
[최재천의 책갈피] 버치문서와 해방정국 - 미군정 중위의 눈에 비친 1945~1948년의 한반도, 박태균 지음
미군정 시절 레너드 버치 중위가 본 한국 사람들의 성격이다. "그들은 집단적으로 움직인다. 그들은 즐기는 것을 좋아하고 유머 센스가 많으며, 싸우기를 좋아한다. 또한 주장이 많다. 공상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아일랜드와 비슷한 설화들이 있다.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며 파티와 휴가, 정치권력을 사랑한다. 지적 수준이 높으며 동시에 그러한 높은 수준으로
2021.11.27 07:4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