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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 실즈의 '끝없는 사랑'? 아니, '기괴한 사랑'!
[김용언의 '잠 도둑'] 스콧 스펜서의 <끝없는 사랑>
10대 남녀가 열렬한 첫사랑에 빠지고 부모가 반대하며 둘을 못 만나게 한다…. 이 전제까지 들으면 그저 그런 평범한 청춘 성장물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스콧 스펜서의 끝없는 사랑(안정효 옮김, 청미래 펴냄)은 그런 예상을 가뿐하게 뛰어넘는다.소설이 아니라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영화 버전으로 끝없는 사랑을 먼저 접한 사람일지라도, 라이오넬 리치와 다이애나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2012.09.21 18:43:00
중학생인 나를 더럽힌 소설, "다락방에서…"
[김용언의 '잠 도둑'] V.C. 앤드류스의 <다락방의 꽃들>
대충 1988년, 1989년 무렵으로 기억한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동네 서점에 서서 두 시간씩 책을 읽고 돌아오는 게 일상이었다. (죄송하지만 돈이 한 푼도 없던 관계로 책을 산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나를 한 번도 쫓아내지 않은 그때 그 서점 사장님께는 감사하고 죄송하다. 그 시절 은평구 불광2동 우일서점 사장님, 은혜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당연하
2012.09.07 18:27:00
두려워하라! 마녀들이 복수를 꿈꾼다!
[김용언의 '잠 도둑'] 헬렌 매클로이의 <어두운 거울 속에>
핏자국과는 가장 어울리지 않을 장소, 기품 있는 여학교에서 벌어지는 비밀스런 살인 사건.여기까지 들으면 어린 시절 TV에서 온통 잘린 버전으로 보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영화라고 생각했던 다리오 아르젠토의 써스페리아나 페노미나가 떠오른다. 하지만 총천연색의 조명과 양식화된 사운드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아르젠토의 영화에서 온갖 화려함을 제거하고 나야지만
2012.08.24 18:30:00
사람 잡는 폭염, 에어컨 대신 '북극風' 어때?
[김용언의 '잠 도둑'] 요른 릴의 <북극 허풍담>
요즘같이 더운 날 대체 뭘 읽어야 할지, 뭘 읽긴 해야 하는 건지조차 모르겠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책을 골라서 첫 장을 펼치는 그 순간마저도 귀찮아서 독서 효율이 제로로 수렴하는 요즘 같은 나날에, 무려 세 권짜리 책을 읽었다.좀 가볍고 즐거운 책을 읽고 싶어서 제롬 제롬의 보트 위의 세 남자(김이선 옮김, 문예출판사)를 다시 읽을까 하다가,
2012.08.10 17:31:00
전처의 유령이 나를 죽이려 한다!
[김용언의 '잠 도둑']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
소설 내내 이름이 밝혀지지 않는 주인공 '나'는 갓 여학교를 졸업한 순진무구한 처녀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음 살 길이 막막해진 나는 부유한 반 홉퍼 부인의 비서로 취직한다. 1년에 단돈 90파운드를 받으며 하녀처럼 반 홉퍼 부인의 온갖 시중을 들어야 하는 나의 삶에 미래 따윈 없다.반 홉퍼 부인과 함께 프랑스 몬테 카를로의 코트 다주르 호텔에 묵고 있던
2012.07.13 17:46:00
자동차 속 은밀 남녀, 그 끝은 황홀한 죽음!
[김용언의 '잠 도둑'] 제임스 발라드의 <크래시>
1998년 개봉했던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크래쉬를 처음 봤을 때, 그 영화를 완전히 이해했다고는 말 못하겠다. 영화가 묘사하는 행위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의 아주 작은 한 조각이라도 경험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았다.1999년 운전면허 교습을 받을 때였다. 경기도 쪽으로 나가 주행 연습을 할 때 처음으로 시속 100킬로미터로 텅 빈 도로를 달렸다. 운전
김용언 기자
2012.06.29 18:26:00
"책을 태워라! 마음의 평화를 얻을지니!"
[김용언의 '잠 도둑']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
책이 화형당하는 이야기를 도서관에서 썼다니, 이쯤하면 꽤 고약한 아이러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화씨 451(박상준 옮김, 황금가지 펴냄)의 밑바탕이 된 단편 방화수를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도서관 지하에서 작성했다.1950년대 초반, 그 도서관 지하에선 10센트 동전을 넣고 구식 타자기를 30분간 독차지할 수 있었다. 그는 10센트를 넣고 무시
2012.06.15 19:02:00
신체 강탈자의 습격 "남편이 진짜 남편이 아니에요!"
[김용언의 '잠 도둑'] 잭 피니의 <바디 스내처>
아주 오래전, 인간 사이에 뭔가 이종(異種)이 섞여 있다는 느낌을 어떤 식으로 표출했는가. 집에 틀어박혀서 이상한 주문을 외운다거나 신비스런 약초로 사람들의 병을 곧잘 낫게 해주는 기이한 존재는 당장 마녀라 불렸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혼자 주문을 외우거나 춤을 추는 이는 꼬리와 뿔이 달린 악마로 여겨졌다. 혹은 낮에는 좀처럼 볼 수
2012.06.01 18:58:00
하느님 사체 처리! 멘탈 붕괴의 현장은?
[김용언의 '잠 도둑'] 제임스 모로의 <하느님 끌기>
하느님 끌기(김보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라는 제목이 어떤 은유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틀렸다.이건 말 그대로 하느님의 사체를 끌고 가는 이야기다. 잠깐, 나는 여기서 '사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육체를 가진, 거대한 인간의 형상 그대로인 하느님의 사체 말이다. 제임스 모로의 판타지 하느님 끌기는 어떤 의미에서 기독교의 전통에 가장 가깝고 그것을 일
2012.04.27 18:17:00
"50억 돈가방 주웠더니…쌓이는 건 시체뿐!"
[김용언의 '잠 도둑'] 스콧 스미스의 <심플 플랜>
"뭘 하든지 점점 더 나빠진다."스콧 스미스의 데뷔작 심플 플랜(조동섭 옮김, 비채 펴냄)을 읽는 내내 저 문장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코엔 형제의 영화들을 무척 좋아하면서도 그들의 어떤 영화들은 대단히 불편하고 힘겹게 감상했었다(분노의 저격자, 밀러스 크로싱, 파고, 번 애프터 리딩). 심플 플랜의 느낌이 바로 그랬다(코엔 형제의 파고가 심플 플랜으로부
2012.04.13 18:2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