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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대한 감각
[오수연의 팔레스타인 명장면] <10ㆍ끝>
검문소가 생기면 사람들이 갈 길 못갈 뿐더러, 땅이 죽어버린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검문소를 피해 돌아가거나 숨어 다니지 못하도록 검문소 양쪽으로 기다란 철조망을 세우고, 시야를 가리는 나무와 덤불을 싹 밀어버린다. 땅은 먼지 풀풀 날리는 황무지가 된다
오수연 소설가,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 회원
2008.05.15 07:35:00
바보, 바보들
[오수연의 팔레스타인 명장면] <9> 버텨요, 버텨!
마지막 날 저녁, 우리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나는 점심 무렵부터 잇따른 약속마다 이별주 한 잔씩 하다보니 파티 전부터 취해 있었고, 파티에서는 한국인의 음주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파티 끝나고도 진정한 술꾼들과 마지막으로 한 잔 할 약속이
2008.05.12 11:48:00
영원에 대한 상상
[오수연의 팔레스타인 명장면] <8> 착한 사마리아인
사마리아인 '이브라힘'을 만났다. 희귀하게도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에서 발급한 두 개의 신분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 먼저 그의 얼굴이 신기했다. 그는 피부가 희고 눈이 파랬다. 내가 어렸을 적 교회 주일학교에 다녀 '선한 사마리아
2008.05.08 08:10:00
세계 최고의 요리
[오수연의 팔레스타인 명장면] <7>
한국에서 친구들*이 왔다. 우리가 '곰'이라 별명 지은 튼튼한 청년 '아메르'가 그들에게 팔레스타인 전통 요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와 나는 시장에서 만났는데, 그는 이미 장을 보아 양손에 잔뜩 들고 있었다. "거기 커다란 냄비가 있을까?" 한국
오수연 소설가,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 회원)
2008.05.05 09:57:00
누가 그 안에 있을까?
[오수연의 팔레스타인 명장면] <6>
복태와 나는 어둡고 적막한 라말라 거리를 바라보며 샌드위치를 먹었다. 우리는 장벽에 갇힌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에 다녀왔으나, 장벽 안으로 돌아왔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장벽 안에서 바깥으로 나온 것 같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더욱 세상을 이해하지
오수연 소설가/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 회원
2008.05.01 08:04:00
좋은 여행 되기를!
[오수연의 팔레스타인 명장면] <5>
예루살렘에 다녀온 날, 우리는 사진 전시회 개막식 초대를 받아 다음날 또 예루살렘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일정을 기억했으면 그날 예루살렘에 갔다 올 필요 없이, 일을 몰아 다음날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복태와 내가 서로 탓하고 있을 때 그날
오수연 소설가/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 www.palbridge.org 회원
2008.04.28 07:47:00
눈이 쌓여 있는 한
[오수연의 팔레스타인 명장면] <4>
퇴근길에 우리 게스트하우스에 들른 친구가 가스난로에 가스가 없는 걸 보더니, 당장 가스를 주문하라고 했다. 이미 저녁이었다. 다음날 주문하겠다고 하자 그가 말했다. "오늘 밤에 눈이 올지도 모르잖아." 우리는 그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 며칠 먹을 빵과 치즈, 홈
오수연 소설가,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 회원
2008.04.24 08:06:00
그 아랍어
[오수연의 팔레스타인 명장면] <3>
모든 것은 아랍에서 시작되었다. 현악기, 관악기, 알파벳, 화학, 정제주, 향수, 커피, 천문학, 점성술....... 나는 팔레스타인 전통 의상 사진첩을 보고 우리 한복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 말을 팔레스타인 친구들에게 하지 않았다. 그 말 들으면 이들이 한복도 아
2008.04.21 09:23:00
왜냐구?
[오수연의 팔레스타인 명장면] <2> "너희는 우리와 정말 비슷해"
팔레스타인 사람들 3명과 한국인 2명이 둘러앉은 술자리. 팔1: 너희들은 우리하고 정말 비슷해. 팔2: 나도 느꼈어. 내가 너희를 처음 만난 날 같이 아이스크림 먹으러 갔었잖아. 그 날 나는 바로 알아챘다구. 너희들은 백인과 다르다는 걸. 한1: 우리가 어쨌는데? 팔
오수연 소설가.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 회원
2008.04.17 09:04:00
그녀는 왔다
[오수연의 '팔레스타인 명장면'] <1> 은총의 비
정말 아무도 우산을 쓰지 않았다. 사람들은 비를 맞으며 그냥 걸어 다녔다. 뛰지도 않았다. 방금 거리로 나온 사람은 머리카락에 빗방울이 이슬로 얹히고, 좀더 걸은 사람은 머리카락이 달라붙었으며, 오래 걸은 사람은 등짝이 번들거리고 바지자락이 아래로부터 진하게 물들
오수연 소설가,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www.palbridge.org)’ 회원
2008.04.14 09: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