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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한"검색결과 (전체기사 중 234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
"이러려고 독립했나…'세계화의 덫'에 걸린 코소보"
1. 험로 가는 길이 험했다. 이르지 못할 뻔했다. 단숨에 국경을 넘지 못했다. 아니 '국경'이라는 합의조차 없었다. 코소보는 2008년 독립을 선언했다. 세르비아는 인정하지 않았다. 여전히 세르비아 공화국 내 자치주라고 주장한다. 국제적으로도 편이 갈린다. 110여 개 국가는 코소보 공화국을 승인했다. 90여 개국은 인정하지 않았다. 베오그라드에서 프리스티나로 가려던 나의 여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세르비아를 나갈 수는 있으나, 코소보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베오그라드를 진지로 삼은 지 50여 일이 흐른 뒤였다. 그곳에서 뭐하느냐는
이병한 역사학자
2017.08.20 15:07:23
'민족 영웅'이 된 '나치 부역자', '반공 민주'의 모순
1. 두 개의 전쟁 독일은 동진하고, 소련은 남하했다. 나치의 동쪽에, 적군(赤軍)의 남부에 유고가 자리했다. 독소전 이면으로 유고내전도 격발된다. 1941년 4월 우타샤(Ustaša)가 주도하는 '크로아티아 독립국'이 선포된다. Ustaša는 봉기(Uprising)을 뜻한다. 나치 독일에 호응한 파시스트 정부이다. 크로아티아는 1차 대전 이후 발칸에 들어선 유고슬라비아왕국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국왕도 세르비아인이고 수도도 베오그라드였다. 세르비아 주도성이 현저했다. 크로아티아인과 세르비아인은 생물학적으로 차이가 없다. 동족이다.
2017.08.13 10:49:23
청년의 새 정치 "나토는 가고, 티토는 오라!"
1. 호텔 모스크바 아침 8시면 호텔 모스크바로 향했다. 1층 카페가 문을 여는 시간이다. 12시까지 꼬박 네 시간을 보냈다. 두어 시간은 내 글을 쓰고, 두어 시간은 남 글을 읽었다. 아메리카노와 터키식 커피를 번갈아 마시며 두 시간씩 버틴 셈이다. 4성급 호텔이다. 숙박료가 만만치 않아 이틀만 묶었다. 사흘째부터는 카페만 찾았다. 유서가 깊은 호텔이다. 1906년에 문을 열었으니 백년을 넘는다. 그저 오래된 곳이기만 하다면 매일같이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머물렀던 사람들이 남다르다. 아인슈타인부터 막심 고리키, 히치콕과 로만 폴
2017.08.06 11:00:55
'사라예보의 아이들', 어디로 가야 하나?
1. 발칸의 예루살렘 "접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겨울 내 채 녹지 않은 하얀 눈이 산골짜기를 덮고 있었다. 산꽃과 들꽃이 만발한다는 4월이 되려면 열흘은 더 지나야 했다. 유독 많은 터널을 지나야 당도하는 곳이 사라예보다. 발칸 반도에 역삼각 꼴로 위치한 보스니아는 국토의 거개가 산지이다. 사라예보 또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한다. 지형 탓에 아침마다 안개가 낮게 깔린다. 동쪽 산 너머 해가 떠오르면서 옅은 연무도 차츰 걷혀간다. 안개가 사라지며 눈에 드는 도시의 정경은
2017.07.22 18:22:38
까만 팔뚝 천만 개 자르고, 개선문 세우다
1. 암흑의 핵심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다. 선입견이 무섭다. 편견이 무겁다. 색다름을 새로움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고정관념이 고약한 장애물이 된다. 낯선 것을 익숙한 틀로써 변형하여 재단하기 일쑤이다. 20대의 세계관으로 반세기 여생을 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글줄이나 읽었다는 이들일수록 그러하기 십상이다. 단단하기보다는 딱딱하다. 그렇게 아재가 되고 꼰대가 되어간다. 살아가기에는 편할 것이다. 그 편리함을 신념이나 신조로 근사하게 포장할 수도 있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최대한 선입견을 버리려고
2017.07.08 12:26:12
200년 묵은 적폐 청산의 길, 네덜란드에서 찾다
1. 동인도회사 : Pivot to Asia 1.0 엄마도 그녀처럼 혼혈이었다. 할아버지가 광동 출신의 화교이고, 할머니는 토박이 자바 사람이었다. 네덜란드 식민정부와 협조하여 이득을 챙겼던 화교들은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 지배층으로 군림했다. 외부 지배자와 토착인들을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독립 이후 그들에 대한 시선이 고왔을 리가 없다. 반감이 절정에 달했던 1960년대, 자카르타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한 것이다. 엄마는 이곳에서 네덜란드 남자를 만나 결혼했으니, 그야말로 다국적 가족이다. 아빠에게는 네덜란드어를 배우
2017.07.01 16:10:42
'프리섹스'의 나라 네덜란드, '세계화의 덫'에 걸리다
1. 자유와 자연 망망대지이다. 망망대해에 이르기까지 평평한 땅이 널리 펼쳐진다. 본디 있던 땅이 아니다. 사람이 만든 땅이다. 물과 사투를 벌였다. 자연과 싸워서 이겨낸 자유의 땅이다. 간척지가 국토의 1/3을 이룬다. 영토의 1/4은 해수면보다 낮다. 하느님은 이 세계를 창조하셨고, 인간은 이 나라를 만들어내었다. 국명조차 '낮은 땅', 네덜란드이다. 나라 이름이 자연을 반영하고 있다면, 도시의 이름은 역사를 반추한다. 암스테르담의 의미는 암스텔(Amstel)강의 댐(dam)이다. 자연과 자유의 공진화가 암스테르담 공동체를 일구
2017.06.24 13:18:48
누가 촛불을 낚아채는가?
1. 프레임과 패러다임 이란 대선에서 하산 로하니가 재선에 성공했다. 57% 득표율, 무난한 승리였다. 대략 2000만 표를 획득했으니 1860만 표를 얻은 지난 선거보다 성적이 좋아진 편이다. 청년들의 지지 덕이 컸다. 이란도 무척 젊은 나라이다. 18세부터 29세까지 유권자 비율이 30%에 이른다. 이 풋풋한 새천년의 주역들이 로하니의 최대 텃밭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엄지 척, 기호 1번을 선택했다. 기뻐하고 있을 테헤란 대학 친구들의 미소가 떠오른다. 못마땅한 것은 언론 보도이다. 대개 보/혁 대결로 접근한다. 로하니를 개혁파
2017.06.17 13:10:37
68혁명 이후 세속화가 공화국의 위기를 불러왔다
3. 파리의 우울 이번 프랑스 대선은 국가비상상태에서 열렸다. 한창 TV 토론 와중에 파리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당일 투표도 삼엄한 경비 속에서 진행되었다. 비단 그 사건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2015년 이래 프랑스는 상시적인 테러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파리는 카불만큼이나 테러가 빈번한 도시가 되었다. 하수상한 세월이, 안녕하지 못한 시국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 파리는 여전히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매력적인 도시이지만, 불안이 낭만을 잠식해가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1세기는 프랑스에 전혀 호의적이지가 않다.
2017.06.10 13:12:31
프랑스판 '강남좌파', 그가 세상을 바꿨다고?
1. 구시대의 막내 나보다 겨우 한 살 많은 친구가 프랑스의 대통령이 되었다. 제5공화국의 8번째 대통령이다. 40대도 못자라 30대 기수란다. 싱싱한 영건이고, 새파란 샛별이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데, 연애담과 결혼담마저 훈훈하다. 입에 올리고 카메라에 담기 좋다. 과연 대선 출마를 알리는 첫 출현부터 남달랐다. 홀로그램을 활용하여 환영인양 등장했다. 그래서 비주류인 듯, 아웃사이더로 착각하기 쉽다. 새 물결을 몰고 올 새 정치가 시작이라도 된 듯 환각을 일으킨다. 거짓말이다. 새 얼굴이 새 정치를 담보하지 못한다. 정교하게
2017.06.09 15: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