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6년 09월 12일 2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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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집총 거부, 총부리 대신 식물채집망을 든 사내
[인물로 본 세계사] 사이러스 프링글, 명령을 거부하고 역사에 서다
미국 버몬트주 샬럿 마을에 사이러스 거언지 프링글(Cyrus Guernsey Pringle, 1838~1911)이라는 농부가 있었다. 결혼한 지 다섯 달 만인 1863년 7월, 그에게 군대 소집영장이 날아든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그때, 그는 퀘이커 교도였다. 총을 들지 않는다는 신앙 하나로 그는 국가라는 거대한 기계와 맞서게 된다. 돈 내고 빠질 기회를
김성수 <함석헌 평전> 저자
나무 심다가 죽은 일본인, 왜 조선 땅에 묻혔나?
[인물로 본 세계사] 아사카와 다쿠미가 관료로 살고 죽는 법을 다시 쓰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공무원이라고 하면 대개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완장 차고 목에 힘주고, 조선사람 등쳐먹고, 해방 후에는 반민특위 앞에서 오리발 내밀던 부류. 그런데 여기 예외가 하나 있다. 산림과 말단 공무원 주제에 조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죽을 때 "조선식으로 장례 치러 조선 땅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긴 일본인이다. 이름은 아사카와 다쿠미(A
보석 세공사가 '난민의 어머니'가 된 사연, 낸시 믹 포콕
[인물로 본 세계사] 캐나다판 국경 없는 아줌마, "우리 집이니까 나눠 쓰자" 반세기
시카고에서 태어나 열 살 때 캐나다 토론토로 이사한 아이가 있었다. 아버지는 목사이자 신학자였고, 딸은 미술학교를 나와 파리에서 1년간 보석세공을 배웠다. 귀국해서는 자기이름을 건 보석가게까지 차렸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예술가 팔자다. 그런데 이 사람, 훗날 전 세계 난민들에게 "마마 낸시"라 불리며 자기 집을 30년 넘게 남의 나라 사람들에게 통째로
한나 아렌트가 남긴 질문, '2024년 겨울의 한국'에 되묻다
[인물로 본 세계사] 생각을 멈춘 자, 죄를 짓다
무국적자, 사상가가 되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는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 여성으로, 스승이자 한때 연인이었던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에게 철학을 배우고,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에게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33년 히틀러가 권력을 잡자 아렌트
드골은 부역자 총살하고 이승만은 친일파 훈방했다
[기고] 프랑스 나치 부역자 숙청과 한국 친일파 청산, 같은 해방 다른 성적표
1944년 8월과 1945년 8월, 파리와 서울은 각각 해방을 맞았다. 그런데 두 도시가 해방 다음날 한 일은 완전히 달랐다. 파리는 곧바로 재판정을 열었고 서울은...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그 '지켜보기'가 지금까지 8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파리, 총살형 집행이 빠른 도시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1890~1970)은 런던 망
아버지는 왕을 죽이는 법정에 앉았고, 아들은 그 왕의 후예에게 갇혔다
[인물로 본 세계사] 아이작 페닝턴 부자 이야기
런던 시장을 지낸 아버지는 왕을 죽이는 재판정 배석판사였다. 그런데 정작 사형 집행장에는 서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살아남을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아들은 아버지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정치에는 손도 안 대고 그저 "내면의 빛"을 찾겠다며 종교에 몰두했을 뿐인데, 정작 감옥은 아들이 더 많이 드나들었다. 역사는 가끔 이렇게 짓궂은 대비를 만들어 놓고 구경
삼겹살도, 밀가루도 담합…영국은 이걸 어떻게 다스릴까?
[김성수의 영국이야기] 과징금 31억원 사건이 알고 보니 1조2000억원 사기극?
담합의 처벌은 얼마나 무거워야 정의로운가? 삼겹살 한 점 구워 먹으며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게 대한민국 서민의 가장 소박한 낙이라는데, 요즘 뉴스를 보면 그 삼겹살조차 뒤통수를 친다. 지난 6년 동안 대형마트에 돼지고기를 대주던 업체들이 매주 견적가격을 서로 주고받으며 담합을 벌였고, 그 규모가 검찰 수사결과 무려 1조2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조사
춤추는 반항아, 신과도 맞짱 뜬 사나이, 노벨상도 못 길들인 고집불통
[인물로 본 세계사] 파문도 못 막은 자유혼 니코스 카잔차키스
크레타 섬 한 구석, 이라클리온의 성벽 안쪽에 나무 십자가 하나가 서 있다. 비석엔 화려한 수식어 하나 없이 딱 세 줄.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이 무덤의 주인이 바로 그리스가 낳은 괴짜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 1883~1957)다. 그런데 이 사람, 죽어서도
"자유롭게 태어난 존", 권력자들을 향해 끝없이 소송을 걸다
[인물로 본 세계사] 왕도 의회도 크롬웰도 두려워한 남자, 존 릴번
감옥이 안방이었던 남자 역사에는 유독 감옥에서 더 유명해진 인물들이 있다. 존 릴번(John Lilburne, 1614~1657)이 바로 그런 경우다. 잉글랜드 북부 더럼 지방의 지주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런던으로 상경해 포목상 견습생 노릇을 하다가, 청교도 서적 밀반입이라는 다소 소박한 죄목으로 인생 첫 감옥살이를 시작한다. 1638년, 그는 채찍질과
한국과 영국,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 다르다
[김성수의 영국이야기] 학벌은 이력서에, 위트는 마음에
한국사람 둘이 처음 만나면 삼 분 안에 서로의 이력서를 다 캔다. 나이가 몇 살인지, 어느 학교 나왔는지, 어디 사는지, 연봉이 얼마인지, 심지어 부모님 직업까지 훑고 지나간다. 마치 파출서 취조실에 앉은 기분이다. 반면 영국사람 둘이 처음 만나면 삼십 분 동안 날씨 얘기만 한다. "오늘 좀 흐리죠?" "그러게요, 어제보다는 낫네요." 이런 대화를 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