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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80년대?…공무원노조, 출범식 사수 '007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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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80년대?…공무원노조, 출범식 사수 '007 작전'

[현장] 노조 "다시 정권의 하수인이 될 수 없다"

"서울대 노천강당입니다."

20일 열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양성윤)의 출범식 장소는 행사 시작 시간 30분 전에야 알려졌다. 당초 출범식이 예정돼 있던 서울 강서구의 88체육관 측이 사실상 정부의 압력으로 대관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시작된 소동이었다.

취재진 뿐 아니라 공무원노조 내부에서도 극소수 간부를 제외하고는 당일 오전까지 장소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007 작전'이었다.

참석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썼다. 올해 들어 가장 심했다는 황사는 부수적인 이유였다. 행정안전부가 일찌감치 이번 출범식을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참석자에 대한 엄정 조치 방침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었다. 취재 기자들에게는 "사진은 멀리서 찍어 달라"는 요구 사항이 전달됐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양성윤)의 출범식이 20일 서울대 노천강당에서 열렸다.ⓒ연합뉴스

정부의 압박으로 참석자는 예상보다 확연히 적었다. 당초 간부 1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노조는 내다봤지만, 실제 참석자는 500명 수준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참석 예정자들에 대한 다양한 압박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출범식 참여를 위해 방한하려던 전일본자치단체노조 도쿠나가 히데키 위원장 등 3명은 "주한일본대사관으로부터 한국 정부가 입국을 거부할 것이라는 결론을 전달받았다"며 입국을 포기했을 정도였다.

서울대 노천강당에는 "민주노조 사수"라는 오래 전 구호가 다시 등장했다. 양성윤 위원장은 "정권이 공무원노조의 씨를 말리려 한다"고 규탄했다.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은 "21년 전 전교조가 출범할 때를 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합법노조로 출범해 성대한 축제의 장으로 치르려던 출범식이 노동부의 '생트집'과 행안부의 '징계 압박'으로 조촐해 졌지만, 공무원노조는 정부와 직접 싸우기보다 국민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 사회적 위상을 얻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출범식에서 발표된 '공무원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2010 대국민 선언'도 그런 맥락에 있다.

"21년 전, 전교조 출범 때를 보는 것 같다"

이날 오후 서울대 노천강당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양성윤 위원장은 "초심"을 얘기했다. 양 위원장은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오명을 씻고자 노조를 만들었던 2002년의 창립 정신을 기억하자"며 "이명박 정부는 다시 우리를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려고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반드시 일어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 될 것을 강요하지만 우리는 국민의 공무원이 되고자 한다"며 "희생을 각오하고 싸운다면 그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한꺼번에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노조는 이날 정부에 각을 세우기보다 '국민의 공무원'을 유독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대국민선언은 첫 걸음이었다. 노조는 선언문에서 "공무원노조가 출범한 지 올해 8주년이지만, 아직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한없이 부족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며 "다시 권력의 잘못됨 앞에는 당당하고 국민들 앞에는 겸허하게 머리 숙이는 국민의 공무원노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공직사회 줄서기 관행 척결" 등 10가지 대국민 약속

또 이들은 △지방선거에서 공직사회의 줄서기 관행 척결 △내부 자정운동으로 잘못된 비리와 관행 척결 △행정 및 의정감시 활동 강화 △주민참여제도 활성화 △서민예산 증액 및 보편적 복지강화를 위해 국가 및 예산 분석발표 △노동조합 재원의 일정분을 서민과 빈민을 위해 책정 △대시민 행정인력 증원 △공익행정, 민중행정 강화 △'현장 공무원이 말하는 국민 정책' 마련 등 10가지 계획을 내놓았다.

윤진원 노조 대변인은 "오늘 출범식은 통합공무원노조가 대국민 행정 서비스의 시동을 건다는 의미가 크다"며 "설립신고필증에 연연하지 않고 노조의 계획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노동부의 설립신고 반려와 관련해 공무원노조는 일단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을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현재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 반려를 둘러싸고 2가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하나는 통합 전의 옛 전공노에 대해 노동부가 설립필증을 취소 처분한 것에 대한 소송이고, 또 하나는 노동부의 설립신고 반려 처분에 대한 취소 청구 소송이다. 옛 전공노를 둘러싼 1심 판결이 오는 4월로 예정돼 있다.

이와 별도로 공무원노조는 오는 5월 20일 전 조합원 총회를 연다. 윤진원 대변인은 "총회는 공무원노조가 최대한 합법의 틀 안에서 노조 활동을 하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시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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