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복지 지향, 모든 선진국들의 추세
홍 의원은 우물 안에 갇힌 법조인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치인 생활을 시작하지 꽤 되었으므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기본개념에 대해서는 개략적으로 알고 있을 듯도 한데, 저렇게 어이없이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
'선별적 복지'는 선이요, '보편적 복지'는 포퓰리즘이라는 생각은 7, 80년대의 케케묵은 생각일 뿐이다. 또 최근 최저소득층에만 집중되는 선별적 복지가 역차별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는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적절히 배합할 필요성은 더욱더 커졌다.
차상위계층이 하루 온종일 뼈 빠지게 일해서 버는 소득이 최저소득층 수급액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때 차상위계층의 불만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또 최저소득층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액 이외에도 별도의 여러 가지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차상위계층의 소외감은 더 커진다.
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는 없을까. 전국민의 소득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파악하고 소득차이를 고려하여 적절하게 복지혜택이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소득파악이 어려운 나라에서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적절히 배합하는 방안이다.
또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는 것은 선진국들 모두가 걸어온 복지정책의 추세이기도 하다. 우물 안에 갇힌 홍 의원은 그것을 포퓰리즘이라 우기고 있지만 선진국 국민들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복지수준, 선진국의 1/5수준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복지수준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8년 발표한 사회복지지출통계(SOCX)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아동·청소년 복지재정 비율은 0.18%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이것은 OECD 평균 1.50%의 1/8 수준에 해당한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2006년 이후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힘입어 아동·청소년 복지 수준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것. 2006년과 2008년 사이 GDP 대비 아동·청소년 복지재정 비율은 매년 0.05%p씩 상승했다. 2008년 GDP 대비 아동·청소년 복지재정 비율은 0.30%로 OECD 평균 1.50%의 1/5수준이다.
▲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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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대규모 감세를 감행한 이명박 정부가 이 추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갈지는 의문이다. 집권세력 스스로 보편적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무현정부의 복지지출 확대가 양극화를 더욱더 심화시켰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아동·청소년 복지지출과 출산율, 밀접한 관련 있다
아동·청소년 복지지출과 출산율 사이에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이 양자 간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필자가 OECD 회원국 28개국 중에서 정부의 가족복지( = 아동·청소년 복지 +유급육아휴직) 재정지출 수준이 높은 나라 12개국을 뽑아 이들 국가들의 출산율 개선율을 비교해 본 결과 이들 국가 중 헝가리 등 3개국을 제외한 9개국의 출산율 개선율이 OECD 중간값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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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정부의 가족급여 재정지출 수준이 낮은 12개국의 경우 미국, 캐나다 등 4개국을 제외한 8개국의 출산율 개선율은 OECD 중간값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예외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은 출산율이 높은 개발도상국 이민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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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 늘리기 어려운 현실, 대신 무상급식 늘려야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모든 국민들은 저출산 문제를 걱정한다. 그러나 공짜 점심은 없는 법.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동·청소년 복지지출을 대폭 늘려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늘리는 것이 좋을까. 경제학 교과서는 아동수당 등 현금급여방식이 보육기관 보육료 보조 등 현물급여방식보다 더 좋다고 한다. 전자가 후자에 비해 더 많은 후생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교과서적인 이야기다. 우리나라와 같이 아동수당이 사교육비로 전용될 가능성이 많은 나라에서는 오히려 현물급여방식이 현금급여방식보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더 기여할 수 있다.
선진국들은 양자의 균형을 추구하는 추세다. 현금급여 비중이 낮은 나라는 현금급여 비중을 늘려가고 있고, 현물급여 비중이 낮은 나라는 현물급여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이들이 경제학 교과서의 가르침과 다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역시 지원금의 전용문제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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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재원배분의 불균형이 매우 심하다. 현금급여비중이 3.5%에 불과하다. 선진국 추세대로라면 현금급여를 우선적으로 보충해야 한다. 그러나 사교육비로 전용될 우려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현금급여를 우선적으로 늘리기는 어렵다.
대안은 무엇인가. 현금급여를 충분히 늘리기 어렵다면 현물급여라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래야 과다한 양육비로 고통받는 수많은 신세대 부부들의 짐을 덜어줄 수 있다. 필자가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무상급식 확대방안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급식비를 교육비로 보는 사람도 있고, 복지비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누군가 부담해야 할 양육비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젊은 부부들이 모두 다 양육비 지원을 원하고 있다면 정치권이 이에 부응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덧붙이는 말
국민참여당의 경기지사 후보로 나선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이 11일 "예산 구조조정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초·중학교에서 전면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은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연합뉴스, 3월 11일.)
유 전 장관의 이런 입장은 한나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는 유 전 장관의 이런 태도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본다. 유 전 장관은 줄곧 민주당을 신랄하게 비판해 왔다. 그런데 정작 민주당이 오랜만에 패기있는 모습을 보이자 그는 그곳에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분양가 원가공개 공약을 철회하는데 일조한 그의 오류가 재현된 것이다. 항상 그의 과도한 자유주의가 문제다. 그와 그의 동지들이 좀 덜 자유주의적이었다면 노무현 정부의 역사도 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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