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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특구 산업용지 495만 원, 세종시는 4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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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덕특구 산업용지 495만 원, 세종시는 40만 원?

[홍헌호 칼럼] 세종시 산업용지 분양가를 둘러싼 의혹들

정운찬 총리는 8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원안에는 투자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기업들의 이주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거있는 주장일까.

대덕특구 제3지구 분양가는 495만원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발표한 <전국 산업단지통계>에 따르면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조성된 대덕연구개발특구 제3지구의 3.3㎡당 분양가는 495만 원이었다. 현재 분양률은 100%.

이 특구의 면적이 좁았기 때문이 아닐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 지구의 총면적은 320만㎡. 세종시 산업용지 면적 347만㎡와 거의 유사하다.

다른 지구의 분양가는 이보다 좀 낮다. 제2지구는 462만 원, 제5지구는 330만 원. 두 지구 용지 모두 분양되었고, 면적은 세종시 산업용지보다 각각 1.2배, 1.1배 더 넓다.

제1, 4지구는 어떨까? 국토해양부가 제1지구 분양가를 공개하지 않아 필자가 소개하지 못한다. 제4지구는 분양계획을 세우고 있는 단계다.

물론 전국의 모든 산업단지 분양가가 이처럼 높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도시 인프라 구축에 많은 비용이 지불된 지역은 도시 가치가 그만큼 높기 때문에 산업단지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어느새 정운찬 국무총리는 세종시 논란을 대표하는 얼굴이 돼 버렸다. 정 총리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제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산업용지가 조성원가보다 싸다고?

세종시 원형지 관련 글들을 읽다보니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산업용지가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되고 있으리라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전국의 산업용지 대부분은 조성원가와 유사한 수준에서 공급되고 있다. 분양률이 극도로 낮은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산업단지에서 그렇다.

다음에 소개하는 자료는 토공이 발간한 <토지개발사업총람> 중 일부를 도표로 재구성한 것이다.

▲ ⓒ프레시안

이 자료에 따르면 1993년 이후 토공에 의해 조성된 대다수 산업단지의 조성원가 대비 분양가 비율은 100% 내외였다.

혹자는 토공의 많은 자료 중에서 일부만 인용된 것이 아닌가 의심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도 오해다. 위에 소개한 자료는 1994년 이후 발간된 <토지개발사업총람>에 실린 산업단지 자료 전부에 해당한다. 단 유통단지는 제외했다.

세종시 원형지 조성원가 평당 62만 원, "터무니없는 오류"

또 자료를 찾다 보니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세종시 원형지 분양계획 조사분석'이라는 보고서 일부가 눈에 들어온다. 세종시 원형지 조성원가가 평당 61만9000여 원이라는 것이 보고서 주요 요지다.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 ⓒ프레시안

그 동안 좋은 보고서를 꽤 많이 내놓았던 국회예산정책처가 이번에는 아주 큰 실수를 저질렀다. 신도시 건설에 대해 많이 공부하지 못한 일부 연구자들이 서두르다 사고를 낸 것 같다.

국회예산정책처 계산법이 타당성이 있는지 알아 보려면 앞에서 언급한 <토지개발사업총람>을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 실린 성남분당지구 토지조성비 내역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프레시안

이 자료에 따르면 토지조성비 중에서 주변도로조성비 비중이 의외로 높다. 무려 50%에 달한다. 이 비용은 누가 지불해야 할까.

주변도로조성비는 신도시 토지를 공급받는 모든 사람들이 분담해서 지불해야 한다. 원형지를 공급받은 사람은 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될까? 평균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예"라고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주변도로는 모든 시민들의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토지를 공급받은 모든 사람들이 분담해서 지불해야 한다. 원형지를 공급받은 사람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도로공사 외에 조성공사, 조경공사, 하수처리장, 쓰레기 소각장 부지 등의 조성에 필요한 비용은 또 누가 부담해야 할까. 두 말할 필요도 없다.

20년의 사업기간을 두고 신도시를 건설하다 보면 금융비용도 만만치 않고, 토공의 인건비, 유지관리비 등 잡다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 비용도 토지를 공급받은 모든 사람들이 분담해서 지불해야 한다.

과거 신도시 건설과 토지분양에 관여한 사람이라면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원형지를 공급받은 사람들은 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다.

2007년 건교부의 원형지 공급가격 기준

세종시 개발계획 원안을 구체화하고 있었던 2007년 정부는 원형지 공급가격에 대해 어떤 주장을 하고 있었을까. 건설교통부는 2007년 6월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다음과 같이 발표한 바 있다.

* 원형지 공급가격= 원형지 총사업비 - 원형지 조성비
* 원형지 총사업비= 용지비 +조성비 +직접인건비 +기타 간접비


여기에서 '원형지 총사업비'란 '조성원가'를 의미한다. 앞에서 언급한 <토지개발사업총람>을 들여다 보면 자세히 나와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도 2007년 보고서를 내고 원형지 공급가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괄호 안 수치는 필자 첨부).

* 원형지 공급가격 = 원형지총사업비- 원형지조성비(평당 38만원)
* 원형지총사업비 = 조성원가(평당 227만원)


반면 국무총리실은 지난 1월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으며 기존 발표내용과 전혀 다른 주장을 했다.

* 원형지 공급가격 = 원형지 용지비(평당 38~40만원)

원형지 헐값 공급, 국민들에게 아무 부담 없나

원형지 헐값공급이 국민부담을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려 놓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자 정부는 상업용지를 팔아서 보충하면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강변한다. 과연 그럴까. 이들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토공의 손익계산서부터 들여다 보기로 하자.

▲ ⓒ프레시안

이 자료에 따르면 1992년과 2001년 사이 연평균 순이익은 1380억 원, 2002년과 2006년 사이에는 4976억 원, 2007년과 2008년 사이에는 1조667억 원이었다.

정부는 2007~2008년 토공의 순이익이 많이 늘어난 것을 보고 크게 고무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심각한 오해다. 2007~2008년 토공의 순이익 증가는 토공·주공 통합을 앞두고 토공이 행한 합법적인 수치 포장일 뿐 경영능력과는 무관하다.

토공은 통합이라는 급박한 상황에 직면하여 권력층과 국민들에게 자신들이 주공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과시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비축토지를 대거 매각하여 당기순이익이 급증하도록 경영지표들을 합법적으로 포장했다.

▲자료: 한국토지공사 ⓒ프레시안

토공의 순이익 증가가 경영능력과 무관하다는 증거는 이들의 2009년도 예산안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2009년 차입금을 무려 7조 원이나 늘려 놓았다. 비축토지 대거 매각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다.

▲자료: 한국토지공사(2004~2008년 결산기준, 2009년 예산기준) ⓒ프레시안

그러므로 정부가 토주공에 쌓아놓은 이익금이 많기 때문에 대기업과 대학에 마음껏 특혜를 주어도 된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 또 모든 토지를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해도 된다고 주장해서도 안된다.

지난 17년간 토공이 토지 정부를 조성원가 수준으로 공급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래 도표에서 '법인세전 순이익[A]'는 매출액과 매출원가가 달랐던 과거의 법인세전 순이익을 나타내고 '법인세전 순이익(B)'는 모든 토지를 매출원가 그대로 공급했다고 가정할 경우의 법인세전 순이익을 나타낸다.

▲ ⓒ프레시안

이 도표에 따르면 토공이 모든 토지를 조성원가로 공급했을 경우 1992년과 2001년 사이 연평균 순손실은 3552억 원, 2002년과 2006년 사이에는 4337억 원, 2007년과 2008년 사이에는 6405억 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토주공이 취한 개발이익 서민들에게 돌아가야

물론 토공이 과거에 과도하게 토지를 비싸게 공급하여 폭리를 취했다는 것은 널리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비판되어야 하고 또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그들로 하여금 모든 토지를 조성원가나 그 이하 수준으로 공급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또 토주공이 취한 개발이익이 사회에 환수되도록 강제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대기업과 대학에 특혜를 주는 방편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그 동안 토주공이 취한 폭리 대부분은 서민들의 고통으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토주공이 취한 과도한 개발이익은 모두 다 서민들에게 돌아가도록 강제되고 유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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