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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길어지는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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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길어지는 '폭풍전야'

"매일 만나도 진전이 없다"…김진숙 지도위원 단식 20일째

전체 직원의 30%를 정리해고하겠다고 밝힌 한진중공업의 사태가 별다른 변화 없이 답보 상태다. 노사는 지난달 19일부터 매일 만나 정리해고를 둘러싼 의견 조율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무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풍전야'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규직 뿐 아니라 비정규직의 생존권도 호소하며 시작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단식 농성이 1일로 20일이 됐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현재 혼자 거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쇠하고 종종 호흡곤란 증세까지 나타나고 있다.

조합원들과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들의 단식 중단 호소도 거절하고 있다. 되려 김 지도위원은 지난달 29일 직접 쓴 글에서 "사람들이 사 들고 온 콩두유는 승리하면 먹겠다"며 단식을 접을 의사가 없음을 피력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오는 2일부터 11일까지 전체 조합원이 부서 별로 서울로 올라오는 상경 투쟁을 벌인다.

한진중공업 노사, 매일 만나긴 하는데…노조, 2일부터 상경투쟁 돌입

한진중공업 노사가 매일 갖는 대화에서 양 측은 좀처럼 의견 접근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지회는 "정리해고 외에는 모든 것을 열어 놓고 얘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회사는 "인력 정리해고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이미 희망퇴직과 정년퇴직으로 회사를 나간 410여 명 외에도 기술사무직에서 100명, 생산기술직에서 300명을 줄이고 설계부문을 분사해 200여 명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26일로 예정했던 '정리해고자 명단 통보'를 한 차례 유보한 뒤 별다른 일정도 노조에 알려주지 않고 있다.

보름이 넘도록 매일 마주 앉아 접점을 찾고 있음에도 전혀 진전이 없자, 노조는 다시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회는 1일 "2일부터 열흘 간 매일 120~190명이 서울로 올라가 갈월동 본사와 한남동 회장 자택 등에서 1인 시위 등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 전체 직원의 30%를 정리해고하겠다고 밝힌 한진중공업의 사태가 별다른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다. ⓒ프레시안(여정민)

단식 20일 째 김진숙 "그만두라는 마음 알지만 이걸 막아내지 못하면…"

이런 가운데 김진숙 지도위원의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부산양산지부 관계자는 "단식을 그만두게 하려고 여러 사람이 방법을 찾고 있는데 김 지도위원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지도위원은 단식 17일째이던 지난달 29일 쓴 글을 통해 "콩두유를 사들고 와 제발 한 모금만 마시라던 마음, 따듯한 문자를 보내주시는 마음, 무릎을 꿇고 단식을 풀라고 울던 그 깊은 마음들을 왜 모르겠냐"면서도 "저들은 여전히 30%의 구조조정을 말하고 희망퇴직, 단협개악을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결과들은 울산, 다대포, 율도의 폐쇄와 급기야는 영도의 폐쇄 내지는 축소, 플랜트 사업 등으로의 업종 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걸 막아내지 못한다면 우린 필연적으로 하청으로 떠돌 것이고 이미 하청인 노동자들은 어디로 갈까"라고 물었다.

김 지도위원의 단식이 계속되자,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부산지역 산별연맹도 지난달 29일부터 김 지도위원의 농성 천막 옆에 천막을 설치하고 함께 농성에 들어갔다. 지난달 19일 발족한 시민대책위원회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10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저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일 조합원 동지 여러분

스물 한 살, 그때 저는 아저씨들이 보고 싶어 회사에 왔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출근했고 지각, 결근 한 번 안 했고 특근 한 번 안 빠졌습니다. 쥐가 빠진 물에 살얼음 낀 도시락을 말아먹으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그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철판에 두 다리가 깔려 입원을 했다가도 되돌아 올 수 있었던 것도 주전자에 죽을 끓여다 주셨던 아저씨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콩두유를 사들고 오셔서 제발 한 모금만 마시라던 마음. 따뜻한 문자를 보내주시는 마음. 기나긴 편지를 써주신 마음. 무릎을 꿇고 단식을 풀라고 울던 마음. 저를 염려하시고 걱정하시는 그 깊은 마음들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저들은 여전히 30% 구조조정을 말하고 희망퇴직, 단협개악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들은 울산, 다대포, 율도의 폐쇄와 급기야는 영도의 폐쇄 내지는 축소, 플랜트 사업 등으로의 업종 전환으로 이어지겠지요.

이걸 막아내지 못한다면 우린 필연적으로 하청으로 떠돌 것이고 이미 하청인 노동자들은 어디로 갈까요.

제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이 노숙자로 길에서 죽었습니다.

수백 번 저를 넘어지게 하고 수천 번 저를 일으켜 세웠던 동지 여러분. 저의 뜻이 왜곡되는 모멸감을 이기기 힘들어 단식 6일 째 마음의 위기를 겪었고 14일 되는 날 몸의 위기를 넘었습니다. 단식 16일만에 처음으로 여러분들과 마주서면서 마치 상사병을 앓던 사람이 연인을 만난 듯 다시 일어섰습니다.

사주신 콩두유는 승리하면 먹겠습니다.

16일 동안 정문과 신관 사이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여러분들 곁에 있겠습니다. 승리하는 날까지…

단식 17일째
해고자 김진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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