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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어게인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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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어게인 2003?

정리해고 갈등 확산…김진숙 지도위원, 단식 돌입

전 직원의 30% 감축을 골자로 한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노조의 강력한 반대 속에 부산지역의 지역 이슈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특히 한진중공업이 최근 1년 5개월 만에 18만톤급 벌크선 2척을 수주했지만, 이 배들을 부산의 영도조선소가 아닌 필리핀법인 수빅조선소에서 건조하겠다고 밝혀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물량이 없어서 노동자를 자르겠다면서 기껏 수주 받은 배는 왜 해외에서 만드냐"는 비판이다.

지난 2003년에도 같은 이유로 한진중공업에서 장기 노사 갈등을 겪다 김주익, 곽재규 두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한진중공업 해고자로 두 사람의 영결식에서 절절한 추도사를 해 주목을 받았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13일부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것은 "2003년의 일을 반복할 수는 없다"는 이유다.

김진숙 "2003년에 당했던 일을 또 똑같이 당할 순 없다"

▲ ⓒ프레시안
김진숙 지도위원은 단식에 들어가며 내놓은 짤막한 글에서 "죽거나 병신 돼 가며 평생을 일했던 아저씨들이 죄인처럼 쫓겨나는 걸 눈 뜨고 지켜볼 수가 없었다"며 "2003년도에 당했던 일을 또 똑같이 당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김주익 지회장, 재규 형한테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이것 밖엔 할 게 없어 죄송하다"고 단식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지도위원이 언급한 김주익 지회장은 당시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고공크레인 위해서 180일 동안 농성을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물량 없어 자른다면서 기껏 수주한 배는 해외에서 건조?"

지난해 연말 시작된 한진중공업의 대규모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마찰은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다. 이미 희망퇴직으로 350여 명이 회사를 나갔다.

회사는 조선업계의 불황 속에 영도조선소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인력 조정 뿐 아니라 기술 부문 분사까지 추진하고 있는 한진중공업은 "기술 법인 분사로 다른 업체 물량도 수주 받을 수 있어 공생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최근 수주 물량이 다소 줄었다고는 해도 지난 10년 간은 조선업 호황이었다"며 "신규 수주를 올리지 못한 경영진의 책임을 왜 노동자에게 떠넘기려 하냐"고 반발한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10년간 4277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 이익잉여금만도 1686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지난 5일부터 부산 영도공장 안 마당에서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부분 파업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는 15일에는 조합원 12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다시 개최한다.

한진중공업은 오는 26일 정리해고자 명단을 통보할 예정이다.

이 문제를 놓고 단식에 들어간 김진숙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 시절 용접공으로 입사해 1987년 어용노조를 규탄하는 유인물을 뿌렸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이후 지금까지 복직되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심의에서 '당시 해고는 부당하다'는 인정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07년 자신의 20년 삶을 기록한 책 <소금꽃나무>(후마니타스 펴냄)를 펴낸 바 있다.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사진은 지난해 여름, 78명의 택배기사의 복직 투쟁을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화물연대 박종태 지회장의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는 김 지도위원의 모습.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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