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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8일 만에 파업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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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8일 만에 파업 철회

장기화 부담 작용한 듯…"끝 아닌 새 파업 준비"

철도노조가 3일 파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비록 노조가 "교섭 재개"라는 조건을 걸었지만, 이로써 지난달 26일 시작된 파업은 8일 만에 끝나게 됐다. 철도 63년 역사상 최장기 파업이었지만, 노조가 눈에 띄게 얻은 것은 당장 없다. 노사 대화도 한 번 이뤄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노조가 업무 복귀를 결정한 것은 파업 장기화로 조합원 피로도가 높아지고 징계해고 등 파업 후 벌어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비록 이번 사태를 촉발시켰던 코레일(옛 한국철도공사)의 단협 해지를 취소시키진 못했지만, 철도노조의 파업은 공기업과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단협 해지'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직권중재 제도가 폐지되고 처음 벌인 파업에서 철도노조가 절차와 목적, 주체의 면에서 모두 합법적인 파업을 벌이면서 정부도 쉽게 '불법 딱지'를 붙이지 못할 만큼 노조가 우위에 있었다.

"아직까진 파업 분위기 좋지만 임계점 근접"

▲김기태 노조 위원장은 "잠시 현장으로 돌아가 3차 파업을 준비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철도노조는 3일 저녁 파업을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기태 노조 위원장은 "잠시 현장으로 돌아가 3차 파업을 준비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철도노조는 "단협 해지를 철회시키지 못했고 아직 우리의 요구를 쟁취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피로와 피곤을 재정비하고 더 큰 힘을 모아 다시 본 때를 보여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오늘까지도 1만2000명이 파업에 참여하는 등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파업 중단은 현장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날 코레일은 최종 복귀명령을 내리고 따르지 않을 경우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내렸다. 3일에는 김기태 위원장 등 13명에 대한 징계의결요구통보서를 보냈고, 14일 징계위원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파업 참가 조합원 이탈도 생기기 시작했다. 코레일 측은 "3일 하루 동안 1600여 명이 복귀했고 오전까지 기관사만 92명이 복귀했다"고 주장했다. 또 코레일은 2일 집행부 12명에 대한 징계 방침을 통보하고 그동안의 손실액이 80억 원에 달한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으로 직위 해제된 사람도 800여 명에 달한다.

노조도 허준영 사장 등 사 측 간부 72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했지만, 파업이 시작되자마자 코레일이 지도부를 고발하면서 김기태 위원장 등 15명은 이미 체포영장이 떨어진 상태다. 경찰은 파업의 불법성을 찾겠다며 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파업을 더 이어간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비상상황실을 방문하고 "타협하지 말라"고 주문한 만큼 코레일 측이 파업 중에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또 코레일의 단협해지는 공기업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 등 공공부문에서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신종 '노조 무력화' 전략이다.

무조건 파업을 계속할 경우 자칫 대량 해고 및 징계 사태만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철도노조의 주장은 그런 맥락에 있다.
▲철도노조가 3일 파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달 26일 시작된 노조의 파업이 사실상 8일 만에 끝나게 됐다. ⓒ연합뉴스

'단협 해지' 전국적 이슈화…필수공익사업장에 붙는 '불법 파업' 꼬리표도 잘라

얻은 것이 아예 없지는 않다. 이명박 정부 아래 벌어지고 있는 '단체협약 해지' 사태를 전국적 이슈로 만들었다. 지난 2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7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단협을 해지하면서 사실상 노조의 활동을 봉쇄하고 있고, 가스공사, 5개 발전회사 등 공기업도 이에 동참하고 있지만 철도노조의 파업 이전에는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지 못했었다.

예년에 비해 파업에 대한 여론이 좋았던 것은 "코레일 측이 1차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국민적 이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가 속해 있는 공공운수연맹 관계자는 "언론 보도도 과거에는 '국민 비난 들끓어' 식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 파업에 대해서는 '불법 vs. 합법 공방' 류의 객관적 보도가 많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또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도입된 이래 첫 전면 파업에서 불법 논란을 불식시킨 것도 눈에 띈다. 과거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 '합법 파업'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이번 파업을 벌이면서 철도노조는 정부조차 쉽게 '불법 파업'이라는 규정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과거 파업과 달리 조합원을 한 곳에 모으지 않고 각 지역별로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준비해 파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시설물 점거" 등의 불법 시비도 남기지 않았다.

외려 철도노조는 이날 파업을 철회하면서 "정당한 파업에 온갖 불법으로 맞선 사장과 관료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 "노조가 사실상 항복"

이런 소소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파업 사태의 핵심 원인이 된 철도 노사관계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코레일 측의 단협해지 통보는 6개월 뒤면 효력을 발휘한다. 그 동안 노조가 "예전 사장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비난한 허준영 사장과 단체협약을 다시 체결해야 한다.

공기업 정원 축소에 이어 임금피크제 등 정부가 밀어붙이는 '선진화 계획'도 어느 것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외려 파업 이후 대량 징계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비록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는 합법 파업이었고 파업 과정에서 점거나 폭력 행위 등도 없었다는 점에서 지도부 구속 영장은 기각될 가능성도 있지만, 당분간은 노조의 운신의 폭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코레일 관계자가 "철도노조가 사실상 항복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비록 여느 때와 다른 분위기에서 최장기 파업을 벌였지만 철도노조는 긴 산맥의 한 능선도 채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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