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은 26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 모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일부에서 시행은 유예하고 방안을 토의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유예는 안 된다는 생각은 확고하다"며 법 시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정부가 회담 시작부터 끝까지 "법 시행을 전제로"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기에 회담 결렬은 진작부터 예상됐던 결과였다.
한국노총, 중노위 조정신청 등 총파업 시동…민주노총, 공동 민중대회 제안
▲ 양대 노총은 공히 "이번 총력 투쟁은 공동 총파업을 포함하는 강력한 연대 투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프레시안 |
민주노총은 27일부터 단위노조대표자 수련회를 열고 구체적인 12월 투쟁계획을 확정한다. 민주노총은 12월 8일부터 지도부가 여의도 농성을 시작하고 16일 1만 명의 간부 상경 투쟁, 18일 전국 동시다발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이어 19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전국민중대회를 연다.
양대 노총의 연대 총파업도 본격적인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우선 19일 민중대회를 양대 노총 공동 개최로 추진하자고 한국노총에 제안한 상태다. "이달 말까지 정부와 여당의 결단을 기다린다"는 한국노총도 특별한 변화가 없으면 다음달 1일 정책연대 파기와 총파업 일정을 내놓을 예정이다.
양대 노총은 공히 "이번 총력 투쟁은 공동 총파업을 포함하는 강력한 연대 투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결렬 놓고 노사정 모두 "네 탓"
전날 밤 늦게까지 계속됐던 노사정 6자 대표자회의는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났다. 협상 기간 연장도 합의하지 못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뤄진 한 달 동안의 대화를 통해 제각기 "협상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난 2006년에 이어 3년 만에 마주 앉은 노사정 6개 단체의 협상 테이블은 해체됐다.
마지막 회의에서도 노사정은 각각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계에게도 양보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지 (시행만 고집하면) 우리보고 죽으란 소리"라고 핏대를 세웠다. 이수영 경총 회장은 "노동계가 먼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양보해야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마음이 없어 논의 진전이 안 된다"고 맞섰다.
임태희 장관은 "논의 진전이 안 되는 이유는 3년 전 합의한 것을 원점으로 돌리자고 주장하기 때문"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심지어 엉뚱하게 "노사관계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수영 경총 회장의 주장을 놓고 장시간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물밑 협상 통한 극적 합의?…임태희 "위헌소지 없도록 꼼꼼히 대안 마련"
비록 공식 테이블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물밑 협상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관계자는 "정부와 노사 각 주체의 비공식 접촉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극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 방향은 법 시행을 전제로 노사의 요구가 일정 수준 반영된 것이 될 전망이다.
임태희 장관은 6자회담이 최종 결렬된 뒤에도 "현행법이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되는 것을 전제로 두 제도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복수노조 허용 시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행정법규로 규율하는 것은 위헌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안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지적했지만 임 장관은 굴하지 않았다. 임 장관은 "입법조사처의 얘기는 일반적인 것으로 행정법규의 내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최대한 위헌 소지가 없도록 내용을 꼼꼼하게 만들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 임태희 장관은 6자회담이 최종 결렬된 뒤에도 "현행법이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되는 것을 전제로 두 제도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뉴시스 |
또 임 장관은 "오늘 합의가 안 되면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보완하기는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입법조사처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국회 상황에 따라 각종 변수가 개입할 여지가 큰 법률 개정 없이 행정법규로 보완장치를 마련해서라도 법 시행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물러설 기미가 없고 양대 노총이 1996년 노동법 날치기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공동 총파업을 준비 중이어서 연말 노정 갈등이 소용돌이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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