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10일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된 쟁점인 '교섭 창구 단일화' 문제를 놓고 "법률 개정 없이 행정 법규로 마련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임태희 장관은 이날 "창구단일화를 노동부 장관이 법으로 정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강행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진행된 공익위원안인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는 여러 개의 노조가 생기더라도 교섭 창구는 하나만 두는 것이 그 핵심이다. 때문에 노동계는 "창구 단일화는 소수 노조의 노동기본권을 사실상 빼앗는 것으로 복수노조 허용 취지에 맞지 않다"며 반대해 왔다.
그런데 임 장관이 이 문제를 법 개정을 통하지 않고 밀어붙이겠다고 밝힌 것이다. 대신 행정지침이나 시행령 등을 통해 창구 단일화를 규제하겠다는 것. 임 장관은 "끝까지 창구 단일화가 되지 않는다면 사 측이 교섭을 거부해도 불법으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6~7월 비정규직법 개정 관련 논란에서 국회가 정부 뜻 대로 되지 않았던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두 조항의 시행이 원칙'이라는 정부 입장이 뒤틀릴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와 관련된 6자 노사정 대표자 회담이 진행 중이지만, "6자 회담의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결국 국회 논의가 중요하지 않겠냐"는 일부 전망도 존재한다.
임 장관도 이날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국회에 가지 않고 내년에 바로 시행할 것"이라며 이 같은 시선에 무게를 실었다.
문제는 교섭권 자체를 제약할 수 있는 창구 단일화를 법으로 과연 규제할 수 있는지 여부다. 법률 전문가들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제한하려면 반드시 법률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또 창구 단일화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은 사실상 정부 안을 만든 공익위원들도 인정한다. 공익위원안을 만든 이철수 서울대 법대 교수는 최근 노사관계학회 토론회에서 "창구 단일화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위헌 소지가 있는 기본권 제약을 행정 법규로 하겠다는 임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 법률 전문가는 "노동부 장관이 시행령이나 행정지침으로 창구 단일화를 만든다고 해도 권고 사항에 지나지 않으며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노동부 장관의 꼼수가 초법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며 "대화 상대로서 상당히 좋지 않은 매너"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노동부는 최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안 된다는 취지의 권고를 한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가 ILO 자체 협약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권고를 내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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