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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구, 이상득 만나 한상률 인사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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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구, 이상득 만나 한상률 인사 로비"

국세청에 도대체 무슨 일이?…'한상률 게이트' 파장 확대

2007~2009년 사이 국세청에서는 한상률 전 청장과 안원구 국장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민주당 '한상률 게이트 진상조사단'(단장 송영길 최고위원)은 이번 의혹을 정권 최고 실세가 개입된 게이트로 규정하는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어지는 고리까지 파헤치겠다는 방침이다.

진상조사단은 2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동안 활동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공개했다. 민주당은 안원구 국장을 면담해 진술을 청취하고 안 국장 측으로부터 국세청 간부들과의 전화 통화 녹음 파일 등을 입수해 공개했다.

안원구는 누구인가?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안원구 국장은 대구 영신고와 경북대를 졸업한 전형적인 TK인물이다. 국세청에 들어간 이후에도 주로 대구·경북에서만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김대중 정부 출범시 TK인사인 김중권 비서실장이 선임되며 안 국장도 청와대 파견 근무를 시작한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그 이후 참여정부 때까지 상당한 고속승진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2007년 후반기 안 국장이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지냈는데, 포스코건설에 대한 정기세무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이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는 사실이 적시된 문서를 발견했다"는 것. 그런데 안 국장은 "정치적 사안이기 때문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보안 처분을 지시했다"고 송 최고위원은 전했다. 송 최고위원은 "이 문서가 사라졌는지 존재하는지 아직 불확정적이다"고 덧붙였다.

정권이 바뀐 뒤에도 안 국장은 TK 인맥 덕분에 국세청 내부에서 주목을 받았던 것 같다.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한상률 전 청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중용된 똑똑한 국세청 간부였는데, 이명박 정부에서도 유임되기 위해 치열한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한 전 청장이 충청 출신이라 이명박 정권 인맥이 취약해 그 공백을 안원구 국장이 연결했다"는 안 국장의 진술을 전했다.

"이상득 만나 한상률 로비 했다고 한다"

송 최고위원은 특히 "안 국장은 대구 출신이고 비슷한 연배의 이상득 의원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 이상득 의원의 아들인 이지형 씨와 친하게 지냈다"며 "안 국장은 이 친분을 이용해 2008년 초 이상득 의원을 의원회관에 두 번 찾아와 만나 '한상률 청장은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사 로비를 했다는 진술을 들었다"고 전했다.

안 국장은 당시 한 청장이 신성해운 사건의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과 연루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참여정부 정권 실세와 관계가 없다"고 해명도 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 최고위원은 "사실관계야 밝혀지겠지만, 결국 한상률 전 청장이 현 정권에서 유임됐고, 한 전 청장의 직접 지시를 받는 서울지방국세청 부서에서 부산까지 내려가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를 했으며, 그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는 비극적 사건을 낳았다"고 말했다.

▲ 민주당 한상률 게이트 진상조사단장인 송영길 최고위원이 26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춘석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원구, 민주당에 도움 요청

그런데 인사로비까지 했던 한 전 청장과 안 국장은 왜 틀어진걸까? 이와 관련해 안 국장은 "도곡동 땅 관련 문건과 관련해 나중에 자신을 음해하는 세력으로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뒷조사를 했다고 오해를 받았고, 그래서 억울하게 밀려나 탄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국장은 대구지방국세청장까지 승진했지만, 이후 좌천돼 국장으로 밀려났었다.

안 국장은 내부 감찰을 받았고, 자신의 신분의 위협을 느낀 안 국장은 여러 가지 증거 자료를 수집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국 업체에 부인의 갤러리 미술품을 강매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상태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안 국장 개인 비리 혐의를 옹호하고 말고의 차원을 넘어서, 모든 의혹의 진위 여부를 정확히 밝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 배경을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한상률 반드시 국내로 잡아와야"

진상조사단은 △도곡동 땅이 이명박 대통령의 것이라는 문서가 실재하는지, 작성자가 누구인지, 사본이 보관돼 있는지에 대한 의혹 △한상률 전 청장이 실세에게 로비하기 위해 3억 원을 안 국장에게 요구했다는 의혹 △박연차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가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서 이뤄진 것인지 의혹 등에 초점을 두고 조사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검찰이 안 국장에 대해 접견금지 명령을 내린 데 대해, 송영길 최고위원 등 민주당 변호사 출신 조사단원들은 안 국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됐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안 국장을 계속 접촉하는 한편, 이귀남 법무장관과 백용호 국세청장을 상대로 당시 상황에 대한 정황과 자료를 집요하게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핵심인물인 한 전 청장의 신병 확보가 쉽지 않은 점이 걸림돌이다. 그는 '그림로비' 의혹도 받고 있으나, 지난 3월 미국으로 건너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송 최고위원은 "검찰이 몸통은 수사하지 않고 깃털만 수사한다"며 "검찰이 미온적이니 한 전 청장이 미국에서 기자회견도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한상률 전 청장은 25일 오후(현지시간) 뉴욕에서 한국언론 뉴욕특파원들과 만나 승진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는 안원구 국장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은 안 국장과 가족 등이 허병익 전 국세청장 직무대행, 이현동 국세청 차장, 임성균 전 국세청 감사관 등 국세청 간부 5명과 미술품 강매 의혹을 받고 있는 사업가 및 지인들의 대화내용을 녹음한 12개의 음성파일과 1개의 한글파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르면 임성균 전 감사관은 지난 7월21일 "안 국장님 개인에 대해서는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퇴는) 국세청장을 포함한 윗분들의 뜻"이라며 "제가 듣기로는 청와대를 포함한 최고위층에서도 어느 정도 판단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국장이 "청와대의 최고위층이라는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자 "나도 들은 이야기다. 하여튼 최고위층이라기보다도 청와대나 이쪽에서…"라고 말했다. 이어 임 전 감사관은 "만약 명예퇴직을 한다면 저희가 산하기업 CEO 자리를 마련해 드리는 쪽으로 의견이 집약되고 있다"며 "(이는) 청장의 뜻"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임 전 감사관은 "산하기업 CEO 자리를 제의한 것은 당시 실무 차원의 아이디어를 전달한 것뿐"이라며 "안 국장과의 대화 중에 청와대를 언급했지만 특별한 의미와 근거는 없고 반발하는 안 국장을 압박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청와대를 거론한 것은 내가 오버한 것"이라며 "최고위층은 (허병익) 국세청장 직무대행"이라고 진화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국세청은 또한 안 국장의 사퇴를 종용하기 위해 미술품을 구매한 지인들을 상대로 통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C건설 배 모 대표는 안 국장과 만나 "(국세청 감찰담당관이) 여러 가지 정황상 과거 세무조사를 받을 때 회사의 거래액에 비해 세금을 너무 적게 추징 당했다"며 "미술품 강매 사실을 인정하라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안씨의 친구인 S사 이모 대표도 "서울국세청 조사4국 모 과장이 윗선의 지시라며 안 국장이 조용히 나갈 수 있도록 설득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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