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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예산지원 역대 최악, 퇴행하는 지방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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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예산지원 역대 최악, 퇴행하는 지방정책

[홍헌호 칼럼] 지방 목졸라 수도권 살찌우는 정부

아침에 인터넷 뉴스를 뒤적이다 보니 흥미로운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모습을 담은 것인데, 사진 속 회의장 벽면에 이렇게 쓰여져 있다.

" 복지예산 역대 최고, 서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씁쓸한 코미디. 이들은 복지예산이 주가처럼 위아래로 출렁거리며 등락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상최고치 경신? 자랑할 것을 자랑해야 한다. 그래야 조롱거리가 되지 않는다.

복지예산 사상최고치 경신? 낯 간지러운 코미디

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에 만들어 놓은 통계 하나 들여다 보자. 그러면 이들의 코미디 수준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 ⓒ프레시안

이 자료에 의하면 1982년 이후 보건복지예산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는 단 한 해도 없었다. 한나라당과 정부의 표현대로 하면 해마다 보건복지예산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외환위기가 몰아쳤던 1998년에도 9.2% 증가했다(60년대, 70년대 복지예산 변화율도 80년대와 유사함).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그것은 일국의 경제에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가 매우 드물고, 또 실질GDP 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상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는 더더욱 드물며, 누진세가 존재하는 나라에서 조세 세입 증가율이 경상GDP 상승률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도 자신들의 희망사항을 담은 2010년~2012년 국세세입 추정안에서 실질GDP 성장률, 경상GDP 성장률, 국세세입 증가율 간의 관계를 다음과 같은 수치들로 표현했다.

▲ ⓒ프레시안
물론 2012년에 이런 수치들이 달성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러나 어쨌든 경상성장률이 실질성장률보다 더 높고, 국세 세입 증가율이 경상성장률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평년의 국세세입증가율이 10%에 근접한다면 이와 연동하는 복지예산 증가율 또한 10%에 근접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잠재성장률 위기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복지예산증가율 10%는 최소한의 증가율일 뿐이다.

그런데 여당의 최고위원이라는 사람들이 복지예산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면했으므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라며 자화자찬을 일삼고 있다. 참으로 낯 간지러운 일이다.

지방교부금 증가율 : 참여정부 115%, MB정부 -8%

그렇다면 중앙정부의 지방정부 예산지원의 경우는 어떨까. 이 경우에도 평년수준의 국세세입증가율과 연동하여 10%에 근접하는 예산증가율을 보여주어야 평년 수준을 유지했다 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15년간 중앙정부의 지방정부 지원예산은 연평균 10% 이상 증가했다. 특히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정부 하에서 중앙정부의 지방정부 지원금은 파격적인 비율로 증가했다. 이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 ⓒ프레시안

위 자료를 보면 지방교부금이 김영삼 정부 때 58.4%, 김대중 정부 때 92.6%, 노무현 정부 때 115.1%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 지방교부금은 오르기는 커녕 오히려 8.2% 감소했다. 지역균형발전에 부정적인 이명박 정부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행법은 지방재정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방재정의 부족분을 보충해 주기 위하여 지방교부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부동산교부금 등의 지방재정조정제도를 두고 있다. 이들 교부금들은 법규에 따라 자주재원이 풍부한 지역에는 적게 배분되고, 자주재원이 취약한 지역에는 많이 배분되어 지방재정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1인당 교부금 : 참여정부 25만원 증가, MB정부 4만원 감소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1인당 지방교부금은 지역별로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이 수치들을 비교해 보면 두 정부의 지방재정 불균형 해소 의지를 보다 더 선명하게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프레시안

위 자료를 보면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대도시 지역 1인당 지방교부금이 1~22만 원 증가할 때, 비수도권 도지역 1인당 교부금은 37~107만 원이나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지방교부금이 지역 불균형 해소에 매우 큰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이런 지역불균형해소장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대통령 재임기간 2년 동안 1인당 지방교부금은 늘어난 것이 아니라 평균 4만 원 이상 줄어들었고, 특히 비수도권 도지역의 경우 7만 원~17만 원이나 줄어들었다. 앞으로 지역간 불균형이 더욱더 심화되고 지방재정 자체가 궁핍화될 것이라는 신호다.

글을 맺으며

과거 우리 역사를 들여다 보면 가뭄과 홍수 등으로 흉년이 들어 서민들의 삶이 궁핍해졌을 때 부유층들이 곳간을 열어 빈민들을 구제했다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이것은 경제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과연 이들의 이런 행위들이 경제를 장기적으로 비효율로 이끄는 길이었을까.

어이없게도 오늘날 이명박 정부는 부유층의 곳간을 더 많이 채워주고 대신 지방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재정지원을 줄이면서 그것이 경제위기 타개책이라고 우기고 있다. 또 부유층 감세로 인한 재정난의 부담을 현세대보다도 이중삼중으로 많은 고통을 겪게 될 후세대에게 전가하며 이것이 국난극복의 길이라고 우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웃지못할 코미디가 넘쳐나고 있다. 엊그제 발견한 코미디 하나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재정부 관료들이 투자확대효과가 거의 없는 법인세 감세를 줄기차게 고집하는 근거를 추적해 보니 어느 국책연구소의 엉터리 보고서가 포착되었다.

2007년에 나온 이 엉터리 보고서는 1970년대에는 법인세 증세가 필요했고 지금은 법인세 감세가 필요하다는 황당무계한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었다. 원시적 자본축적도 안되어 있던 시대에는 법인세를 증세해야 하고,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아 현금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법인세 감세해야 한다니. 대한민국은 정말 '재미있는 지옥'이다.

(주) 한국은행이 집계한 2007년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금예금 총액은 182조 원이고 평균 부채비율은 100% 정도다. 한두 해 전 일본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235%, 독일이 257%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지나칠 정도로 낮다. 그만큼 기업들이 투자를 안하고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증거다. 이렇게 누적된 현금이 2008년 금융위기를 피해가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필자가 5년 안에 '일본식 복합불황'이나 '더블딥'이 오지 않으리라고 보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사실 우리 경제의 문제는 단기문제가 아니라 장기문제이다. 2000년대에 기업들이 투자를 안하고 천문학적인 현금을 쌓아둔 덕분에 금융위기를 용케 피해갔으나 내수의 기반이 되는 서민경제가 갈수록 중남미형으로 변하고 있어 그것이 큰 걱정이다. 그런데 '동반성장'과 '균형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 시기에 권력은 역대 정부 중에서 '가장 극단적이고 야수적인 시장주의자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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