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공무원노조 3개 조직이 조직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조합원 총투표를 벌일 때는 "복무·감찰반을 구성해 운영할 것"을 지시하며 근무 시간 중 투표 행위를 모두 '불법'으로 몰아붙였던 정부가 최근 통합공무원노조 일부 지부의 민주노총 탈퇴 투표는 구내방송까지 하며 독려했다.
하지만 이런 적극적 개입에도 불구하고 농림수산식품부지부와 국립농산물관리원지부의 탈퇴 투표는 잇따라 부결됐다.
'탈퇴 투표'는 부두가에도 투표함 허락
▲공무원이 근무 시간 중에 노동조합과 관련된 투표를 하는 것은 될까? 안 될까? 정답은 "그 때 그 때 달라요"다.ⓒ프레시안 |
국가정보원 등의 개입 의혹도 나왔다. 이언구 통합공무원노조 중앙행정기관본부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노조의 핵심 간부들이 조합원들을 설득하지 못하도록 국정원 등이 노조 간부들의 소속 부서 과장 등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증언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언구 본부장은 "심지어 농식품부가 직접 기관장들에게 '부결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을 했다는 정황도 포착된다"고 주장했다.
투표함의 설치도 달랐다. 지난 9월에는 투표함 설치 장소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으며 '노조 사무실 외에는 안 된다'던 정부였지만, 이번 투표는 중요 거점에 모두 투표소가 설치됐다. 이언구 본부장은 "심지어 부두가에도 투표소가 설치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가입 투표 땐 '경찰과 신속출동 협의'까지…
불과 한 달 여 전에는 어땠을까? 행정안전부는 '불법 활동 예상 유형'까지 직접 구체화해 각 기관들의 대응책을 직접 마련해 줬다. 근무 시간 중 투표는 물론이고 허가 없이 현수막을 달거나 총투표 홍보를 위한 조끼나 머리띠 착용도 금지하라고 지시했다. "위반할 경우 주의나 경고 등의 문책을 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심지어 행정안전부는 "112 신고시 신속출동 및 대응하도록 경찰과 협의가 돼 있으니 불법 집단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경찰에 고발하는 등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관련 기사 : "위장전입 장관은 문제 없고 노조 투표는 징계?")
오는 17~18일 치러지는 통합공무원노조의 첫 임원 선거와 관련해서도 행안부는 "근무 시간 중 투표 독려행위는 불법노조 활동"이라고 공문을 보냈다. 통합공무원노조가 "이는 도를 넘어선 노조활동 개입"이라면서 "이런 행안부가 탈퇴 투표에 대해서만 어떤 지시도 없다"고 발끈했다.
농식품부·농관원지부 모두 '부결'…한달 만의 '탈퇴쇼' 중단되나?
이런 '독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11~12일 민주노총 탈퇴 투표를 실시한 농림수산식품부지부와 국립농산물관리원지부의 투표는 모두 부결됐다. 이에 두 지부 모두 민주노총에 남게 됐다.
국립농산물관리원지부는 13일 전체 조합원 1200명 가운데 1122명이 투표에 참여해 538명이 민주노총 탈퇴를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48.0%의 찬성율로 조직 탈퇴를 위한 3분의 2 찬성율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반대는 567표(50.7%)로 찬성보다 많았다.
농림수산식품부지부도 전체 2245명 가운데 1754명이 투표에 참가해(투표율 74.1%) 989명이 찬성(57.8%)해 최종 부결됐다.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마지막으로 통계청이 오는 14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탈퇴 찬반투표' 실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통합공무원노조 관계자는 "환경부 외에 2개 지부가 모두 부결됐기 때문에 통계청도 쉽게 찬반투표를 결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가입 한 달 만에 벌어지고 있는 일부 지부의 통합공무원노조와 민주노총 탈퇴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을지 통계청지부의 결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