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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국제노동기구(ILO)에 정면 도전?

노동부 "ILO, 협약과 반대되는 권고"…노동계 "ILO 권위 훼손"

노동부가 9일 국제노동기구(ILO)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냈다.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를 법으로 규제하지 말라고 한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의 권고가 "공식 ILO 협약 및 권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는 ILO가 공식 협약과 반대되는 내용의 권고를 했다는 얘기로 ILO 정부그룹 이사직을 맡고 있는 한국 정부가 'ILO는 법 따로, 행정 따로'라고 주장한 셈이다. 노동계는 "ILO 결사의자유위원회 뿐 아니라 ILO 자체의 권위를 훼손한 엄중한 사안"이라며 "노동부가 이성을 찾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노동부, ILO 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 별 거 아니다?

노동부는 이날 양대 노총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노조 전임자의 위상과 국제기준에 관한 국제 세미나'와 관련해 정부 측 의견을 냈다. 노조 전임자 임금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과연 '글로벌 스탠더드'냐는 논란에 대해 다시 정부가 '그렇다'고 주장한 것.

문제는 노동부가 그 근거로 "ILO 협약 135호와 동시에 제정된 권고 143조 11조가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의 권고보다 우선한다"고 주장한 대목이다. 즉, 더 권위있는 ILO 권고가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법으로 금지할 수 있도록 했으니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논리다.

노동부는 "ILO 공식 협약과 권고는 총회에서 회원국의 심도 있는 논의 후 전체 회원국 노사정 대표자가 모인 본회의에서 3분의 2의 표결로 결정되는 반면 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는 주로 노동단체에서 제기한 진정사건을 논의해 채택한다"며 결사의자유위원회의 '권위'를 무시하는 듯한 주장도 내놓았다.

또 노동부는 같은 자료 안에서 "결사의자유위원회는 개별 사안 심의에 있어 ILO 협약 및 권고 등을 근거로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노동부 주장대로라면, 결사의자유위원회의 권고는 ILO 공식 협약과 권고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원칙인데 유독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에 대해서만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강변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노동부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는 근거로 내세운 ILO 권고 143조 제11조는 "직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근로자 대표는 노동조합 회의, 훈련과정, 세미나, 대의원대회 및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임금 또는 사회급부의 손실 없이 근무에서 면제되어야 한다"며 "이로 인한 비용 부담의 주체는 국내법령이나 단체협약 또는 국내관행에 일치하는 기타 방식을 통해 정할 수 있다"고만 적고 있다.

이를 놓고 노동계는 "임금 손실 없는 노조 활동의 보장을 전제로 한 권고로 임금 지급을 법으로 금지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동부는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ILO 기준에 맞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놓고 노동부가 9일 또 한 번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고 강변했다. ⓒ프레시안

한국노총 "이제는 국제기준과 원칙도 왜곡"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동부의 무지와 억지는 ILO의 권위조차 무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ILO 정부 그룹을 대표하는 이사직을 맡고 있는 한국 정부가 ILO의 권위를 이렇게 무시하고 폄하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이어 "비정규직법 개악을 위해 100만 해고대란설을 주장하며 온 나라를 들쑤셨던 것도 모자라 또다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관한 국제기준과 원칙을 왜곡하면서까지 악법 조항을 강행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이날 세미나에서 ILO 권고의 내용에 대해 발제를 한 ILO방콕사무소 팀 드 메이어 씨는 "ILO 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는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법 조항이나 이를 강제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 및 단체협상의 원칙과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분명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이 두 문제와 관련된 논의를 벌였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공익위원으로 참여했던 이철수 서울대 교수도 최근 한 토론회에서 "전임자 임금에 대해 국제 기준을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법으로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 ILO의 요구였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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