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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노사정 협상…예상되는 결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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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노사정 협상…예상되는 결론은?

[기고] 복수노조 ·노조 전임자 협상, 가능한 시나리오와 대응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금지 조항이 유예된 지 13년이 흘렀다. 올해 말이면 유예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금지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3년 동안 시행유예는 노총과 경총이 합의하고, 정부가 추인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에 따라 노사정 모두 자주적 단결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전임자 임금을 주고받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시행유예'보다 '법대로 시행'에 무게중심이 놓이면서,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금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2월 말, 어떤 결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예상되는 시나리오와 대응방향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시나리오1 : 노동계 요구안의 전폭 수용…MB 정책으로는 '무리'

첫 번째 시나리오는 노동계 요구대로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단체교섭과 전임자임금을 노사자율에 맡기는 경우다. 헌법과 국제노동기구(ILO) 조약 87호가 정한 자주적 단결권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국제표준(글로벌 스탠더드)에 가장 부합한다. 노조법에서 전임자 임금금지 조항(제24조 2항, 81조 4호)만 손질하면 된다.

그러나 노사정 간에 힘 관계나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을 고려하면 노동계 안이 100% 실현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한국노총이 과연 진심으로 복수노조 허용과 자율교섭을 원하는지도 의문이다.

시나리오2 : 경총과 노동부 입맛대로…노동계에겐 최악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배타적 교섭대표제로 기업별 노사관계를 강제하고 전임자임금을 금지하는 경우다. 이는 경총, 노동부,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안이 주장하는 방안으로, 노동계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배타적 교섭대표제는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므로 위헌이다. 위헌인줄 뻔히 알면서도 '일단 시행하고 보자, 위헌 판결이 안 날 수도 있다'는 것은 무책임한 초헌법적 발상이다. 1기업 1교섭을 법률로 강제하면 비정규직 노조와 산별노조는 대부분 교섭권이 박탈된다. 이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기업별 노사관계를 고착화하고, 산업별 노사관계의 진전을 가로막는다.

노조법과 시행령에 수많은 조항을 신설하고 개정해야 하며, 노동위원회 위임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집단적 노사관계법은 단순명료해야 한다. 배타적 교섭대표제와 타임오프제는 자의적인 법운용과 해석 소지가 커서 끝없는 분란을 일으킬 것이다.

시나리오3 : 또 법 시행 유예…사회적 명분과 정당성이 없다

지금대로 사업장 복수노조를 금지하고, 전임자 임금지급을 허용하는 경우다. 노조법 부칙에서 "2009년 12월 31일"을 3~5년 뒤로 유예하거나, 아예 모법을 개정해서 사업장 복수노조를 금지하고 전임자임금을 허용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한국노총과 재계(특히 삼성)가 가장 선호하는 방안이어서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지난 13년 동안 써온 방법이어서 사회적 명분과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또다시 현행법 시행을 유예한다면 사업장 복수노조 허용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고 봐야 하며, 전임자임금을 대가로 노동기본권을 팔아넘겼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 ⓒ프레시안

시나리오4 : 현행법 시행…경제부처의 드라이브, 노동계에겐 '독'일까?

현행법대로 사업장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전임자임금을 금지하는 경우다. 최근 경제부처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으며, 현재로는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은 방안이다. 다른 시나리오는 노사정 합의를 도출하고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이 방안은 그럴 필요가 없다. 가만히 있으면 내년 1월부터 노조법 부칙의 효력이 상실되고 현행법이 시행된다.

경제부처 중심으로 시나리오4가 힘을 얻은 것은,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에서 경험했듯이 법 개정이 쉽지 않다는 판단과, 전임자임금을 금지하면 노동조합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시나리오4가 반드시 노동계에 불리한 건 아니다. 노동계 요구대로 사업장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자율교섭제가 실시되므로, 시나리오2나 3보다는 나은 방안이다. 따라서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이 될 수 있다.

물론 전임자 임금은 금지된다. 그렇지만 현행법이 시행되더라도 ①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지 않는 한 전임자 임금지급이 곧바로 부당노동행위는 아니며, ②부당노동행위로 권리를 침해당한 근로자나 노동조합만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있고, ③사용자의 노조재정자립기금 지원 등은 여전히 허용되며, ④전임자를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어 100% 노조 업무에 종사하지 않으면 전임자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나리오5와 시나리오6 : 자칫하면 발생할 범하기 쉬운 우

앞으로 남은 두 달 동안 노동계와 재계, 정부와 정치권은 복수노조 허용을 전제로 하면서도, 배타적 교섭대표와 자율교섭, 전임자임금 금지와 허용 사이에서 다양한 절충안을 모색할 것이다. 그렇지만 합의안 도출은 쉽지 않을 것이다.

노동계는 복수노조 허용과 자율교섭은 기정사실로 하면서 전임자 임금금지를 완화하는 절충안(시나리오5)을 모색해야 할 것이며, 전임자 임금금지를 완화하는 대가로 배타적 교섭대표제를 수용(시나리오6)하는 우를 범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뜻대로 법 개정 못해도 '복수노조 허용'은 지켜야 한다"

▲ "요구가 뜻대로 관철되지 않는다고 해서 마지노선인 시나리오4보다 후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프레시안
지금까지 살펴본 시나리오들을 노동계에 바람직한 순서대로 정리하면, '1≻5≻4≻3≻6≻2' 순이다. 노동계는 시나리오1이나 5를 요구해야 할 것이며, 요구가 뜻대로 관철되지 않는다고 해서 마지노선인 시나리오4보다 후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노사정이 합의하고 국회가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으며 시나리오4가 시행될 것이며, 이 때 자주적 단결권과 교섭권은 실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6처럼 전임자 임금금지를 완화하는 대가로 자주적 단결권과 교섭권을 훼손할 바에는, 현행법 시행이 낫다. 노동계는 원하는 법 개정은 못 해도, 있는 법은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교섭과 투쟁에 나서야 한다.

최근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빌미로, '아니면 말고' 식의, 치졸한 탄압을 퍼붓고 있다. 시나리오4가 현실화되어 내년부터 전임자 임금이 금지되면, 정부는 노동조합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공세를 퍼부을 것이다. 이 때 노동계는 각종 법적 대응과 더불어 '1주일에 하루는 조합원과 함께 생산현장에서 일하기 운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을 조직해야 한다. 아직 산별노조로 전환하지 않은 기업노조는 산별노조 등 초기업노조로 조직형태 전환을 서둘러야 할 것이며, 조합비와 전임자의 합리적 운영방안을 변화된 조건에 맞게 강구해야 할 것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자주적 단결권이 보장되더라도 노동운동이 워낙 바닥이어서 별로 달라질 게 없다고 얘기한다. 삼성, 포스코, 엘지 등 재계 일각에서는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물론 워낙 바닥이어서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바닥을 치고 올라설 것이며, 먼 훗날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지난 50년 동안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기업별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온존시켜온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이번에 없애야 한다.

1997년 초(超)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은 민주노총 합법화를 넘어서서, 산별연맹 합법화와 산별노조 건설에 결정적 계기를 가져왔다. 2010년 사업장 복수노조 허용과 자율교섭제 실현은,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을 가져다 줄 것이며, 몇 해 안 가 노조 조직률은 20%대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노동사회> 11월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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