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반박문 소개하면서 원 기고는 제목만 언급
문제의 기사는 재스퍼 김 이화여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하루 전인 13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다가오는 한국의 거품(The coming Korean bubble)'이라는 글에 대한 반박문이었다. 만약 재스퍼 김 교수의 13일자 기고문을 <연합뉴스>가 보도한 뒤 다시 14일자 도미니크 이코노미스트의 반박을 소개했다면 형평성에서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연합뉴스>가 재스퍼 김 교수의 기고문을 기사로 작성한 흔적은 없다.
물론 13일 재스퍼 김 교수가 기고를 했을 때까지는 기사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연합뉴스>가 기사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14일 재스퍼 김 교수의 기고문에 대한 반박문이 실려 논쟁이 이뤄진 시점에서는 기사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기사화했을 수도 있다. 그 경우 <연합뉴스>는 기사화할 때 재스퍼 김 교수의 기고문 내용과 도미니크 이코노미스트의 글을 비슷한 분량으로 차례로 소개하는 것이 정석이다. 필자도 과거 한 일간지에서 국제부 기자로 일한 적이 있는데 이런 경우 논쟁의 양쪽 입장을 나란히 소개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연합뉴스>의 기사(☞바로보기)에서는 재스퍼 김 교수의 글은 제목만 언급돼 있을 뿐 내용은 하나도 소개돼 있지 않다. 논쟁의 시발점이 된 원 기고문에 대한 내용은 일언반구도 없이 반박문 내용만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보도가 최소한의 균형감을 갖춘 보도라고 할 수 있는가. 일반 독자들이 재스퍼 김 교수의 원문 내용은 전혀 모르고 반박문 내용만 읽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집값 거품이 없다'는 일방적인 주장만 전해 듣는 셈이 된다.
<연합뉴스>가 편파적인 기사를 쓰기로 작정하지 않은 이상 이런 식의 기사를 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연합뉴스>는 보도의 기본 수칙마저 저버린 경우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 최근 집값 상승에 대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한 정부 관료들은 '정상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연 서울, 수도권의 집값이 '정상'일까?ⓒ뉴시스 |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연합뉴스> 기사는 14일부터 15일까지 인터넷포털 다음의 탑 화면에 노출돼 많은 독자들이 읽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집값 거품이 없다'는 일방적인 주장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사를 보고 일반 가계들은 올해의 집값 반등이 정부 관료들 말대로 "정상으로 회복하는 것"이고, 현재의 매우 과도한 집값 거품이 별 문제가 아닌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일부 가계는 '외국 전문가마저 저렇게 이야기하니 정말 지금 집값이 정상이란 말인가. 그러면 지금이라도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하나' 혼란스러워 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그것이 한국의 부동산 기득권 세력들이 일반 가계를 제물로 삼아 마지막 남은 주택 가수요를 쥐어짜내는 방식의 하나라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아래에서 김 교수의 13일자 기고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기고문 내용은 우리 연구소가 운영하는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별똥아빠'님이 재스퍼 김 교수의 주요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별똥아빠'님이 원문을 비교적 잘 소개하고 있어 그대로 소개한다. 김 교수의 글에 대한 반박 내용은 위의 연합뉴스 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다가오는 한국의 부동산 버블 (기고) (The coming Korean bubble / Jasper Kim,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 ● 경제규모가 큰 국가 중에서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경제가 반등한 첫 번째 국가에 속해. 또한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실제로 오르고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임. ● 한국 부동산은 가격이 상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승폭도 눈에 띌 정도임. 이런 상황은 금융위기가 있기 전 수년간 미국에서 일어났던 일과 유사하게 들려. 한국도 자체적인 버블 위험에 다가가고 있는지도 ● 올 들어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약 20% 상승해 주택가격이 고공낙하한 다른 국가들과 큰 대조를 이루었음. 이러한 상승폭은 가장 최근에 있었던 미국의 주택 버블 기간 동안의 가격 상승폭과 맞먹거나 더 높은 수준임. ● 서울 일부 지역의 가격 상승세는 더 놀라워. 어떤 지역은 가격이 60% 상승했음. 지난 20년간 이처럼 서울에서 1년 정도 주택 호황이 지속된 것은 두 차례로, 1990년과 2002년에 각각 24.2%와 22.5% 상승했는데, 두 경우 모두 이후 26%와 15%의 가격 급락으로 이어졌음. ● 이런 주택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 우선 한국 가계구조의 변화가 장기적인 수요와 가격 상승세를 초래했음. ● 이전에는 한 집에 3대가 살았던 반면, 이제는 결혼한 자녀가 분가해 2대가 한 집에 사는 쪽으로 문화가 바뀌었음. 최근에는 젊은 싱글들로 구성된 1세대 가구도 늘고 있어 ● 이로 인해 전형적 가정에 필요한 주택 수가 한 채에서 세 채로 늘어났고, 이러한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음. 지난 1년간 서울의 전세가격이 최고 수준이었던 것도 주택 구매 수요를 늘려 매매가를 높였음. '뉴타운' 건설 등을 위한 재개발로 수천명의 주민이 신규 주택이 공급되기 전까지 살 주거지를 찾으러 시장에 나오고 있어 ● 미국 서브프라임 열풍에서 나타났던 음산한 조짐들도 있어. 첫째 조짐은 일반 소비자들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임. ●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치전망은 1년 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음. 한국의 부동산 구매자들은 광범위한 경기회복이 진행 중이라고 느끼고 있어. 이는, 2005~6년 미국 주택 구매자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주었던 것과 같은 심리임. ● 현재 한국인들은 저렴한 여신의 혜택을 누리고 있어.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로 동결하면서 금리는 8개월 동안 사상 최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은 몇 년간 고정금리였다가 변동금리로 바뀌는 구조임. 지금은 대출상환이 비교적 용이해 보이지만, 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하면 한국의 초기 주택담보대출자들은 고통을 느끼게 될 것 ● 또한 한국인들은 국내외적으로 다른 투자기회가 부족해.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부동산은 전통적인 투자 대상이었음. 게다가 올해 달러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 대비 원화가치가 하락해 해외투자는 국내 부동산보다 좋은 투자 대안이 아니었음. ● 이런 요소들은 정책결정자들에게 복합적인 도전과제가 돼 ● 이명박 정부는 장기간에 걸쳐 주택공급을 늘리려고 상당히 노력 중임. 일례로 개발이 제한되던 수도권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한 것도 개발 가능한 땅을 늘리기 위한 것이었음. ● 금감원은 지난 주 부동산 가격 억제를 위해 서울 대부분 아파트 매입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보험사는 60%에서 50%로, 제2 금융권은 70%에서 60%로 하향조정했음. 서울 강남 3구에 한해 적용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음. ● 그럼에도 신규 주택 공급이 가시화되려면 수년이 걸릴 것. 게다가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은 아직 완전히 안정되지 않고 있어 ● 한편 금리가 불가피하게 인상되면 한국 주택시장이 붕괴될 위험이 커 ● 이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입안자들은 수용가능한 LTV 및 DTI 수준을 재조정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주택담보대출 시 대출자들이 금리변동이 월별 상환 금액에 미칠 영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 설명 조항을 강화하도록 하고, 금리가 불가피하게 오를 수밖에 없음을 보다 분명하게 경고하는 구체적인 설명을 제공해야 ● 한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전세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그러나 이는 한국 가계와 경기회복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이는 한국경제에는 심각한 문제일 것 ● 한국 정부는 미국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며, 주택구매자들이 주택 가격이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만큼 현실적이지 않다는 뼈아픈 현실을 직시하는 사태에 이르기 전에, 이러한 버블을 제거하기 위해 빨리 행동에 나서야 |
미혼남녀·독거노인 등이 대다수인 1인 가구가 주택 수요층일까?
필자는 재스퍼 김 교수의 결론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이 분이 부동산 문제에 대해 깊이 연구한 전문가는 아니기에 몇 가지 오류가 있음은 짤막하게 지적하고자 한다. 재스퍼 김 교수는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폭 등은 회원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보고하는 호가 중심으로 지수를 작성하는 국민은행 가격지수를 인용하고 있는데 실제 국토해양부 실거래가의 상승폭은 이보다 크게 작게 나타난다. 올해의 집값 상승은 강남 재건축 위주의 집값 상승으로 국토부 실거래가 추이를 보면 올해 5월 이후 반등세는 국민은행 가격지수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상당히 미약하다.
그리고 재스퍼 김 교수는 수도권 집값 상승 이유에 대해 1인 가구 증가나 멸실주택 증가로 인한 이주수요 증가에서 원인을 찾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2000년대의 집값 상승은 펀더멘털상의 수급 요인보다는 투기적 가수요의 준동에 의한 집값 상승이다. 일반 가계들이 정부의 거듭된 정책 실패에 따라 무리하게 빚을 내 부동산 투기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결과다. 그 결과 부동산 담보대출 총액이 공식 통계상으로만 330조 원에 이르고, 가계 부채 또한 700조 원에 이르고 있다. 올해의 집값 반등 또한 정부가 부동산 부양을 명목으로 강남 재건축을 투기의 핵심대상으로 찍어주고 지난해 10월부터 주택대출 규제를 사실상 해제해 '투기 판돈'을 대준 결과다. 그 결과 대부분 나라에서 집값 거품이 꺼지는 동안 한국의 집값은 급속한 주택대출 증가를 동반하며 다시 부풀어 오른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 오해와 달리 1인가구는 주택의 유효 수요층이라고 하기 어렵다. 1인가구의 평균 소득은 2인 이상 가구 평균 소득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가운데 월 소득 300만 원 이상 가구는 8.4%에 불과하다.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는 '1인가구=골드미스'라는 통념과는 달리 직장이 불안정하고 집값이 너무 높아 결혼하지 못하고 있는 30대 미혼 남녀이거나 급속한 고령화로 배우자와 사별한 독거노인들이 1인가구의 대부분이다. 이들은 공공주택정책상의 지원 또는 보호 대상일 뿐이다. 이들이 어떻게 최소 3억~4억 원 이상 되는 매매용 주택의 유효 수요계층이 된단 말인가.
멸실 주택과 이에 따른 이주수요 증가에 따른 매매가 상승 또한 착시현상에 따른 것이다. 기본적으로 뉴타운이나 재개발, 재건축 지역의 주민들 70~80%가량은 세입자들이다. 이들의 주거 수요는 대부분 8000만 원 이하의 전월세 시장이다. 이들 때문에 강남 재건축을 비롯해 매매가가 오르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설명이다. 저소득층의 전월세 시장과 중대형 위주의 주택 매매시장은 사실상 거의 별개의 주택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언론 보도 대부분이 이 같은 사실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간과하면서 선동보도를 일삼고 있다. 재스퍼 김 교수도 이 같은 한국 언론의 보도를 토대로 기고문을 작성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세부 내용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재스퍼 김 교수의 기고문은 한국의 부동산 거품이 심각하고 이것이 한국경제에 큰 위기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대체로 올바른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강원도 산골짜기 집까지 포함해 '버블'이 아니다?
재스퍼 김 교수의 주장에 대한 반론인 도미니크 이코노미스트의 글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주장이다.
다른 곁다리는 모두 집어치우고 두 가지만 지적하겠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국에는 부동산 거품이 없다'는 류의 주장은 거의 하나도 예외 없이 지역적 범위를 전국으로 잡고, 모든 주택 유형의 가격 상승폭을 근거로 삼고 있다. 쉽게 말해 서울 강남의 아파트뿐만 아니라 경기도 외곽의 허름한 다세대 주택은 말할 것도 없고 강원도 등 지방의 값싼 주택까지 모두 포함해 평균을 낸 집값을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IMF가 한국 정부와의 연례협의보고서에서 '한국에는 부동산 거품이 없다'고 주장한 것도 마찬가지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들은 2000년대 국내 부동산 버블이 전국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주택 유형으로는 아파트 위주의 버블이라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주택 유형으로 주택 가격을 살펴보면 2000년대 들어서도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수도권 아파트를 기준으로 하면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가격 상승폭이 크다. 또한 실질가격으로 나타내면 한국의 부동산 버블이 극심했던 1991년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이 같은 근거를 도외시하고 '집값 거품이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주택가격 통계의 범위와 기준을 선택적으로 짜맞추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주택 가격지수로 평가받는 S&P 케이스-쉴러 지수도 기본적으로 미국 10대 도시나 20대 도시를 기준으로 작성돼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 같은 지수를 기초로 미국의 주택 가격 수준을 판단하는 점에 비춰봐도 국내 부동산 가격 수준을 '전국의 모든 주택 유형'을 기준으로 잡아 설명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한국에 집값 거품이 없다'는 주장은 이처럼 황당한 주장인데도 학계 등 어디든 제대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상당수 언론들은 부동산 광고를 매개로 한 이해관계 때문인지 문제점을 지적하기는커녕 이 같은 주장을 검증도 없이 확대재생산하기 바쁘다. 이번 <연합뉴스> 보도가 그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국내이든 국외이든 이처럼 도저히 일반 가계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 난무하는 근본 원인은 정부가 이처럼 기본적으로 잘못된 통계정보를 국제기구나 금융기관 등에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한국에는 집값 거품이 없으니 거품 붕괴 우려가 없다'는 식으로 여론조성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이처럼 엉터리 정보를 내놓은 단초는 서강대 경제학과의 모교수(편의상 A교수라고 하자)가 한 작업이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최근 출간한 <위험한 경제학>에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 이명박 정부는 각종 재건축 규제, 분양가 상한제, 투기지역 지정, 종부세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등 노무현 정부 말기에 도입한 투기 억제책을 취임 첫해에 모조리 풀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유일하면서도 가장 빠르게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이런 효과 때문이다. ⓒ프레시안 |
다만 여기에서는 정권의 좌우에 상관없이 거듭되는 정부의 잘못된 인식과 이에 근거한 안이한 부동산 대책이 결국 부동산 거품을 더욱 키우고 한국경제를 만성적인 경제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 재정경제부는 2005년 7월 A교수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사용해 한국의 주택 가격이 1990년대 초반에 비해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버블이 거의 없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당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유행가 가사처럼 불러대던 때였다. 부동산 버블이 거의 없는데 당시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 등은 당시 노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온갖 부동산 대책을 마구잡이식으로 쏟아냈다. 정말 정부 주장대로 부동산 버블이 없는 게 맞다면 자신들이 그동안 2000년대 내내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모두 있지도 않은 괴물과 싸우기 위한 '난리 블루스'였다는 고백밖에 안 되었던 셈이다.
이런 관료들에 의지해 집값을 잡겠다고 난리쳤던 노 전 대통령도 한심할 따름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만 갖고 되는 자리가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능력까지 겸비해야 하는 자리인 것이다. 한국처럼 시대착오적인 이데올로기가 만연하고 강고한 기득권 구조가 자리 잡고 있는 나라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잡겠다는 진정한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부동산 거품을 키우고도 "집값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개탄할 노릇이다. 거듭된 정책 실패로 온 국민을 투기 광풍으로 내몰고도 모자라 여전히 부동산 거품을 계속 떠받치고 있는 정치권과 정부 관료들이야말로 한국 경제 발전의 최대 걸림돌이자 서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주범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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