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1년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강남권 주요 아파트는 순식간에 낙폭을 만회하고 있다. 일부 아파트 가격은 경제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는 언론 보도가 넘쳐난다.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로 화제를 모았던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의 <위험한 경제학-부동산의 비밀>(더난출판 펴냄)은 최근 부동산 회복세는 '폭락 전 마지막 반등'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한다.
선 부소장은 정부의 인위적인 버블 떠받치기로 미뤄진 것일 뿐, 부동산 폭락은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금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부동산의 오늘에 대한 책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정부가 거품을 키우는 나라
▲<위험한 경제학-부동산의 비밀>(선대인 지음. 더난출판 펴냄) ⓒ프레시안 |
부동산 버블 붕괴는 경제적 의미(경제 침체)뿐만 아니라 정치적 의미에서도 핵심 지지층 이탈이라는 부작용을 가져 오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한 조치들이 지난 1년 반 동안 쉴 새 없이 이어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발맞춰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 감면이 대출에 허덕이는 '집 가진 가난뱅이'들을 일단 구제했다.
이들을 위해 정부는 사실상 투기 조장책도 가리지 않았다.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최근 강남지역 아파트 호가 상승은 재건축지에 집중돼 있다. 전매제한 기간을 완화하고 양도세를 감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속출하는 미분양 사태로 힘겨워하는 건설사도 이명박 정부는 살려냈다. 대규모 건설공사를 발주했고, 대규모 아파트 공급대책도 내놨다. 아예 정부가 나서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주기까지 했다. 쉽게 말하자면 '집이 없을 지도 모를'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고분양 행진을 이어가는 건설사의 물량을 받아준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부동산 버블을 떠받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투입했거나, 앞으로 투입할 돈으 어림잡아 300~400조 원에 이른다. 이렇게 해서 버블은 꺼지지 않았다. 다시 생기고 있다.
버블은 결국 터진다
그렇다고 버블붕괴를 막진 못한다. 일본과 미국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2010년대는 기나긴 집값 하락의 시기가 될 것이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은 1980년대 말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한국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버블이 형성됐다. 집값 상승은 집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미 1988년 일본의 주택보급률은 111%에 달했다. 한국의 작년 전국 주택보급률은 110%에 육박한다. 일본의 주택 유효수요 계층인 35~54세 인구는 1990년 3860만 명을 정점으로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한국도 이 연령대 인구가 2010년경 정점에 도달한다.
이처럼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도 일본 정부는 대규모 신규 주택 공급정책을 펼쳤다. 건설업체들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금리를 빠른 속도로 내렸고, 대규모 주택 감세정책을 펼쳤다.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아파트 공급은 늘어만 갔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의 아파트 수급은 어떻게 될까.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정부의 향후 아파트 공급정책 등을 추산한 결과, 지난 2005년 336만 호이던 아파트 공급량은 2015년 502만 호로 166만 호 늘어난다. 반면 아파트 잠재 수요량은 같은 기간 348만 호에서 466만 호로 118만호 증가하는데 그친다. 2011년부터는 공급 과잉이 만성화할 것이다. 정상적인 시장원리가 적용된다면 가격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이처럼 공급이 늘어날 게 뻔한데 지금도 공식 집계로 16만 호가 넘는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쉽사리 해소될 수 있을까. 미분양을 해소하려면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빳빳이 버티기만 하는 건설업체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고분양가 해소를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건설업체 구조조정과 분양가 인하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연말이 된다면 지난해 경기도 남부 시장을 얼어붙게 했던 '입주 물량 폭탄' 사례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담보대출, 한국 경제 화약고
▲ 부동산 버블은 결국 꺼질 것인가. 서울 강남 개포동에 공인중개업소 간판이 어지러이 널려 있다. ⓒ뉴시스 |
두 번째 역사적 버블이 나타난 지난 2000년 초로 돌아가보자. 집값이 뛰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저축해둔 돈에 은행 빚을 조금 보태 집을 샀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값이 더 뛰었고 당연히 빚도 더 많아졌다. 은행들은 돈 벌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부동산 담보대출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버블을 더 부풀렸다. 가계는 빚내서 사재기 경쟁에 나서고, 금융권은 펌프질을 해 버블을 키웠다.
문제는 어느새 은행마저 돈이 바닥나 버렸다는 것이다. 예수금만으로 부동산 담보대출을 충당하지 못하자(예대율 100% 초과) 양도성 예금증서(CD)와 은행채를 발행하는 것은 물론, 외화까지 빌려오게 됐다. 그런데 이들 수요가 늘어나다보니 CD와 은행채 금리도 뛰기 시작했다. 당연히 CD 연동 변동대출 금리도 뛰었다. 가계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 상황에서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다. 한국 경제의 화약고도 터져버렸다. 가계 부채가 급증했다.
당장은 정부가 상환시기를 늦춰줬다. 버블을 키워 버블 붕괴를 막고 있다. 그러나 버블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할 때이다.
따라서 지금도 버블붕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업언론, 건설사들의 감언이설에 속아서는 안 된다. 지금 집을 구매하는 것은 부동산 버블의 막차에 올라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당수 언론이 인천 청라와 송도의 분양 과열을 거론한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하고 분양이 성공한 곳이 어디 있나. 심지어 청라와 송도에서도 분양 미달이 적잖이 나타나는 게 현실이다. 언론들이 '오르고 있다'고 말하는 강남권 아파트 대부분은 호가 상승일 뿐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의 사기성 짙은 정보를 보지 말고 국토부나 국민은행에서 정보를 확인해보라. 여전히 매매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정말 가족들과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채를 장만하고 싶다면 기다려라. 앞으로 집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온다. 분양광고에 눈이 뒤집힌 언론을 믿지 마라.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버블은 결국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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