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4월, 법원은 이 교사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을 만한 범위를 초과해 체벌을 행사한 점과 진정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피해자 측과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원심의 형이 무거워 부당해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곧바로 대법원에 항소를 했다.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1·2심 판결과 크게 다른 결정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관심있게 지켜본 이들은 "이렇게 일이 커질 필요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원인의 당사자는 1차적으로는 과잉 체벌을 한 교사이지만, 그 다음으로 일을 키운 주체는 교육 당국이라는 것이다.
"당사자 아니다"…피해자 의견 배제된 교원소청심사위 결정
▲ 지난해 10월 교사가 학생들을 체벌하고 피해 학생이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는 사실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졌고, 인천시교육청은 이 교사를 해임 처분했다. ⓒ프레시안 |
그러나 해당 교사는 징계가 과하다며 소청 심사를 청구했다. 이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 2월 이 교사의 징계를 정직 3개월로 감경했다.
심사위의 결정문을 보면 "청구인이 상습적으로 체벌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또 청구인이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체벌한 적이 없었고, △교원 경력에 주의나 경고 처분이 없이 충실히 교육에 힘써온 점 △체벌을 하게 된 동기도 교육목적으로 체벌한 점 △체벌의 도구와 부위 분필 굵기 50cm 정도의 지휘봉으로 상해가능성이 적은 엉덩이를 체벌한 점 △체벌할 당시에는 순간적으로 비정상적인 심리 상태가 일어날 수 있는 임신 5개월 상태였던 점 △이전 학교의 동료 교사들이 청구인의 열정적인 학급 경영에 대해 모두 좋게 인정하고 교사 319명이 선처를 바라는 점 △교육청의 표창을 받은 사실이 있는 점 △피해 학생의 치료비를 납부한 점을 고려하면 '해임'은 과중하다"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피해 학생의 부모는 "일방적으로 교사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복직이 가능하도록 한 소청심사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무엇보다도 소청심사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학생과 부모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어떤 의견도 제시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소청심사위에서 내린 결정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다시 심사하거나 재결정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했다.
결국 피해 학생 부모들은 안 교사를 상해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피해 여학생의 어머니인 A씨는 "학생들의 말을 종합했을 때 상습적으로 체벌을 했던 교사가 다시 교단에 선다는 것은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을 위해서도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애초 약식기소됐던 이 사건은 재판부의 요청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됐고 교사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당연 퇴직해야 하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이 교사는 학교를 그만둬야 한다.
이처럼 재판이 계속되면서 피해 학생 부모는 물론 해당 교사까지 지리한 법적 공방에 시달리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이런 법적 다툼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지만, 소청심사위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면서 이런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적격 교원·교장엔 관대, '소신' 교사 징계는 엄중
▲ 당시 교사들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중징계는 애초부터 부활시킨 일제고사를 제도적으로 확립하기 위한 정부의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학부모부터 국회의원까지 곳곳에서 쏟아졌다. 그러나 이런 논란 속에서도 소청심사위는 중징계 결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역시 '정치적 판단'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프레시안 |
당시 교사들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중징계는 애초부터 부활시킨 일제고사를 제도적으로 확립하기 위한 정부의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학부모부터 국회의원까지 곳곳에서 쏟아졌다. 그러나 이런 논란 속에서도 소청심사위는 중징계 결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역시 '정치적 판단'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주장은 그간 소청심사위가 내린 결정과 비교하면 한층 더 무게가 실린다. 소청심사위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중징계 170건 가운데 77건을 취소 혹은 감면했다. 대부분 성희롱, 금품 수수, 과도한 체벌로 징계받은 교사들이었다. 중징계를 받은 교사 2명 가운데 1명을 구제해줬던 셈이다.
반면 소청심사위는 애국가 지휘를 거부했던 교사에 대한 정직 1개월 처분을 그대로 유지했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해 정직 3개월을 받은 교사의 소청도 기각했다. 이처럼 소청심사위의 결정을 보면 부적격 행동에 따른 징계에는 관대한 반면 교원의 소신으로 인한 징계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음을 알 수 있다.
소청심사위는 같은 성격의 사건에서 교사보다 교장에게 훨씬 더 낮은 징계를 주고 구제하기도 했다. 2006~2008년 소청심사위의 초·중등교원 징계 사건 중 교장 징계 관련 사건의 취소 또는 감경 비율은 38.7%로 일반 교사 감경 비율 18.5%에 비해 두 배가 높았다. 특히 금품 수수와 횡령 관련 사건에서 교장의 중징계 비율은 22.2%, 일반교사의 중징계 비율은 66.7%로 밝혀져, 상대적으로 교사들에게는 엄하고, 교장에게는 후한 결정을 하는 소청심사위의 원칙없는 잣대를 드러냈다.
"교육 관료, 사학재단으로 이뤄진 심사위원부터 제대로 바꿔야"
김행수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소청심사위는 특히 사학재단과 교사 간의 싸움에서 불이익을 당한 교원의 징계에 터무니없이 재단 쪽의 입장을 들어줬다"며 "교원의 특수성을 감안해 교원 지위를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소청심사위의 임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설립 근거는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에 따른 것이다. 설립 목적을 보면 "각급학교 교원의 징계처분과 교원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에 대한 소청심사를 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 산하에 위원회를 설치한다"고 적혀 있다.
김행수 사무국장은 "소청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심사위원의 구성을 근본적으로 다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심사위원 자격은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의 직에 5년 이상 재직 중이거나 재직한 자 △교육 경력이 10년 이상인 교원 또는 교원이었던 자 △교육행정기관의 3급 이상 공무원 또는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이거나, 3급 이상 공무원 또는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이었던 자 △사립학교를 설치·경영하는 법인의 임원이나 사립학교 경영자 △중앙에 조직된 교원단체에서 추천하는 자 등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3년 임기의 심사위원은 대부분 교육과학기술부의 공무원 또는 교장, 교수, 사학재단 임원 등으로 구성된다. 실제 학생을 가르치는 교원을 대표하거나 청소년, 학부모를 대표할 수 있는 이가 없는 셈. 김행수 사무국장은 "교원의 권리를 다루는 소청심사위의 위원은 정작 교육 관료와 사학재단의 임원들 뿐"이라며 "노동위원회에 공익위원이 있는 것처럼 청소년 전문가 또는 별도 자문위원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민주당 안민석 의원 등은 "징계권자의 단체인 사학법인을 제외하고 교원단체 및 교원노조에서 추천하는 자를 2명 이상 포함시켜 심사에 공정성과 권리구제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 일부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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