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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를 거듭하는 '골프장 부양론',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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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를 거듭하는 '골프장 부양론', 효과는?

[기자의 눈]"부자 지갑"만 쳐다보는 '친서민' MB정부

골프장 부양론. 노무현 정부 이래로 내수경기를 살린다는 명분하에 종종 등장하던 메뉴다.

1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수기반 확충방안'에도 골프장 부양론이 들어가 있다. "그동안 명확한 근거 없이 상수원에 민감한 지역에 대해 골프장 입지가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입지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7월부터 대중 골프장에는 이미 취수지점 7km 로 대폭 완화된 요건이 적용되고 있는데 회원제 골프장에는 이전의 입지 제한(취수지점 10-20km)가 적용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나 회원제 골프장에도 규제를 풀겠다고 한다.

재정부는 이밖에도 경기장에 각종 수익시설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도록 제한이 완화하고, 글로벌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정부투자기관이나 지방공기업이 소유한 토지에 대해서도 외국인투자촉진법상의 임대기간, 임대료 감면 등의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해외 소비 수요를 국내로 돌리고 고소득층 소비 여건 개선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규제완화가 내수 부양에 얼마나 효과를 가져올지 의문이다. 문화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국의 골프장은 총 402개다. 면적으로 치면 273k㎡로 서울시 면적의 46%, 전국토의 0.3%에 이른다. 경기침체로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골프 인구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갈수록 적어지는데 골프장은 급증하고 있다. 자칫 골프장이 흉물로 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우리보다 경제력도 앞서가고 인구도 많은 일본만 해도 전국의 골프장 면적이 전국토의 0.04%에 불과하다.

MB정부, 골프장 규제도 완화하고 세금도 깎아주고

▲ 정부의 골프장 규제 완화로 2005년 이후로 골프장 수는 크게 늘었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 완화 뿐 아니라 세제 혜택까지 주고 있다. ⓒ뉴시스
골프장을 통한 경기부양 구상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전면에 등장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2004년 취임 일성으로 "골프장 230개를 짓겠다"고 대대적인 '골프장 부양론'을 들고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골프장 인가는 2005년과 2006년 각각 35개, 2007년 48개로 노무현 정부 후반기에 크게 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2008년 46개, 2009년 7월 현재까지 25개 등 빠르게 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이번 규제완화 이전에도 지자체마다 임야 전체 면적 가운데 골프장 면적을 5% 이내로 제한하던 규정을 폐지하고, 계획관리지역이 50%가 넘으면 생산관리지역과 보전관리지역에도 골프장 건설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입지 규제 완화를 계속해왔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또 골프장 중과세를 완화하고 지자체로 납부하는 지방세도 40%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 세제 혜택도 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골프장 그린피가 너무 비싸다. 세금을 줄여주고 업계가 노력해서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발언에 따른 조치였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정부의 골프장 감세 조치로 18홀 골프장이 납부하는 세금은 30억 원에서 6억 원으로 1/5 수준으로 줄었다. 지방세도 7억여 원에서 4억여 원으로 줄어든다.

골프도 양극화…'회원제 골프장'에 방점이 찍힌 이유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는 16일 '형평성'을 이유로 고액의 회원권을 가진 회원만이 이용하는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입지 규제를 완화시키겠다고 밝혔다.

국내 회원제 골프장은 투자비 한도 내에서 회원을 모집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이런 '예탁금제'로 우리나라 골프장의 상당수(260개)가 회원제다. 경기침체로 골프인구 증가가 주춤한 상태에서 투자비용을 회원권 판매를 통해 회수할 수 있는 회원제 골프장을 지어야 수지타산이 맞다.

또 골프 회원권은 부유층 사이에선 일종의 투자 수단이자 자신들만의 폐쇄적 공동체를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이다. 몇해전 5억 원에 분양했던 A골프장의 골프장은 현재 18억 원이 넘고 B골프장은 6년 만에 3배가 오른 15억 원 수준이라고 한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도 C골프장은 20억 원대에 회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이런 초고가 회원권의 골프장은 그린피가 면제되고 회원수가 18홀당 200명도 안될 만큼 적어 주말 예약이 그만큼 수월하다고 한다.

경제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골프장의 양적 팽창이 일반 수요를 넘어선 현 시점에서 극소수 부유층을 상대로 한 초호화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수요가 가장 크다고 보여진다. 골프장 사업자 입장에서는 개발이익도 극대화할 수 있다.

골프장 증가가 경기부양에 얼마나 기여할까?

▲ 현행법상 골프장 사업자에게는 토지수용권이 부여된다. 골프장 사업시행자가 토지를 80% 이상 매입할 경우 토지매수를 거부한 나머지 20%를 강제 수용할 수 있다. 때문에 골프장 건설은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한다. ⓒ뉴시스
문제는 이런 (회원제) 골프장의 증가가 과연 전체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다. 정부는 동남아, 중국 등 해외 골프 수요를 흡수해 관광수지 적자를 줄이고, 그만큼 국내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7만 명이 해외골프 관광을 나가 2조5000억 원의 돈을 썼다. 그러나 부유층이 해외 골프를 즐기는 것은 단순히 '부킹 난'이나 '비싼 그린피' 때문만은 아니다. 골프와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도 있고, 한여름이나 겨울 등 계절적인 이유도 따른다. 따라서 국내 골프장이 늘어난다고 해외 골프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또 골프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지 않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골프장 하나를 지어봤자 늘어나는 일자리가 (캐디를 포함해) 300개를 넘지 않는다. 그나마 다 저임의 비정규직"이라고 말했다.

반면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이 장기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매우 크다. 생태계 파괴로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우려하는 홍수가 늘어나는 등 부담이 증가한다. 우석훈 박사(연세대 문화인류학 강사)는 골프장이 생태계 자체를 단절시키는 '녹색 사막'이라고 주장했다.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지하수가 지하수 고갈과 오염을 야기한다는 것이다.(관련기사 : 이헌재의 '골프공화국' 음모에 반박한다)

또 골프장을 짓게 되면 진입 도로가 인해 삼림이 파괴되고 홍수 방지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골프장에서 쓰이는 농약과 제초제가 골프장 이용객과 캐디 등 종사자, 인근 주민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부자 지갑'보다 쉽게 열리는 '서민 지갑'

골프장 규제 등 각종 규제 완화로 상류층에 혜택을 줘서 그들의 지갑이 열린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고소득층을 겨냥한 경기부양책은 다른 경기부양책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은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된 바 있기 때문이다. 윤순철 국장은 "이미 지난해 감세 논란에서도 지적됐듯이 부유층의 소득 증대는 곧바로 지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복지 혜택을 늘리고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등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는 게 내수진작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지난해 경제위기 직후 실시한 여러가지 경기부양책 중 일시적으로 실업보험 혜택을 연장해준 것이 가장 경기부양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자의 경우, 지원금을 즉각 소비하는 경향이 크다. 따라서 실업자, 저소득층, 중산층에 대한 재정지원이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보다 효과가 크다. 반면 양도소득세 및 배당소득세 인하가 가장 비효과적인 경기부양책이다. 고소득층은 감세를 통해 늘어난 추가 소득을 지출하기 보다는 저축하기 때문이다.

독일도 지난해 경제위기 이후 발표한 경기부양책에서 감세보다는 건강보험료 감면 등 중.저소득층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에 집중했다. 당시 재계는 감세가 경기부양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다. 독일 정부는 공공의료보험의 요율을 현행 15.5%에서 14.9%로 인하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대신 건강기금에 정부가 올해 30억 유로, 내년에 6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자녀양육보조금의 규모를 확대해 아이 1인당 100유로를 지급하며 6세에서 13세의 어린이를 키우는 저소득층의 자녀수당 역시 인상했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 '친서민 정부'임을 인정 받으려면 '부자 지갑'이 아니라 '서민층 지갑'의 두께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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