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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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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인데…"

농민 고 전용철 씨 사망 파문 확산…종교계도 가세

농민 전용철(44) 씨가 사망한 지 닷새째인 28일에도 농민과 시민단체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15일 열린 전국농민대회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이 고인의 사인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잇따라 나오면서 농민과 시민단체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범국민대책위 "경찰은 고 전용철 열사의 사인을 조작하지 말라"**

59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 농민 살해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경철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준영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고 전용철 씨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경찰 수장이 분명히 지라는 것이다.

이들은 1987년 10월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고 박종철 씨 고문치사 사건을 언급하며 "지금껏 수많은 진실을 조작했던 경찰이 이제는 아스팔트 바닥에 시퍼렇게 갈린 쇠방패로 법도 없이 살아갈 농민을 찍어 죽이고서도 천인공노할 은폐조작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경찰 측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발표를 근거로 "전용철 씨는 집에서 넘어져 사망했다"며 고인의 사인을 개인과실로 간주하는 비공식 발표를 한 것을 겨냥한 주장이다.

이들은 "경찰은 지난 15일 '여의도 살륙'(전국농민대회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을 의미)에 대해 오히려 경찰측의 피해가 컸다며 자해공갈단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허준영 경찰청장의 범죄행각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석운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해"라며 "과거의 군사독재정권 시절도 아닌 오늘날 국가공권력에 의해 국민이 죽임을 당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오종렬 대책위 공동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고인의 사망 원인은 경찰의 의도적 과잉진압에 있다고 지적했다. 우발적인 과잉진압에 따른 불상사가 아니라 다분히 계획된 '범죄 행위'라는 것이다.

오 대표는 "이 사안의 중대성은 단지 경찰에 의해 국민이 죽었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진압 경찰의 명백한 진압 '작전'에 의해 고인이 살해됐다는 것"이라고 '작전'이란 표현을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진압 경찰의 지휘계통에 있던 모든 인사들이 책임져야 한다"며 "특히 경찰 수장인 허준영 청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교계, 노무현 정권의 정체성에 의구심 표명**

이같은 시민사회단체의 격앙된 반응은 종교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불교, 천주교 등 국내 4대 종단 소속 '인권위원회'는 공동으로 이날 오전 11시 고 전용철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영안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참여정부'를 자칭하는 현 정권의 정체성에 의문을 던졌다.

정상덕 교무(원불교)는 "부안 사태에서도 공권력이 엄청난 폭력을 행사해 민중을 무시하는 것을 봤다"며 "수많은 재야 인사와 민중이 열어준 민주화의 길을 현 정권이 어떻게 이끌고 있는지 매우 우려스럽다"며 현 정권의 '공권력 정치'를 꼬집었다.

정 교무는 이어 "현 정권의 실체를 이번 고 전용철 씨 사망사건으로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현 정권에 더 이상 '신뢰'를 보낼 것이 아니라 '정의'와 '민주'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보여줘야 할 때"라며 87년 6월 항쟁을 이끈 민주세력의 결집을 촉구했다.

범상 스님(불교)은 집회 현장의 폭력을 '공권력의 폭력'과 '생존권을 위한 폭력'으로 나누며 "생존권을 위한 폭력은 힘없는 서민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동원하는 하는 살기 위한 폭력"이라며 "하지만 공권력의 폭력은 정부와 정치권의 능력 부족에 따른 폭력"이라고 구분했다.

그는 이어 "농민의 문제는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던 만큼 정부와 정치권은 진작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며 "그러나 정작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항의하는 농민을 폭력으로 무마하려고 한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은 힘없고 소외된 자를 돌볼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며 "능력도 없으면서 힘으로 (소외된 자의 저항을) 제압하려는 행태를 참회해야 한다"고 꾸짖었다.

이밖에도 박창일 신부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과잉진압으로 사람이 죽냐"며 "경찰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가서 인권교육부터 받고 집회 현장에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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