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이날 퇴거 명령 강제 집행을 실시하려 했지만, 노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되돌아갔다. 경찰은 병력을 전진 배치했고 회사 측은 공장 내 단전과 단수를 감행하고 직원들을 본관으로 출근시켰다. 그러나 경찰이 도장 공장 진입에 신중을 기하고 있어 정면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숨진 박 씨, 남편의 체포 영장 발부·회사의 손배 소송 협박에 괴로워했다"
숨진 박모(30) 씨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 이모 씨의 부인이다. 박 씨는 이날 낮 자택인 안성 공도읍 아파트 화장실에서 목을 맸다. 박 씨는 낮 12시 54분께 평택 굿모닝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노조 간부인 박 씨의 남편은 파업을 주도하다 그 과정에서 체포 영장이 발부되는 등 검찰 수사의 타깃이 됐고, 이 문제로 박 씨가 상당히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의 주변인에 따르면, 최근에는 사측 관리자들이 아내 박 씨를 찾아와 "남편에게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걸겠다"고 말하는 등 심리적 압박감을 줬다.
박 씨와 이 씨 사이에는 4살과 8개월의 아이들이 있다.
법원·경찰·사측 '노조 파업 압박 합동작전'
박 씨가 목을 맨 이날도 평택 공장은 극도의 긴장과 산발적 충돌이 이어졌다. 법원과 경찰, 사측의 합동 작전이었다.
오전 9시 경찰은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다.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은 "도장 공장 진입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해 긴장감을 더 고조시켰다.
실제 경찰은 살수차 3대를 정문에 배치하고 공장 주변에 34개 중대, 3000여 명의 경찰 병력을 배치시켰다. 소방당국은 굴절사다리차량, 화학차량, 소방차, 구급차 등 30여 대의 차량을 준비시켰다.
▲ 20일 평택 공장은 극도의 긴장과 산발적 충돌이 이어졌다. 법원과 경찰, 사측의 합동 작전이었다. ⓒ연합뉴스 |
법원도 "오늘이 최후통첩"이라며 노조를 압박했다. 오전 10시부터 법원 집행관과 채권단은 총 세 차례에 걸쳐 평택 공장으로 들어가 노조에 퇴거 명령 최고장을 전달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로 이들은 도장 공장까지 가지 못하고 12시께 공장에서 철수했다.
사측도 보조를 맞췄다. 사측은 이날 공장 전체에 단수 조치를 하고 가스 공급도 끊었다. 지난 17일부터는 음식물 반입도 막고 있다.
경찰이 배치되고 법원 행정관이 도장 공장 진입을 시도하던 시간, 3000여 명의 직원들은 본관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이후 1000여 명은 여전히 본관 등 공장에 남아 있다.
경찰의 압박에 맞서 노조도 새총을 쏘고 타이어를 불태우며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특히 경찰이 정문에서 병력을 전진 배치시키면서 노조의 저항은 더 격렬해졌고, 이 과정에서 2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 "더 이상 방치 어렵다"…당장 진압? 신중?
일단 법원 행정관은 돌아갔지만 경찰이 "불법 점거가 60일째 장기화하고 있어서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강제 해산 가능성을 언급해 평택 공장의 긴장감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점거하고 있는 도장 공장은 페인트와 시너 등 모두 20여 만 리터(ℓ)의 인화성 물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찰의 진입에 어려움이 많다. 경찰이 강제 해산 작전 전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현재의 긴장 상태가 유지되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온다.
노조 "회사와 정부, 쌍용차 회생에 전혀 관심 없다
사태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다시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것에 대해 쌍용차지부는 "회사와 정부가 쌍용차 회생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오전 일종의 '합동 작전'에 대해 지부는 "오늘 공장 침탈로 쌍용차 회생과 정상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측의 속내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은 노조의 대화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노조의 파업 중단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부는 "우리는 60일동안 줄기차게 한 가지 질문만 했다"며 "'경영 파탄의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뒤집어 씌우는 정리 해고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라는 이 질문에 사측과 산업은행, 법원, 정부 모두 모르쇠로 일관했고 이런 이해 당사자들의 태도가 파업 장기화의 밑불"이라고 주장했다.
이윤호 "지금 사태 지속되면 파산 불가피"
현재 정부가 쌍용차 사태의 해결에 특별한 관심이 없음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이윤호 장관은 이날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조찬간담회에서 "쌍용차의 생존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보고 있다"며 "쌍용차 회생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법원이 하게 되겠지만 지금과 같은 사태가 지속되면 파산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정부의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법원의 회생 판단 이후 산업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노사 문제에 정부가 개입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온 적이 없다"며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