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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브랜드보다 몸에 맞는 게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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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자전거, 브랜드보다 몸에 맞는 게 우선"

[키워드 가이드를 만나다] 자전거 전문가 권순각 씨

2009년 한국 사회의 핵심 '키워드'를 꼽으면 '자전거'를 빼놓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 성장을 얘기하면서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주요 정책 과제로 내세웠고, <조선일보>도 자전거 타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자전거 활성화가 4대강 및 해안가 자전거 도로 만들기에 그칠까봐 안타깝다. 진짜 전문가에게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프레시안>은 '키워드 가이드'의 권순각 씨를 만났다.

권순각 씨는 '산악 자전거'라는 키워드로 글을 쓰고 있지만 MTB 뿐만 아니라 자전거와 관련된 다양한 이력을 소유하고 있다. 국내에 처음 MTB가 소개된 1993년부터 MTB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생활체육자전거연합회 이사, 한국자전거협회 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가 스페셜라이즈드(Specialized), 펄크럼, BMC, 포뮬러 등 다수 유명 브랜드를 국내에 런칭해 유통하는 등 자타공인 자전거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권 씨는 최근의 자전거 붐에 대해 "급속하게 성장하다보니 문화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자전거에 양보하지 않는 자동차 운전자들, 산악 자전거 동호인과 등산객이 혼재한 산길, 인도를 반쪽으로 나눠 만든 자전거 도로와 그 위로 걷는 보행객들.

자전거 산업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국산품의 시장 점유율이 10%도 되지 않을뿐더러, 국내 생산 완성 자전거 부품의 90%가 대만과 일본산이다. 그만큼 자전거 기술이 낙후해 있고, 자전거 이용 인프라도 열악한 상황이다.

▲ 권순각 씨. ⓒ프레시안
권 씨는 자전거 활성화가 되기 위해서는 산업적 기반은 물론 문화적 성숙함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전거 타기 좋은 환경이 돼 많은 사람들이 생겨 자전거 수요가 늘면 자전거 산업이 발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자전거 이용에 대한 사회적 붐이 일어난 점은 반갑지만 정부의 예산지원이 실제 자전거 업계에 투자되고 있는지 의문이고, 자전거 도로 조성 등 인프라 사업도 전시 행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자전거 이용에 대한 문화적 기반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붐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타기를 시도하지만 무턱대고 타다가는 몸 다치고 돈 낭비에 그칠 수 있다. 권 씨는 "몸에 맞는 자전거 타기"를 강조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키가 150센티미터여도 190센티미터여도 똑같은 사이즈의 자전거를 탈 정도로 인식 자체가 낮은 수준에 마물러 있다. 따라서 무턱대고 좋은 브랜드의 자전거와 화려한 유니폼보다 자신이 이용하고자 하는 용도와 자신의 신체적 특징에 맞게 자전거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터넷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 오히려 이 사람 말이 다르고 저 사람 말이 달라 혼란만 커진다. 권 씨는 "자전거숍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권 씨는 또 '산악 자전거'에 그쳤던 키워드를 '자전거' 전반으로 확장시켜 꼭 필요한 지식을 독자들과 나눌 계획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프레시안 :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정책기조로 내걸고 있지만 국내 자전거 산업은 붕괴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순각 : 대만이 세계 1위다. 우리나라는 1960~1970년대 자동차를 선택해 개발했는데, 대만은 가내수공업 형태의 공장을 이어왔다. 국내에서는 자전거 생산업체가 줄어드니 단가가 비싸지고 생산하려고 해도 부품이 없다. 국내 제작된 완성차의 90%가 대만, 일본제 부품이다. 순수 국산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프레시안 : 정부에서는 자전거 산업에 대대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하는데, 업계에서 느끼기에는 어떠한가.

권순각 : 대전에 자전거 조립단지를 만든다고 했고, 정부에서 많은 지출을 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주변의 자전거 업계 종사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정부 지원 구경을 못 해봤다고 한다. 정작 자전거 업계 사람들보다 대기업 등 정부 정책을 잘 아는 분들이 발 빠르게 움직여서 그런 것 같은데, 이들이 정작 자전거에 투자하기 보다는 공장부지 등 간접적인 곳에만 쓰고 있다고 한다.

프레시안 : 외국에서는 자전거 업체가 중소기업 중심이라고 하던데.

권순각 : 그렇다. 수십년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가문 브랜드들이 많다.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핵심 기술을 갖고 나머지는 대만이나 중국 같은 곳에 주문 생산하는 방식을 쓴다. 그래도 상위 모델 두세 가지는 직접 제작한다. 자전거 생산 시장의 80%는 대만이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은 기술력으로 고부가가치 생산을 주로 하고 인력이 많이 드는 생산은 대만이나 중국으로 옮겨갔다.

프레시안 : 기술력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권순각 : 강도가 세 내구성이 있으면서도 가벼운 프레임이 비싸다. 티타늄, 카본, 마그네슘, 알루미늄, 스틸 순서다. 우리나라에서도 100% 생산하려 노력하지만, 일례로 알루미늄 프레임 같은 것도 용접이나 재련은 되는데 산화처리 등 최종 가공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마그네슘 프레임을 개발 지원한다고 하는데, 마그네슘도 합금 방식에 따라 강도가 다르지만 조금 무른 편이어서 시트 튜브 같은 곳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전엔 빵꾸쟁이, 젊은 사람이 없었다"

프레시안 :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자전거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프레시안
권순각 :
요즘 자전거가 붐을 일으키다 보니 주변에서 "좋은 비즈니스한다"고 관심을 많이 가진다. 내가 17년째 이 일을 하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젊은 사람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자전가 하면 '빵꾸쟁이', '자전거포' 이런 이미지였다. 업계에 40~50대가 전부다. 그런데 이제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젊어졌고, 자전거 문화 자체도 성숙하고 있다. 그렇지만 금방 뭐가 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프레시안 : 자전거를 타려고 하면 주변에서는 '전립선에 안 좋다', '허리에 안 좋다' 같은 얘기들을 한다.

권순각 : 디스크 환자에게 자전거를 타라는 처방을 내리는 의사도 많다. 문제는 바른 자세로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는 운반용에서 생활용, 레저용으로 발전해왔는데, 최근에 와서야 자전거와 체형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삼천리나 코렉스 등이 자전거를 만들 때 한 사이즈의 프레임만 만들었다. 키가 150센티미터인 사람이나 190센티미터인 사람이나 16인치 한 가지만 탔다. 그러다 보니 타도 불편하고 밟아도 자전거가 안 나가고 그런 것이다. 키에 따라 자전거 사이즈가 달라져야 하고 팔 길이나 다리 길이에 따라 안장의 높이와 핸들의 높이가 다 달라진다. 과거에는 저가형으로 대량생산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요즘 중고가형은 다양한 사이즈가 나온다. 자신의 체형에 맞는 자전거를 타는 것이 중요하고 자전거를 바른 자세로 타는 것이 중요하다. 전립선에 대한 걱정도 많은데 가운데가 뚫린 전립선 보호 안장도 개발돼 있다. 무엇보다 한 번에 두세 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면 전립선에 별로 영향이 없다.

프레시안 : 몸에 맞는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권순각 : 일단 자전거숍이나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자신이 직접 안장의 높이를 바꿔보는 등 자신에게 편안한 포지션을 찾아야 한다. 요즘은 자전거도 한 몸이라고 해서 피팅을 하려는 노력을 한다. 기계 같으면 적절한 조건을 찾겠지만 사람은 저마다 신체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시험해보면서 바른 자세를 찾아야 한다. 자전거를 고를 때도 가격과 디자인 브랜드만 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용하고자 하는 용도와 신체에 맞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 최근에는 산에서 산악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 등산객과 마찰을 빚는 경우도 많아진 것 같다.

권순각 : 산악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그래서 조명 장비를 갖추고 밤에 산에 가기도 한다. 최근에는 산악 자전거 전용코스도 늘고 있고, 등산객들이 다니지 않는 길도 개발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우리나라 자전거 역사가 너무 짧고 급속도로 변화하다보니 자전거 별 용도나 자전거 이용 문화가 성숙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일반 인도나 도로에서도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은 자전거 타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을 잘 이해하지 않으려 들기도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절대 양보를 하지 않는다.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발전돼야 할 부분이다.

"자전거 타기 편한 사회가 우선돼야"

프레시안 : 도심 자전거 도로 등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권순각 : 한강에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설치되는 등 잘 갖춰져 있다. 실질적으로 일반 도로 쪽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다고 도심을 완전 자전거 중심으로 하기는 힘들고, 서울이 한강을 중심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최소한 한강까지 접근하기 편리하게 만들어 주면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좀 돌아가더라도 안전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청계천에도 자전거 도로를 만들면 중랑천을 통해 도심 한 복판에 접근하기 편리해진다. 한강에 출퇴근용 배를 띄운다고도 하는데, 여의도나 잠실 등 한강변에 자전거를 보관하고 샤워를 할 수 있으며 소지품을 두고 다닐 수 있는 사물함을 만드는 환승소를 만들어 주변 지하철역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면 편리할 것이다.

프레시안 : 지하철에 자전거를 싣고 탈 수 없다는 점도 문제이지 않나.

권순각 : 다 못 싣는 것은 아니고 사이즈 제한이 있다. 라이딩을 갈 때 입구에서 막길래 앞 바퀴를 빼서 탄 적이 있다. 사실 역무원들도 규정 잘 모르는 경우도 많더라. 그러나 지하철 맨 앞 칸이라든가 맨 뒷 칸을 자전거 전용칸으로 만들면 이용하기 편리할 것이다.

프레시안 : 자전거를 막 타려는 사람들이 꼭 필요한 정보를 얻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권순각 : 몸에 맞게 자전거를 타는 자전거 피팅이 중요한데 일단 소비자들이 피팅 돼 가는 시간을 못 버티고 실증을 내는 것 같다. 그냥 10~30분 주변에 가는 생활 자전거가 아니라 장시간 타는 레저형 자전거 타기를 위해서는 피팅이 상당히 중요하다. 평소에 걸어 다니던 보폭에서 1센티미터만 넓게 잡아도 걷는 게 불편해진다. 신체에 부담이 가지 않는 피팅은 중요하다. 그리고 자전거를 고를 때도 최고급 브랜드만 볼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맞는 자전거, 용도에 맞는 자전거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는 최고급 외제 브랜드 부품 선호 경향이 있는데, 일본 시마노 최고급 모 부품의 경우 외국에서는 100대 중 5대 보일까 말까한 부품들이다. 그리고 외국에는 유니폼 맞춰 입고 타는 사람들 별로 없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가 많다 보니 화려하게 유니폼을 입고 싶어 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다. 자전거를 타는데 부담이 많아지면 안 된다.

프레시안 : 자전거는 그냥 탈 줄 안다는 것 이상의 지식이 필요한 것 같다.

권순각 : 자전거에도 매니아 층이 생기면서 이들의 지식이 초보자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앞서가 지식과 정보의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부정확한 주관적 정보가 진리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들도 종종 눈에 띈다. 앞으로 키워드를 자전거 전반으로 확산시켜 지식을 공유할 생각이다.

'키워드 가이드' 내용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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