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일선 판사의 사퇴 촉구 주장에 동의한 박시환 대법관을 두고 <조선일보>의 집단포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 신문은 노무현 정권과 연관된 진보 대법관의 발언으로 법원 내부의 보혁 갈등이 부각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법관은 1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에서도 10여 개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대규모로 열리는 이 상황은 5차 사법파동으로 불 수 있다"며 "만약 이번 사태를 신 대법관 개인의 일탈 행위로 치부하고 넘어가면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판 개입은 유신과 5공 때부터 계속돼 왔던 것"이라며 "역사적 흐름 속에서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해서 이번 기회에 끊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법관의 발언은 이념적 편향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 보도가 나가자 <조선일보>는 20일, A3면 '신영철 논란'에 기름 부은 박시환 대법관' 제하의 기사를 통해 "박 대법관이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 연구회'의 초대 회장으로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5년 9월 대법관에 임명된 인물"이라며 색깔론 공격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결국 "박 대법관의 발언이 최근 사태를 주도한 일부 법관들의 현실 인식을 대변한 것으로 이를 통해 현재 법원 내에 뿌리깊게 존재하는 이념적 편향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진보적 성향의 일부 판사들이 보수정권 출범에 대한 반감을 '신 대법관 사퇴' 요구라는 형태로 표출했고, 법원 상층부가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법원이 우리 사회의 보혁 갈등의 중심에 서는 상황을 자초했다"며 이번 신용철 논란을 보혁 간 갈등으로 몰아갔다.
복수의 법률전문가 말을 빌려 박 대법관의 발언이 적절치 못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의 임광규 회장의 발언을 빌어 "법적 안정성을 지켜야 할 대법관이 지금은 절차를 지키지 않아도 될 상황이라고 말하고 또 그 발언이 의도적이라면 이는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를 통해 "박 대법관 발언은 판사들에게 위법, 탈법을 조장하자는 것"이라며 "지금 무슨 쿠데타를 하자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박시환 대법관은 그간 사법 파동의 주역"
<조선일보>는 이어 같은 면 '사법파동 단골 박대법관…4차례 중 3차례 주역' 제하 기사를 통해 박시환 대법관이 1971년 1차 사법파동을 제외하고 이후 나머지 3차례 사법 파동의 주역이었다고 설명하며 그간 진행된 사법 파동에서 박 대법관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소개했다.
기사에서 박 대법관은 1988년 2차 파동과 1993년 3차 파동 등 두 차례 사법 파동 주도로 보수적인 일부 판사들 사이에서는 '문제아'로 취급된 반면 대다수는 박 대법관의 용기를 높이 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인 2003년 8월 4차 사법파동 이후 법조계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4차 파동은 당시 강금실 법무장관 등이 연공서열 위주의 대법관 인선에 반대한다면서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를 나오면서 촉발됐다. 당시 서울지법 부장인 박 대법관은 사표를 던지며 법원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조선일보>는 이를 두고 "일부는 이 사건을 '사법 권위주의에 대항했다'고 평가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노무현 정권 출범으로 파워 집단으로 부상한 민변 등 이른바 진보세력이 벌인 권력 게임'이라고 해석한다"고 풀이했다. 결국 사법부 보혁 충돌의 중심에는 박 대법관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20일 서울고법, 신영철 논란 관련 판사회의 소집 개최 유무 결정
<조선일보>의 이러한 보혁 세력의 충돌이라는 색깔 씌우기에도 불구하고 신영철 논란은 잠재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전국 5개 고등법원 중 규모가 가장 큰 서울고등법원에서는 20일 정오까지 판사회의 소집 동의 여부를 취합해 향후 판사회의를 열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전체 105명 중 5분의 1이 넘는 판사가 찬성할 경우 21일이나 22일 중 판사회의를 연다는 계획이다.
이미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논란을 논의하기 위해 14~18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판사회의가 열렸다. 그간 고등법원 5곳, 지방법원 18곳, 특수법원 3곳 등 전국 일선 법원 26곳 가운데 14곳이 신용철 논란과 관련해 판사회의를 열었다. 대부분의 회의에서 신 대법관의 행위는 "명백한 재판권 침해"라는 중지가 모아졌다. 19일에는 광주지법 단독판사 34명 가운데 27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판사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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