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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아시아나 사태로 초가삼간 모두 태울 건가"

[기자의 눈]"긴급조정권 발동 앞서 막판 중재 시도를"

노동부가 아시아나 사태에 대해 긴급조정권 발동을 기정사실화 했다. 긴급조정권이 실제로 발동될 경우 1969년 조선공사 폐업과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에 이어 3번째 발동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긴급조정권 발동 임박**

10일 오전 현재 노동부는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을 담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노조법)의 절차를 충실히 밟아놓은 상황이다.

먼저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9일 신홍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긴급조정권 발동을 포함한 노동부의 입장을 설명한 뒤 신 위원장의 공감을 끌어냈다. 노조법 76조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위한 사전 절차로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노동부는 긴급조정권 발동에 따른 정부와 국회 내의 문제제기를 피하기 위해 정치적 의견수렴 역시 빼놓지 않고 진행했다.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김대환 장관이 참석해 국회의 이해를 구하는 한편, 같은날 산자부, 건교부 장관 및 청와대 주요 인사들과 함께 노동부 입장을 공유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사전 문 단속을 철저히 한 셈이다. 노동부는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 이상 10일 오전 11시 정례브리핑을 통해 아시아나 사태에 대한 '긴급조정권 발동'을 공식화 할 예정이다. 말그대로 긴급조정권 발동은 임박했다.

***노동부, 긴급조정권 발동 앞서 요건 명확히 해야**

하지만 노동부의 이런 행보의 적절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이번 아시아나 사태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할 만큼의 사안이 되느냐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일단 긴급조정권 발동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노조법 76조는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고, 성질이 특별하고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존재할 때로 한정하고 있다.

파업 25일차를 맞아 아시아나 항공은 2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더구나 휴가철을 맞아 다수의 항공편이 결항되면서 항공이용 국민들이 휴가일정 조정 등 크고 작은 불편을 겪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긴급조정권이 헌정 이래 단 두 차례만 발동됐다는 사실이 암시하듯 긴급조정권은 매우 제한적으로만 사용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아시아나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적절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노동계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방침에 대해 "군사정권 시절에도 사용되지 않던 긴급조정권이 민주정부에서 발동된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발끈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더구나 정부가 이번 아시아나 사태 해결을 위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실질적 배경이 노사자율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란 점에서도 긴급조정권 발동 결정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있다.

따라서 이번 아시아나 사태에 대해 정부가 긴급조정권 카드를 빼어들 경우 법적 절차를 밟았다는 형식적 설명보다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한 적절성과 타당성에 대해 보다 설득력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동부, 아시아나사태로 초가삼간 모두 태울 건가**

또한 긴급조정권 발동에 따른 향후 여파도 심각히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먼저 우려되는 대목은 노동계의 연대파업 확산이다. 민주노총 산하 택시·화물·철도 등 운수분과는 9일 긴급회의에서 연대 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을 결의했다. 이들의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아시아나 노조 파업에 따른 손실액을 넘어서는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음은 노-정 관계의 파탄이다. 지난 6월 김태환 한국노총 충주지부장 사망사고 이후 노-정 관계는 갈 데까지 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파탄' 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정부가 아시아나 사태에 대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경우 더 이상 정부가 노동계와 대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재천명하는 것으로 해석돼 현 정부 아래에서는 노-정 관계 회복은 요원한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비정규관련법안'과 노동계의 최대 관심사인 '노사관계 로드맵' 역시 해결하기 힘든 미궁에 빠질 공산이 높다. 노-정 관계가 원만하더라도 진통은 불가피할 이들 사안이 현재와 같은 노-정 대립 또는 강경대치 국면 속에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한번 못하고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공산이 높다.

현재 아시아나 노사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조항은 불과 10여 개 안팎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조항들은 개별 노사 입장에서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할지라도 노조 상급단체인 공공연맹과 민주노총, 그리고 사측을 제어할 수 있는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선다면 내용상 노-사 합의가 불가능한 문제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노동부가 할 일은 '긴급조정권' 발동보다는 아시아나 노사 양측이 내실 있는 협상을 할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한번 더 중재를 시도하고 타협이 가능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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