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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바보들'이, 당신의 침묵이 징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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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바보들'이, 당신의 침묵이 징그럽다"

[울부짖는 용산] 지금 당장 용산으로 가야 한다

29일은 경찰의 강경 진압 과정에서 6명이 숨졌던 용산 참사가 100일째 되는 날이다.

당시 사고 소식은 한국 사회를 경악케 했다. 철거 과정에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대형 참사였다. 경찰의 진압 과정부터 재개발 정책에 이르기까지 온갖 문제를 놓고 비판이 이어졌다.

검찰은 농성을 벌인 철거민만 기소하고 경찰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정부는 용산 참사에 대해 일언반구하지 않았다. 정부의 제대로 된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철거민 유가족은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사회 역시 참사를 잊었다. 지금도 매일 사고 현장에서는 촛불 집회가 열리지만 발길은 뜸해졌다. 그 와중에 현장 주위에서 철거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다시 굴러갈 수 있을까. 무엇이 문제일까.

<프레시안>과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용산 참사 100일을 맞아 용산 참사를 통해서 한국 사회를 돌아보는 글을 공동으로 연재한다.

▲ "날마다 모욕감을 느낀다. 이건 숫제 산다는 것 자체가 모욕의 연속이다." ⓒ프레시안
날마다 모욕감을 느낀다. 이건 숫제 산다는 것 자체가 모욕의 연속이다. 텔레비전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모욕감은 더해진다. 남에게 모욕감을 안겨주고도 아무렇지 않아 하거나, 남에게 모욕감을 안겨주고 이득을 얻는 것에 환호작약하는 이 사람들은 혹시 '바보'들이 아닐까, 의심을 해보기도 한다. 눈에 빤히 보이는데도, 아니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의심이 사라진다고 여기는 저들이 바보가 아니면 무엇일까.

아, 저 바보들에 의해, 나 또한 바보가 되어간다. 나를 바보로 여기는, 혹은 나를 바보로 만들어가는 저 바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그리고 저 '나쁜 바보'들의 악행은 지금 너무도 치명적이다. 정말 내가 바보가 되지 않고서는, 혹은 내 영혼이 아직 살아 있다면, 나는 한시도 이 모욕감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자기가 설립했다는 '비비케이' 동영상이 버젓이 있는데도 내가 설립했지만 내 회사가 아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 그렇게 돈이 많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세금 덜내려고 자기 자식을 자기 회사에 위장취업시켰던 사람, 대통령 당선되면 자기 재산 내놓겠다고 말해놓고 아직도 건물임대료 수입을 올리고 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놓은 사람들에게 나는 정말로 한번 물어보고 싶다. 지금 다들, 행복하신가?

이 정권의 실세라 불리기도 하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지난 2월 9일 용산에서 사람이 죽어나갔을 때, 문득 어느 매체와 인터뷰에서, '불길한 예감'이 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의 예감과는 달리 지금 대한민국은 그 어떤 불길한 기미도 느껴지지 않고 너무도 평온하게(?) 자알 굴러가고 있다. '누군가들'의 바람대로 서울 한강 남쪽 동네의 집값은 다시 들썩이고 있으며 '소비 심리'도 되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한때 바닥으로 내리꽂히던 주가도 다시 뛰어올라 손해만 본 펀드를 깨 주식을 매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도 한다.

1994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자리에 지금 무엇이 들어섰는지, 강남 쪽을 안 가봐서 잘은 몰라도 듣기로는, 아파트가 들어섰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그곳에 아파트를 지은 사람들은 정말정말 지독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이 죽어나간 자리에 또 건물을 지어 팔아먹을 마음을 먹을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양심의 문제 이전에, 사람의 도리 문제다. 나는 단언한다. 지금, 이 사회 사람들이 용산에서 사람이 여섯이나 불에 타 죽었는데도, 다들 아무렇지 않아할 수 있는 그 '독한', 그 '무딘' 마음의 기저에는 어쩌면 무너진 삼풍백화점 자리에 아파트를 지어 팔아먹는 행위를 아무렇지 않아하는 마음과 닿아있다고.

한마디로, 누가 어떻게 죽었거나 말거나, 돈 생기면 장땡이라는 명제에 이 사회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고 동의하는 그 마음이 실은, 그 많은 도덕적 허물에도 불구하고, 돈 잘 벌게 해준다고 말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거라고. 돈 벌게 해주겠다는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리고 실제로 지금, 대통령은 '누군가들'에게 돈을 벌게 해주고 있다. 적어도 기존에 더 내야 할 세금은 안내도록 해주고 있다. 이왕에 돈 있는 자들이 더 돈을 잘 벌도록 하는데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돈 잘 벌게 해준다는 그의 말은 영 거짓말은 아닌 것이 됐다. 다만, 그게 사실은 '이왕에 가진 자'들에게 한 약속이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니, 행복하냐고 묻는 내 물음에 누군가들은 정말로 '행복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실지로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 하나하나 제거해가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 누군가들은, 자신들의 허물을 가려줄 수 있는 전직대통령의 허물을 캐내는 재미에 빠져 있는 누군가들은, 지금 행복하지만 맘대로 행복한 표정 짓지 못하는 것만이 아쉬울 뿐인지도 모른다.

▲ "나는, 자기 국민들이 경찰과 대치하다, 불에 타 죽는 끔찍한 사고 앞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 대통령이 무섭다기보다, '징그럽다'. 경위야 어떻든간에, 국민이, 사람이 죽었지 않은가." ⓒ프레시안

나는, 자기 국민들이 경찰과 대치하다, 불에 타 죽는 끔찍한 사고 앞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 대통령이 무섭다기보다, '징그럽다'. 경위야 어떻든간에, 국민이, 사람이 죽었지 않은가. '징그러운 것'은 또 있다. 지난해 여름의 촛불시위하던 시민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미친고기일지도 모를 고기는 못먹겠다는 사람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고기'라고 주장하며 먹이려 드는 대통령도 무섭고 징그럽지만, 자기 목숨이 위협받는 데는 그토록 분노하던 사람들이, 다른 이의 죽음에는 이토록 무심할 수 있음도 나는 무섭고 징그럽다.

나는 다시 단언한다. 오늘, 대한민국 사람들이 용산의 죽음을 이토록 무심하게 대한다면, 용산의 죽음에 대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정의를, 민주주의를 입에 올릴 수 없다. 용산에 침묵해놓고 정의를 말하고 민주주의를 말하고 선함에 대해서 말하는 자, 모두 위선자들이다. '저 나쁜 바보들의 악행'은 그리하여, 이제 대한민국의 모든 '좋은 기운들'을 제압하고 말 것이다. 약한 것들도 웃음 웃고 살 수 있는 평화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돈으로 이루어진 사막'이 되고 말 것이다. 정녕 당신은, 우리는 그런 나라를 원하는가?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용산으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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