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심한' 한미 FTA 처리…"봉숭아학당이냐"

오전에 강행 처리, 오후에 재가결…야당 "재가결도 불법"

22일 오전에 야당 의원들의 물리적 저지 속에서도 주먹으로 책상을 쾅쾅쾅 두드리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가결을 선포했던 박진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장이 오후에 다시 재가결을 선포하는 '소심한' 풍경이 연출됐다. 야당들은 "국회가 '봉숭아 학당'이냐"고 비난했다. (☞관련 기사 : 박진, 한미FTA 비준 동의안 주먹으로 '쾅쾅쾅')

이날 오전 한차례 '전투'를 치른 뒤 열린 오후 회의에는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을 제외한 야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외통위 오후 일정은 ODA 지원법에 관한 공청회였다. 공청회에 앞서 박 위원장은 "오전에 불가피한 상황에서 비준 동의안에 대해 최선을 다해 절차를 밟아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선진과 창조의 모임 의원들은 "질의(토론) 기회를 주지 않았고, 표결 여부도 묻지 않았기 때문에 비준 동의안 처리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박 위원장은 절차상 하자가 없음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오후 5시께 공청회 마무리 시점에서 박 위원장은 "의결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으므로 이를 참작해 다시 한 번 확인하겠다"면서 "비준 동의안을 정부 원안대로 의결하는 데 이견이 없느냐"고 물은 뒤 가결을 재선포했다. 이 때도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을 제외하고 야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은 상태였다.

"처리 된 거라고 우기더니"

이에 대해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상식적으로 하면 되는 것을 왜 자꾸 비상식적이고 절차상 맞지도 않는 방법을 동원해 처리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외통위원으로서 오전 상황을 다 지켜봤던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국회를 봉숭아학당으로 아느냐"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절차적 하자가 있었음을 그토록 주장해도 '이미 처리된 안건이라 재가결할 수 없다'고 하더니, 초록이 동색인 의원들끼리 모여 앉아 봉숭아 학당을 녹화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안건을 재회부해 번안(飜案)을 하려 할 경우에는 반드시 소관 상임위의 의결을 거쳐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고, 이 경우에도 사전에 소속 위원들에게 재심의할 안건의 내용과 일시 등을 새로 고지해야 한다"며 "'공청회 출석을 부탁한다'는 문자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오후에 야당의원들이 아무도 없을 때 '이의 없습니까'만 다시 확인한다고 절차적 하자가 치유된다고 생각하는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 정말 구제불능의 못 말리는 의원들"이라고 비난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은 "무엇이 다급해 국회법 절차를 어기면서까지 무리수를 두고 해프닝을 연거푸 벌이는 지 알 수 없다"며 "박진 위원장은 국회 권위 실추에 앞장서지 말고 사퇴해 자숙하는 것이 마땅한 처사"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