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대형마트 규제, 영국·프랑스·독일은 하는데 한국은 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대형마트 규제, 영국·프랑스·독일은 하는데 한국은 왜?

[홍헌호 칼럼]WTO 때문에 규제 못한다는 거짓말

"경기침체 탓에 올 초 '대형마트 보다 동네 슈퍼가 잘 된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 무섭게 대형마트들이 경쟁적으로 '동네 슈퍼'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사회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부터 논란이 되어 온 대형마트 규제에 관한 법률(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가 17일 국회에서 열리는 등 '슈퍼슈퍼마켓(SSM)'이라고 불리는 대기업 슈퍼마켓 확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프레시안> 4월 17일자)

대형마트. 깨끗하다. 모든 품목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값도 싸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한편에서는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극소수이지만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대형마트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1996년 김영삼 정부에 의하여 전격 시행된 국내외 대자본에 대한 유통업 개방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유통업 개방, 경제성장에 추가로 기여한 바 없다

우선 먼저 유통업 개방을 전후하여 도소매업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기여한 기여율부터 보기로 하자.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통계를 분석해 보면 도소매업 경제성장기여율은 80년대 전·후반기에 각각 8.8%, 9.7%, 90년대 전반기에 6.9%, 2000년대 8년간에 연평균 3.7%로 나타난다. 즉 1996년의 전격적인 유통업개방이 '추가적인' 경제성장에 기여한 바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 도·소매업의 경제성장기여율(%)

▲ (주-1) 경제성장기여율(%)= [도소매업 실질부가가치증가분/ 실질GDP 증가분] x 100
(주-2) 1998년에는 실질GDP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기 때문에 통계에서 제외시킴
(주-3) 이 자료는 2000년 기준 실질가격에 의한 것임.(최근 한국은행은 1999년 이전 자료는 2000년 기준가격, 2000년 이후 자료는 2005년 기준가격으로 실질가격 통계들을 재편했는데 이런 재편행위는 매우 부적절한 것임. 실질가격을 산정하는 기준가격이 달라지면 실질가격 수치에도 상당한 변동이 발생하기 때문. 필자는 한국은행의 이런 부적절한 행태를 따르지 않고 자료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2000년 기준가격으로 통일시켰음. 따라서 한국은행이 최근 재편하여 만든 수치들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음.
(출처) : 한국은행의 자료를 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서 가공.

유통업 개방 이후 유통업 고용비중 오히려 크게 하락

고용창출효과는 어떠했을까.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 중에서 도소매업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18.5%에서 2007년 15.7%로 내려앉았다. 수많은 중소상인들이 일자리를 잃은 결과다.

□ 도소매업 취업자 비중 연도 도소매업

중소상인들의 불행은 그들만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았다. 중소상인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 이들이 생계유지를 위하여 다른 산업의 영세자영업자 시장으로 진출하여 창업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유통업을 제외한 다른 산업 전분야에 걸쳐 영세자영업자 시장의 과잉사태는 더욱더 심각한 상태로 치닫게 된다.

국세청 통계는 1996년 이후 중소상인과 다른 산업 분야 영세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해지고 있는지 수치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중에서 매년 폐업하는 영세자영업자 수는 1995년 33만명에서 2007년 85만명으로 급증했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그 수는 100만 명을 훌쩍 넘어설 것이다.

□ 개인사업자 창업·폐업 현황


급진적인 개방, 중소기업 성장에 치명적인 피해

모든 개방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모든 개방이 다 좋은 것도 아니다. 경제 수준에 맞는 적절한 개방, 선별적이고 점진적인 개방이 좋은 개방이다. 1996년 유통업개방도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졌더라면 이렇게 심각한 후유증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나 선진국들과 달리 조세부담률이 극히 낮고 사회안전망이 극히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급진적인 개방은 영세자영업자의 추가적인 과잉사태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것이다.

영세자영업자 과잉사태는 한정된 시장에서 그들간의 출혈경쟁을 가져와 중소기업의 설비투자여력, 연구개발 여력, 인력양성 여력을 소진시킨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여력 등의 소진은 성장잠재력 확충에 치명적인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WTO 규범과 충돌 여부, 검토 안하는 것인가 못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프레시안> 17일자에 따르면 지난 15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는 한나라당의 주성영 의원과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2개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상정돼 법안소위에 회부됐다 한다.

이 중 이정희 의원의 안은 대기업 슈퍼마켓(SSM)의 면적을 1000㎡~3000㎡로 규정하고 현재 등록제인 대규모 점포를 개설을 허가제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대규모 점포'는 3000㎡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3000㎡ 미만인 SSM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또 시장·군수·구청장이 조례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대규모 점포를 허가하지 않을 수 있게 하며 △영업 시간 △영업 품목 △입지 등의 제한을 가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국회 지식경제위 권대수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대내적으로 헌법상 영업의 자유 및 평등권의 침해 문제, 대외적으로는 우리나라가 가입하고 있는 WTO 서비스협정 내용과 배치되는 문제 등이 초래될 수 있다"며 "헌법 및 WTO 규범과 충돌 여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식경제위 권대수 전문위원의 말을 들으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전에도 민주당 이시종, 강창일, 김희철,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등이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는데 아직도 검토 중이라니.

권 위원이 헌법상 영업의 자유와 평등권의 침해 운운하는 것도 어이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헌법이 무조건적인 '절대적인 평등', '절대적인 영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WTO 규범과의 충돌 여부 문제에 있어서도 국회 지식경제위 전문위원들에게 이 문제를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공평한 시각에서 검토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정말 의심스럽다.

WTO 규범도 '정당한 국내규제는 인정'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WTO 규범과의 충돌 여부 문제에 대하여 어떤 입장을 취해 왔을까. 중소기업청은 2006년 <2006년 주요정책과제 자체평가결과>라는 보고서에서 이 문제에 대하여 이렇게 쓴 바 있다.

□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대형마트 규제법안에 대한 WTO/GATS 규범위배 여부를 검토(2006.3~10월)
- 허가제의 제약 요건들이 합리적이며, 정책 목적이 타당하고 양허표의 구체적인 약속을 침해하지 않는 한 국내 규제 가능



중소기업중앙회도 2007년 <대형마트 현황과 유통산업 활성화 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WTO 규범 또한 정당한 국내규제는 인정하고 있다"고 썼다. 즉 WTO 규범도 "국내외 기업에 차별없이 경쟁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공평한 방식으로 시행된다면 각국이 지역중소유통업 보호를 위해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WTO 규범은 △ 허가,자격요건,제한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공평한 방식으로 시행될 경우 대형유통점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며, △ 대형유통점 출점 허가과정의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일본, 프랑스 등 WTO회원국들이 실시하고 있는 사업자의 설명회 개최, 공청회 개최(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특정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도 허용하고 있다.

또 WTO 규범은 국내외 기업 구분없이 적용과정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공평하게 이뤄지고 국내외 기업 모두에게 적용된다는 전제 하에, 영업시간 규제(의무휴일 일수, 일정한 범위 내에서 폐점시간의 제한 등)와 각종 제재조치(영업정지처분, 과태료 부과, 개설허가 취소 등)가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 대형마트 개설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WTO 규범에 따라 각국은 대형마트에 대하여 어떤 규제를 하고 있을까. 대형마트 규제에는 크게 입지제한 규제와 영업활동 규제가 있는데 각국의 입지 제한 규제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에서는 대형점과 중소소매점의 경쟁관계를 조정하는 관점에서 대형점을 허가할 때 도시계획·토지이용규제와 연동되도록 하고 있다. 연면적 300㎡ 이상의 모든 점포가 규제대상이 된다. 일정규모 이상의 호텔,극장,영화관에도 이 규제는 적용된다.

독일에서는 연방건설법에 규정된 건설기본계획이 건설령에 따라 수립,시행되고 있다. 연면적 1,200㎡이상, 전용면적 800㎡ 이상의 소매점은 이 기본계획과 법규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벨기에에서는 도시지역에서는 연면적 1,500㎡이상, 전용면적 1,000㎡ 이상의 소매시설이 허가시설로 규제되고 있고, 비도시지역에서는 연면적 600㎡이상, 전용면적 400㎡ 이상의 소매시설이 허가시설로 규제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역발전과 도시계획상의 규제를 통해 출점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PPG(Planning Policy Guidance, 도시계획 정책 가이드)가 규제의 근거와 기준이 된다.

이 중 PPG6은 중심시가지의 대형소매점 입점을 규제하는 것으로 총매장 2만㎡ 이상의 대형소매점은 반드시 기존상권의 <중소소매점에 대한 영향조사 보고서>를 입점예정 지자체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고, PPG 18은 도시외곽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대형점에 대해서 입점을 규제하는 근거와 기준이 된다.

대부분의 선진국들,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영업시간 제한과 관련해서는 독일에서 대형 유통점은 일요일, 공휴일에 폐점해야 하며 평일, 토요일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만 개점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일요일, 공휴일에 폐점해야 하며 평일, 토요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개점이 허용된다. 프랑스에서도 일요일에는 폐점해야 하며 평일, 토요일에는 오후 10시까지만 개점이 허용된다.

영국에서는 일요일만 규제된다. 일요일에는 10~18시 중 6시간만 영업이 가능하며 영업시간 제한 규정을 위반한 점포에 대해서는 5만 파운드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일본도 야간소음방지를 위하여 영업시간 제한이 가능하도록 법규에 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지식경제부는 대형마트 규제가 WTO 규범과 충돌할 수 있다는 막연한 주장만 반복할 뿐, 왜 선진국처럼 대형마트를 규제할 수 없는지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반복하지만 WTO 규범은 국내외 기업 구분없이 적용과정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공평하게 이뤄지고 국내외 기업 모두에게 적용된다는 전제 하에, 영업시간 규제(의무휴일 일수, 일정한 범위 내에서 폐점시간의 제한 등)와 각종 제재조치(영업정지처분, 과태료 부과, 개설허가 취소 등)가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