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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3일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으로 영리법인 병원과 의료채권 도입, 병원경영지원회사(MSO : 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 설립에 관한 토론회를 연 뒤,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도입 논의는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간 듯 보인다. 그러나 실은, 이 논의는 뜨겁게 진행 중이다. 지금, 관련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 간의 입장 조율이 진행 중이고, 의료 민영화 추진 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시민사회 세력 간에 격렬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 논쟁에서는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허용을 찬성하는 입장이 다소 밀리는 분위기다.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시대에 영리법인 병원을 도입하는 것이 잘못된 방향의 정책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영리법인 병원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오히려 증가시킬 것이며, 의료 이용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반면,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 성장 등의 경제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비판에 찬성하는 쪽이 설득력 있는 반박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영리법인 병원을 찬성하는 입장이었던 일부 보수적 학자마저도 "영리병원과 같은 수단적 과제를 등장시켜 이념적 반대의 명분만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정부를 비판하면서 영리법인 병원을 슬로건으로 내세우지 말자고 주장한다. 영리법인 병원을 둘러싸고 찬성하는 쪽 내부에서 분열이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외부 흐름과는 달리 정부의 동향은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영리법인 병원의 허용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다소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의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허용 문제를 둘러싸고 언론에 비춰진 모습의 일단을 그려보자면, 기획재정부가 이를 추진하려 하는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가 반대를 하고 있어 두 정부 부처가 갈등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최근에 뭔가 정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 여러 기사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획재정부가 이번 4월 국회에 제출한 추경예산에서 해외 환자 유치 등 의료 민영화 관련 예산이 대폭 늘어났다(☞관련 기사 : 병원영리법인화 관련 예산, 이번 추경에서 530% 증가). 원래 예산에서는 10억 원도 안 되었지만, 이번 추경에서는 무려 52억 원이나 늘어나게 된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기획재정부의 압력도 있었겠지만, 힘이 약한 보건복지가족부가 이렇게 큰 금액의 추경 예산을-그것도 홍보비로만 37억 원이 사용되는 예산-확보할 수 있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혹시 '영리법인 병원'과 관련이 있을까?
최근,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언급에서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겉으로는 "영리법인 병원과 관련하여 아무런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달 31일 기자 간담회에서 전재희 장관은 영리법인 병원에 관해 "찬반 양측에서 과도한 기대와 과도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하면서 "큰 이슈가 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전재희 장관의 발언은 영리법인 병원 허용을 전제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역시 최근의 일인데, 보건복지가족부가 기획재정부에 공공보건의료를 확충하기 위한 예산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띄운 것도 영리법인 병원 허용 문제와 관련된 듯 보인다.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복지부가 공공보건의료 확충 예산을 요구한 것이며, 이는 공공보건의료를 확충하여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의 허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정치적 의사 표현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를 통해 사실상 영리법인 병원 허용이 야기할 부작용이라는 큰 사회적 쟁점을 희석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겉으로는 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갈등하는 모양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는 이와 다를 가능성을 크다. 기획재정부는 영리법인 병원 도입 허용이라는 실리를 챙기고, 보건복지가족부는 공공보건의료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였으니 그래도 할 만큼 하였다는 식의 '명분 쌓기'를 위한 과정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점점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전 장관이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하는 순간 그의 정치 생명은 끝날 가능성이 크다. ⓒ뉴시스 |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덕분에 이러한 타협과 물 타기를 아무리 시도하더라도 '정치인 전재희'는 '의료민영화의 핵심 사안인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한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라는 역사적 오명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으로 그의 정치적 인생도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역사적 평가와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정치인 전재희'가 이명박 정권과 금융자본의 이익을 위해 '절대 다수 국민을 건강권'을 거스르는 야비한 의료민영화 타협을 시도할 것인지, 이런 점에서 전재희 장관의 정치적 태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료민영화' 논쟁의 핵심 배후이자 궁극적 승리자는 금융자본이다. 영리법인 병원이 허용되면, 이 병원에 자본 투자를 하는 것으로 이득을 보는 것 이외에도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져서, 영리법인 병원과 민간의료보험이 짝을 짓는 '미국식의 민간의료보험'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국민의료비는 치솟겠으나, 금융자본 입장에서는 영리법인 병원 투자를 통해서도, 민간보험회사를 통해서도 크게 돈을 버는 것이다.
최근의 논의를 보면, 대자본과 금융자본은 짐짓 뒷짐을 지고 있는 형국처럼 보인다. 오히려 영세업자에 불과한 네트워크병원과 개인전문병원들이 영리법인 병원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영리법인 병원이 허용되면 곧바로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을 설립할 태세이며, 금융시장으로부터의 자본 투자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허용을 위한 소규모 선두 공격 부대에 불과하다. 정작 영리법인 병원이 허용되면,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 의료제도'를 무너뜨릴 가장 가공할만한 적수는 이들 네트워크병원 등의 영세자본이 아니라, 대규모 자본을 가진 재벌과 금융자본이다. 이들 자본은 차별화된 '영리법인 병원의 설립'과 '실손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의료제도'를 순식간에 초토화시킬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 비영리법인 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과 같은 재벌병원들이 영리법인 병원으로 전환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 병원이 영리적 활동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은 비영리법인으로 묶여 있을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영리적 활동과 자본투자가 가능한 방안을 찾고, 이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 핵심에 바로 '병원경영지원회사(MSO)'가 있는 것이다.
현재는 개인병원 간에 MSO는 만들 수 있지만 아직은 공동브랜드를 사용하는 정도의 수준이며, 공동구매와 투자 등은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방식대로 된다면 비영리법인 병원과 의원들도 영리법인인 MSO에 대한 지분 참여가 가능해짐으로써 간접적으로 영리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의료법인의 경우 비영리 재단법인이기 때문에 영리사업을 할 수 없으며, 영리사업에 투자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이것이 모두 풀리는 것이다.
작년에 출범한 삼성헬스케어그룹의 이종철 회장은 향후 발전 방향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MSO가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특히, 삼성헬스케어그룹의 경우 MSO를 활용하여 장비 구매, 인력 관리 등의 활용뿐만 아니라 다른 의료기관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구축하여 체인화를 시도할 것이며, 해외 환자 유치와 제약 산업에 대한 투자까지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가족부는 MSO가 의료민영화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MSO에 대한 자본의 시각과 관심이 좀 더 솔직한 편이다. 아래의 기사의 내용을 보자.
병원과 민간자본의 고리 역할, 병원에 자본 침투 경로 김선욱 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는 "(…) MSO에 대한 수요는 필연적인 대세"가 될 것이며, "경영자문회사라는 개념적 역할보다는 병원과 민간자본의 연결고리로 역할"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전문지, 2008년 2월 28일자) 병원 영리화, 영리법인 병원을 위한 사전 포석 영리법인 설립이 불가능한 현 제도 하에서 MSO 도입은 (…) 사실상 병원 경영에 외부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길이 마련됨에 따라 수익성 병원 사업 허용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전문지, 2007년 4월 28일자) 자본의 관심이 집중, 대형보험회사도 눈독 송영진 이사(메디파트너)는 "이미 국내 대기업은 물론 금융기관들은 병원경영지원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인터넷전문지, 2008년 2월 22일자) 남대식 대표(메디파트너 전 부회장)는 "민간보험사가 향후 5~10년 내에 MSO를 사려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현재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부자본과 의료자본의 결합이 현실화되고 의료산업화가 가장 극대화"(인터넷전문지, 2007년 3월 23일자) |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의료민영화 논쟁은 지금의 '영리법인 병원 허용' 쟁점으로부터 'MSO' 쟁점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와 같은 MSO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영리법인 병원'과는 달리 보건복지가족부가 직접적인 주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MSO는 비영리법인 병원으로 묶여있는 대학병원 등의 대형병원 입장에서 이해관계가 크게 걸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가족부는 영리법인 병원 허용 문제에 대해 모호하게 반응하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경제부처와 뭔가 '비열한 거래'를 하고 있다는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반면, 보건복지가족부는 의료채권, MSO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보건복지가족부도 의료민영화에 상당히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에 국민 건강권을 사수해야 할 책무를 직접적으로 지고 있는 보건복지가족부마저 앞장서는 모습은 보지 않길 기대한다. 우리 시민사회와 온 국민은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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