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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은 국가의 근간을 위협하는 문제"

[새사연 기획연재③]전국민 고용보험화를 위하여 : 호주

1. 호주의 사회보장제도

지구 상 가장 작은 대륙이자 여섯 번째로 큰 나라 호주. 우리나라의 30배가 넘는 약 769만 ㎢의 영토에 우리나라의 절반도 못 미치는 약 2천만 명의 인구를 가진 여유로운 나라이다. 철광석과 석탄 등의 광물 자원과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며 1인당 GDP가 약 5만 달러에 달한다.

이런 경제적 넉넉함 때문일까? 호주는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로 유명하며, 특히 전액 정부 부담의 기간 제한이 없는 실업부조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호주는 1901년 여섯 개의 주로 이루어진 연방국가로 독립하였으며, 현재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을 국가원수로 둔 영국 연방의 하나이다. 호주 사회보장제도의 역사는 독립 전인 19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가장 큰 주였던 뉴사우스웨일즈와 빅토리아에서 노령연금을 지급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연방국가를 수립하고 전국적 차원에서 1909년 노령연금제도와 1910년 장애연금제도를 실시했다.

이후 1941년 노동당 정권이 수립되고 세계대전을 겪으면 사회보장제도가 대대적으로 개선, 확대되었다. 당시 노동당은 사회보장에 관한 합동위원회를 구성하여 1941년 가족수당, 1942년 미망인수당, 1945년 질병수당과 실업수당을 실시해나갔다.

현재 실업수당을 비롯하여 노령연금, 장애지원연금, 자녀보육수당, 보호자수당, 미망인수당, 가족수당, 질병수당 등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촘촘히 설계되어 있다. 1조 달러가 넘는 국가 GDP중 4분의1 가량을 사회보장제도에 사용하고 있으며, 그 중 노령연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실업수당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같이 전 사회에 걸쳐 갖추어진 사회보장제도는 많은 사람들이 호주 이민을 꿈꾸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2. 호주의 실업부조제도 운영 방식

호주의 실업부조제도는 1945년 처음 만들어졌으며 1991년 개정된 제도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업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실업자 소득보장(Income Security of the Unemployed)'이라는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다른 나라와 달리 노사로부터 보험료를 받지 않고 일반조세 수입으로 국가가 전액 비용을 부담한다. 호주에 거주하는 호주 국민이나 영주권자는 누구나 대상이 되며, 정해진 수급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간에 제한 없이 수당이 지급된다.

우리로 치면 보건복지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가족·주택·지역사회와 원주민 부서 FaHCSIA(Department of Families, Housing, Community Services and Indigenous Affairs)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노동부에 해당하는 고용과 일자리 부서 DEWR(Department of Employment and Workplace Relatioin)은 수당 지급을 직접 담당하지는 않고 FaHCSIA와 협의하여 수급자들을 위한 적극적 구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실업수당은 수급자의 연령에 따라 청소년수당(Youth Allowance), 새출발수당(Newstart Allowance), 중고령자수당(Mature Age Allowance)로 나뉘어져 있다. 이 외에도 실업자는 집세보조금(Rent Assistance), 원거리수당(Remote Area Allowance) 등의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있으며 공공요금 할인카드도 발급된다.


실업자는 각 동네에 위치한 취업연계센터(Centerellink)에 실업여부를 신고한다. 신고 후 일주일이 지나면 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으며 2주마다 수급자의 은행 계좌로 직접 입금된다. 대신 수급자는 2주마다 수당 지급 신청서와 지난 2주 동안 자신이 실행한 구직활동을 4개 이상 신고해야 한다.

수급자의 법정 실업수당은 남자 근로자의 평균임금의 25% 이상으로 정해져 있으며, 매년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연동되어 조절된다. 소득과 재산에 따라 지급되는 금액의 기준이 정해져 있으며, 수급자의 재력조사(Mean Test)를 거쳐 해당되는 기준을 찾는다. 재력조사는 소득조사(Income Test)와 자산조사(Asset Test)로 나뉘는데, 둘 중 수급액이 적게 나오는 것을 적용한다. 전체 수급자 중 95%가 소득조사 결과를 적용받으며, 나머지 5%가 자사조사 결과를 적용받고 있다.

1)자산조사

①소득조사


2주마다 수급자의 직전 2주 간의 소득을 조사한다. 따라서 실직 전의 직장에서 받았던 임금수준과는 무관하다. 임금이나 자영업을 통한 현금 및 현물소득을 모두 포함하는 근로소득과 임대료 등의 재산소득, 투자 및 저축을 통해 향후 얻게 될 예상소득이 조사대상이다. 청소년수당의 경우 부모의 소득을 조사한다. 여기에 배우자가 존재하는지, 부양해야 할 자녀가 존재하는지가 금액 결정에 영향을 준다.

수급자의 소득조사 결과를 정해진 기준과 비교하여 수당액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외국의 고용보험동향'(홍성호, 1997, 한국노동연구원)에 의하면 2주간 소득이 60달러 미만인 경우 수당을 전액 지급받는다. 60달러를 넘을 경우 달러당 50센트씩 감액되며, 140달러 이상일 경우 달러당 70센트씩 감액되어 지급된다.

②자산조사

수급자가 소유한 자산의 순시장가치를 조사한다. 여기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지, 배우자가 존재하는지, 부양해야 할 자녀가 존재하는지가 금액 결정에 영향을 준다. 청소년수당의 경우 부모의 자산을 조사한다. 주된 거주지로 사용되는 주택의 경우는 자산에서 제외시키며, 상당 규모의 자산을 소유했더라도 그로부터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되면 예외를 적용한다.

수급자의 자산소득 결과를 정해진 기준과 비교하여 수당액을 지급한다. '외국의 고용보험동향'(홍성호, 1997, 한국노동연구원)에 의하면 자산기준한도액은 자택을 소유한 독신의 경우 11만8000달러, 자택을 소유하지 않은 독신의 경우 20만2000달러, 자택을 소유한 부부 16만7500달러, 자택을 소유하지 않은 부부 26만1500달러로 책정되어 있다.

2)활동조사

이 외에도 60세 미만의 실업자는 활동조사(Activity Test)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활동조사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적절한 일자리로부터 취업 제의가 있을 시 이를 수락해야 하며, 기업의 취업 면접에 응해야 하며, 관계기관으로부터 인정 받은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일자리나 훈련 프로그램을 이탈해서는 안된다.

만약 활동조사에서 부적격을 받게 되면 수당이 삭감되거나 지급정지된다. 최초 적발시 26주 동안 18%가 삭감되며, 2차 적발시 26주 동안 24%가 삭감된다. 3차 이상 적발시에는 8주 동안 지급이 정지된다.

활동조사의 하나로서 구직활동에 한정되어 있던 프로그램을 사회봉사 차원으로 확장한 것이 상호책무(Mutual Obligation)이다. 이 제도는 수급자는 수당을 받는 대가로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지역사회와의 교류를 통해 실업자들의 자립심과 구직활동 욕구를 높이며, 사회로부터 격리되지 않도록 돕는 효과도 있다. 60세 미만 실업자 중 6개월 이상 실업수당을 받은 사람은 의무적으로 행해야 하며 예비군, 녹색봉사단, 직장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교류한다.

3. 호주의 실업부조제도 특징

호주의 실업부조제도는 적극적이다. 실업자에게 필요한 보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동시에 그에 대한 대가 역시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1)적극적 지원

먼저 '적극적 지원'의 측면에서는 실업수당 자체가 사회보장의 차원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이 기본적인 바탕을 이룬다. 실업수당 지급의 기본 목적은 실직 이전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보험'이 아니라 실업자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다. 직업을 잃었다고 해서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사회적으로 낙오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국민의 기본 생활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국가의 개입과 비용 부담이 당연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사회보장제도라는 특징으로 인해 누진성 또한 커서 소득재분배 효과도 탁월하다. 실업수당 지급 규모가 호주보다 더 큰 국가와 비교했을 때, 소득수준 하위 30%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호주가 더 클 정도이다. 소득수준에 따른 실업수당의 차이가 가장 많이 났을 때는 1980년대 중반인데, 당시 가장 빈곤한 계층의 수급액이 가장 부유한 계층의 수급액의 8배에 이르렀다. 2000년 이후로는 소득불평등이 급격히 하락하여 OECD평균보다 낮다.

수혜대상이 광범위한 것 역시 특징이다. 취업 상태에 있다가 직장을 잃은 좁은 의미의 실직자 뿐 아니라 취업상태에 있지 않은 모든 국민을 포괄한다. 장애인과 환자의 경우처럼 취업 능력이 없는 경우, 가정에서 아동이나 장애인을 돌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취업을 할 수 없는 경우, 한 번도 취업을 해본 경험이 없는 청년실업의 경우, 아직 학생이지만 향후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18세 이상의 학생의 경우, 30시간 미만의 시간제 및 임식지 일자리를 갖고 있는 경우에도 실업수당이 제공된다. 전국민 고용안전망이라 말하기에 손색이 없다.

2)적극적 요구

이처럼 국가가 무제한 실업수당을 지급한다는 호주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많은 재정은 어떻게 감당하며, 실업자들의 근로의욕 상실은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적극적 요구'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호주는 실업수당 지급을 위한 절차로 재력조사를 실시한다. 소득과 자산에 대한 조사를 거친 후, 해당 기준에서 벗어나서 정부의 지원 없이도 생계가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실업자라고 해도 실업수당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지급액의 기준이 소득과 재산의 소유 정도에 따라 정액제로 책정되어 있다는 점도 비용을 절감하는 요인이 된다. 때문에 실제 호주의 실업수당 지급총액과 수급자 1인당 평균 지급액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높은 편이 아니다. 쉽게 말해 들어가는 비용 총액은 크지 않지만 생계유지가 절박한 저소득층에게 주된 혜택이 돌아가도록 꼼꼼한 기준을 책정하고 있다.

실업자는 수당 신청과 함께 개별담당관의 면담을 통해 취업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2주마다 자신이 시행한 구직활동을 보고해야 하며, 활동조사와 상호책무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도 이행해야 한다. 수당을 주는 대신 실업기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구직 기회와 일자리를 제시하는 것이다. 30시간 미만의 시간제 및 임시직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도 실업수당을 주는 이유 역시, 아무 일도 안하는 것 보다는 임시직 일자리라도 우선 일을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를 반영한다.

4. 시사점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보험기금은 노사가 부담하며, 정부 지출은 없다. 또한 전체 취업자 가운데 30% 정도밖에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고, 기간도 3개월에서 8개월에 불과하다. 이와 대조적인 호주의 '전액 국가보장 무제한 전국민 실업부조제도' 앞에서 우리나라의 고용보험은 초라해진다.

호주의 실업부조제도를 당장 우리나라에서 시도하기는 어렵겠지만, 실업문제를 국가가 적극 나서서 책임지는 것만큼은 당장 배워야 할 점이다. 이제 더 이상 일자리는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으며, 실업의 증가는 빈곤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사회기반을 흔드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적극적 구직활동과 실업상태에서의 생계보장은 국가의 책임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 실업이 직업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계를 위협하는 절박한 문제인 만큼 사회보장적 성격을 강하게 갖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점도 호주를 통해 배울 점이다. 호주와 같이 꼼꼼한 급여 기준제시와 적극적 구직활동과의 연계, 누진성을 통한 소득재분배 기능이 확보된다면, 고용보험의 대상과 기간이 확대하면서도 비용 문제도 해결하면서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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